나라 돌아가는 통박이 마치 옹기짐 지고가다 자갈밭에 넘어질 위기를 절감케한다. 이대로 가다는 자칫 실수로 마지막 한 모금 남은 물통의 물을 모래밭에 쏟아 부을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6년만에 두자릿수나 추락했다. 세월호 참사로 내수 경기가 지하실로 떨어지더니 중동 호흡기 증후군인 메르스란 역병이 창궐해 또다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외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줄줄이 취소되고 상담을 약속했던 바이어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외교는 미국과 중국 틈에 끼여 눈치 보는 사이 여우처럼 영리한 아베정권은 엔저의 요술을 부려 일본경제가 휘파람을 불고 있다. 얻어 먹으면서도 큰 소리치는 북한의 막무가내 때문이지만 남북관계도 먹통이고, 시급한 개성공단 확대는 5ㆍ24조치가 버티고 있어 옴짝달싹못하고 있다.

동대문패션몰이 섬유 수출 이정표다.

이같이 경제는 무너지고 일자리가 날아가는 등 민생이 파탄나는데 정치권은 국회법 개정 후폭풍으로 쌈박질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 가릴 것 없이 억장이 무너져 망연자실하고 있는 민심 소재를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한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기둥을 치면 대들보가 흔들리듯 전체 수출이 뒷걸음치면서 섬유 수출도 급냉 상태를 보여 더욱 걱정이다. 지난 5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작년 동월보다 10.9% 급감해 충격을 안겨준데 이어 섬유수출은 무려 14.7%나 감소했다. 다른 품목이 방망이로 얻어맞았다면 섬유류는 홍두깨로 맞은 기분이다. 더구나 4ㆍ5월에 어거지로 밀어내던 물량마저 6월에는 더욱 감소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7ㆍ8ㆍ9월은 마의 비수기까지 겹쳐 수출회복이 녹록치 않을 것은 불문가지다.
무엇보다 우리 내부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갈수록 심화되고 정부 또한 제조업 육성정책은 없고 거꾸로 발목 잡는 대못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임금에도 생산현장에 사람이 없어 제조업 경영자들의 피 말리는 고통은 안중에 없다. 제조업을 위해 독일이나 중국처럼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고임금과 인력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제조업들에게 해외도입 인력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쿼터를 늘려줘야 한다. 우리의 경쟁력이었던 전력료 마저 오히려 경쟁국보다 비싸졌다면 산업용 전력료를 내려 원가 경쟁을 뒷받침 해줘야한다.
아무리 각자도생 시대라고 하지만 제조업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정부가 마련해야하는 것이 최소한의 소임이다. 죽거나 말거나 내팽개치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든다고 떠드는 것을 보면 “기업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라”는 어깃장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섬유패션 산업이 결코 아주 죽어 자빠질 상황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1ㆍ2차 오일쇼크와 금융위기 등 숱한 고비를 넘으면서 모질게 고생했지만 고래심줄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어왔다. 그 과정에서 조난되거나 침몰한 경우도 많았지만 특유의 순발력과 집념으로 살아남았다.
이 같은 저력이 여전히 이어져 오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독창성과 위기돌파력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그것은 한국만이 갖고 있는 뛰어난 디자인력이다. 기능성을 중심으로 소재의 차별화도 급진전돼 산업용 소재의 급성장과 함께 의류용 소재의 비교우위가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잘나가는 글로벌 의류수출 밴더 들의 발 빠른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아ㆍ한세ㆍ한솔을 비롯한 ‘빅3’를 중심으로 대형ㆍ중견 밴더 들은 거래 바이어를 안내해 동대문 패션몰을 찾느라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다. 동대문 쇼핑몰에 가면 바이어들이 탄복할 정도의 독창적이고 실용적이면서 고급스런 디자인 제품이 널려있다. 이 같은 동대문의 앞선 디자인을 보고 오더로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한국의 디자인력을 인정해 아예 밴더가 디자인해서 공급하는 ODM 거래가 정착한 상황이니 바이어들의 이해속도가 빠르다.
뿐만 아니라 패션소재 또한 다른 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다. 한국의 차별화 원단을 활용해 독특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상품을 비록 국내 소싱 설비가 부족해도 해외공장을 통해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것이다.
차별화 소재를 활용한 고급 디자인 제품을 단 납기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한국처럼 잘된 곳이 드물다. 지금은 모든 미국의 백화점과 대형 리테일러 들이 과거와 달리 디자인까지 한국 밴더 들에게 맡긴 상태다. 가장 늦게 GAP이 지난 시즌부터 한국의 디자인력을 인정해 미국에서 컬렉션을 연 것도 그만큼 미국 바이어들이 한국의 디자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웃도어와 스포츠웨어 등 이른바 엑티브 시장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시장의 엑티브 시장규모는 상상을 초월한 규모다.
아웃도어 분야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기능성 차별화 원단을 활용한 한국의 디자인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 시장을 노리면서 의류밴더와 국내 업체가 적극 공조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형 또는 중견 의류수출 밴더 들은 이 부문 시장 가능성을 꿰뚫고 본격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은 3년 후인 2018년에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한국처럼 아웃도어와 스포츠웨어 등 엑티브 시장규모 또한 어마어마한 규모로 늘어나게 돼있다.
다행스럽게 중국에서 생산된 아웃도어는 디자인에서 한국산보다 훨씬 함량미달 수준이다. 이제 알려진 대로 백만장자가 아닌 천만장자수가 130만 명을 넘어선 중국에서는 저가 제품은 사실상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돈 많은 중국 소비자들이 가격을 따질 게제가 못 된다는 점에서 이 시장이 우리를 손짓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화소재ㆍ디자인력 재도약 자산이다.

인류역사에서 섬유패션산업은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 산업이다. 절대 일시적인 불황에 낙심하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다만 아무리 노다지 황금시장이 있다고 해도 저절로 우리 입에 들어오는 요술은 없다.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신기술ㆍ신제품ㆍ독특한 디자인 개발이 선결 과제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뒤로하고 경제가 혈색이 돌고 수직 상승한데는 아베의 엔저 요술만이 아니다. 죽었던 후꾸이 산지가 기사회생 하는 것 또한 엔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준 것은 아니다. 바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신기술 개발에 올인 해 한국과 중국에서 만들지 못한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같은 원사를 갖고 만든 원단이 한국산은 야드 당 1.5달러인데 일본산은 4달러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후 가공 기술 개발과 설비투자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우리 섬유패션업계도 이 같은 신기술 개발과 최신 설비투자에 전력투구해 미래를 열어 가면 기회는 얼마든지 열릴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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