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 패션전공 얼리어댑터들에 패션소비패턴 물었더니

패션관련 지출, 구입 아이템 수 전년수준 유지
명확한 캐릭터·차별화된 가치 있어야 지갑열어
홍대, 명동·가로수길·동대문 제치고 최고 상권
놈코어·킨포크 한풀 꺾였지만 마땅한 대안 없어
남녀 모두 티셔츠 구매계획… 잡화선호도 여전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지난해 젊은 소비자들은 의류소비에 지출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선택기준은 더 까다롭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지난 3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패션 전공자 23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5 소비자 구맹성향 및 베스트 브랜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계가 IMF시절보다 더 심각한 매출가뭄이었다고 입을 모았던 지난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929 젊은 소비자들은 패션 지출규모와 구입 아이템 수를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소비자들이 의류구입에 지출한 비용은 30~100만원대가 절반 가량인 50.5%를 차지해 지난해 설문 조사의 51.5%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200~300만원을 지출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14.9%로 오히려 작년보다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의류 구입 벌수는 전년과 동일 혹은 감소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89%를 차지해 가격에 대한 민감도는 다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곧 저가 제품을 다수 구입하기보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명확한 캐릭터와 차별화된 가치가 있는 아이템에 지갑을 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결국 자기 컬러가 뚜렷하고 차별화된 가치를 제안한 브랜드가 젊은 패션학도들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이는 ‘상표를 떼고 옷을 섞어 놓으면 브랜드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는 대부분의 내셔널 브랜드들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유통채널 선호 변화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응답자들의 상당수가 선호하는 패션 매장으로 해외 수입브랜드와 국내 인디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편집숍을 꼽았다. 선호하는 오프라인 쇼핑 장소로 패션소호 밀집지역인 홍대와 연남동, 상수동 일대가 25%로 가장 높아 이들의 취향의 변화양상을 뒷받침했다.


특히 ‘에이랜드’와 ‘무신사’는 다수의 선택을 받아 꾸준한 인기를 확인했다. 제품에서는 놈코어의 열기가 다소 주춤했지만, 대안 트렌드가 전무해 여전한 영향력을 뽐냈다. 같은 맥락에서 킨포크를 중심으로한 라이프스타일로 소구하는 제품군이 꾸준히 젊은 패션 얼리어댑터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와 같은 편집 선호 트렌드에 편승해 다수의 패션기업들이 자사 브랜드와 혼합하거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함께 구성해 편집 브랜드를 속속 시장에 론칭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수입제품을 사입해야하는 편집숍의 경우 배수가 낮아 수익구조의 건전성이 떨어지는 데다 우후죽순 생겨난 경쟁자들로 인해 차별화에도 애를 먹었다. 다시 한 번 패션업계의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대목이었다.


반면 백화점과 가두점 등 전통의 패션유통 채널은 체면을 구겼다. 특히 백화점은 16.2%의 선호도를 기록해 쇼핑몰, 가두점(24.9%), 온라온숍(19.8%)에 이어 네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백화점은 지난 몇 년 사이 감소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온라인·디자이너 브랜드 입점과 유명 맛집 유치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백화점의 본질적인 가치인 차상위 계층의 라이프스타일 제안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했다.


아웃렛은 지난해와 비슷한 5.2%의 지지를 받았지만, 백화점과 가두점에서도 연중 할인을 하는 등 타 채널과의 가격차별화가 약화되었다는 지적도 받았다.


구매 예정 아이템에서는 의류 못잖게 잡화와 액세서리 선호도 두드러졌다.  
남녀 모두 운동화와 가방, 모자 등 잡화를 구매 예정 아이템으로 뽑았다. 여성은 21%, 남성은 23%가 액세서리를 사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의 잡화·액세서리 비중은 지난해에 이어 증가세를 유지해 디테일에 집중하기 시작한 남성취향의 변화를 다시 확인시켰다. 선글래스는 남녀 모두 7%가 올해 구매할 아이템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의류에서는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스타일링이 가능한 티셔츠가 남녀 모두 최고의 아이템으로 선택을 받았다. 여성은 22%가, 남성은 16%가 각각 티셔츠를 구매하고픈 품목으로 꼽았다. 조사 결과대로라면 다양한 캐릭터와 그래픽을 활용한 프린트 트셔츠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반기 흐름이 하반기까지 무난히 이어질 전망이다.


1929세대의 패션상권 동선에도 변화가 엿보였다.
전통의 패션상권 명동에 대한 차가운 외면이 눈에 띄었고, 가로수길에 대한 호감 감소도 이변으로 꼽혔다.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인한 쇼핑 분위기 훼손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고, 뷰티매장이 대거 패션을 대체하면서 패션상권의 색깔이 변질된 점도 선호도 감소의 이유로 집계됐다. 가로수길은 기업 브랜드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예전의 역동적이고 재치있는 다양성이 크게 감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 압도적인 트렌드 세팅 채널로의 영향력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였다.


반면 홍대입구와 연남동, 상수동은 전체 응답자 중 25%가 선택해 새로운 패션의 메카로 꼽혔다. 이 일대 지역은 패션뿐 아니라 다양한 젊은 문화의 발원지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패션 대기업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홍대 인근에 오픈하는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구매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지난해 1위였던 ‘매장 디스플레이에서 가장 옷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11%)를 제치고 ‘인터넷 서핑을 통해서’(16%)라는 응답자가 1위로 올라 전통적인 방법의 마케팅 촉진 전략 재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들은 TV광고나 옥외광고 등 직접적인 홍보 전략에 거리를 두는 경향을 보였고, 매장 방문시 판매사원의 권유도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인터넷을 통한 정보에 신뢰감을 가졌고, 친구나 가족 등의 추천을 제품 구매시 중요시 여겼다. 이러한 현상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쇼핑의 증가와 더불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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