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국가 대위국(大爲國)이다. 경제는 뒷걸음치고 정치는 실종되고 민심이 이반되는 혼란상태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급기야 권력 심장부에 화약고가 폭발하고 있다.
정경유착 기업인의 살생부로 권력 핵심이 고구마 넝쿨처럼 드러나고 하나같이 오리발 작전에 국민들은 부아가 치민다. 급기야 국무총리의 양파껍질 비판이 쏟아지면서 시한부 총리의 운명이 풍전등화 처지다.
망자(亡者)의 원혼은 오뉴월에도 서릿발친다고 받고도 안받았다는 거짓말쟁이는 오금이 저릴 것이다.

종업원 160명 공장 연간 60억원 차이

공무원 연금 개혁을 비롯 국가적 명운이 걸려있는 4대 개혁이 발등의 불인 상황에서 뜬금없는 재앙이 터져 국정운영이 심하게 출렁인다. 나라가 중심을 잡고 뭐 좀 해볼라치면 이상하게 마가 끼어 발목을 잡고있어 괴이쩍다. 그러나 이번 국정위기가 박근혜 정부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숨쉬며 비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지난 2년여간 눈에 띤 치적이 없는 박 대통령은 이번 성완종 게이트를 계기로 만연된 부정부패를 확실히 쓸어버리면 국민의 인기는 수직상승 하고 역사에 남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정치권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사이 우리 산업이 급속히 죽어가고 있다. 도대체 한국에서는 제조업하기 좋은 나라는 커녕 제조업 할 수 없는 나라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기본 요소는 사람과 자본, 기술이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없고 임금은 비싸면서 생산원가의 가장 큰 비중의 하나인 에너지 비용까지 비싸 도저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처지다. 글로벌 시대에 지구촌에 울타리가 없는 상황에서 싸지도 좋지도 않은 한국산 제품을 사줄 나라가 있겠는가 하는 자괴감이 앞선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도토리키재기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산업이 이미 시난고난 앓다가 마지막 임종을 예견해야하는 막다른 길목에 와있다.
인건비는 경쟁국보다 10배나 비싸고 그나마 사람은 없는데다 산업용 전력료까지 턱없이 비싸니 축지법을 쓰거나 거짓 선전을 하지 않는 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다.
하나의 예증으로 국내에서 30년 기업을 알차게 영위하다 시름시름 뒷걸음친 후 결국 간판내리고 문닫으면서 베트남에 진출을 결심한 어느 기업인의 조사분석이 이채롭다. 연간 200만 야드 규모의 직물 염색 가공 공장을 운영하다 결국 포기하고 베트남으로 둥지를 옮기는 이 기업인은 절규하는 심정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제조원가를 면밀히 분석했다. 실제 경기도나 대구경북공장 중심으로 한 한국의 섬유 공장과 베트남의 호치민ㆍ하노이 시내의 1급지가 아닌 인접 2급지 소재 공장을 비교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우선 인건비 부문에서 한국 근로자는 월 2000달러가 평균 임금이다. 여기에 복지비와 제세공과금 30%를 추가하면 월 2600달러에 달한다.
반면 베트남은 현재 월 1인당 임금이 130달러이다. 생산성과 기술능력을 따져 1대 1 단순 비교는 무의미해 베트남 사람은 30%를 추가하고 복지비와 제세공과금을 포함해 최대 2배로 봐도 월 260달러 수준이다.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에너지 비용을 분석해봤다. 반월염색공단을 기준 산업용 전기값이 KWH당 한국은 118원이다. 베트남은 거의 절반 수준인 63원으로 나타났다. 염색공단의 스팀료 역시 베트남이 싸다. 우리나라는 대구 염색공단이 가장싸고 부산ㆍ반월ㆍ시화공단등이 대구보다 비싸지만 반월을 기준해도 톤 당 3만 6881원에 달했다. 최근 다소 조정되고 있지만 큰 폭의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 반면 베트남은 톤 당 1만 6800원 수준이다.
한국에서 가장 싸다는 대구 염색 산업단지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색 공단의 건조용으로 사용되는 가스값은 한국이 ㎥당 931,81 원 수준이다. 물론 베트남은 가스가 없어 석탄을 사용하지만 세계적인 유가 인하로 석탄값이 급락해 석탄으로 사용하는 베트남 공장은 한국보다 40%가 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임금과 전력료, 스팀료 등을 기준으로 월 150만 야드-200만 야드 규모의 염색 가공 공장을 운영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분석해보면 엄청난 격차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한국 근로자 160명 규모에 월 200만 야드 캐퍼의 염색 가공공장은 기본 임금과 복지비 제세공과금을 합쳐 1인당 월 2600달러 기준, 160명이면 월 임금으로만 41만 6000달러가 들어간다.
반면 베트남 공장은 인력 30%를 UP하고 복지비, 제세공과금을 포함해 넉넉하게 잡아 기본임금 130달러에 2배를 합쳐 260달러를 계산해도 월 5만 4080달러면 충분하다. 160명 한국 공장에서 200만 야드를 생산하는 공장과 베트남 도심 인근 2급지 공장에서 사람을 30% UP시키고 제세공과금, 복지를 합쳐 260달러를 기준해도 임금 절약액만 월 36만 1920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현행 임금이 동결되고 베트남이 연 20%씩 임금이 오른다고 해도 12년이 돼야 현재 한국 임금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에너지 비용에서도 같은 캐퍼공장을 가동하는데 한국의 전력비는 월 1억 146만원이 소요되고 베트남은 5500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염색가공 단위 당 생산원가가 한국은 야드당 67,64원이 먹히고 베트남은 36,69원이 먹혀 한국이 거의 배에 가깝게 구성 돼있다.
이같이 인건비와 전기료, 스팀료, 가스비를 포함해 같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 공장은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에서 월 68만 1876달러가 소요되고 베트남 공장은 18만 480달러에 지나지 않아 월 차액이 50만 1396달러에 달한다. 이를 연간으로 볼때 한국공장이 베트남 공장보다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에서 600만달러(61억원) 이상 더 많이 부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비교는 한국의 산업현장에 인력수급이 충분히 이루워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산출된 것일뿐 실제 생산 현장마다 사람이 없어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인력이라는 절규섞인 하소연을 감안하면 실제의 격차는 훨씬 크고 광범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같이 높은 생산원가 차이만큼 한국산 제품이 좋아서 가격을 더 받느냐하면 이 또한 천만의 말씀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듯 망가진다.

자주 인용하지만 일본의 저명한 컨설턴트 ‘오마이 겐이치’씨가 지적한대로 “한국산 제품은 중국이나 동남아산 제품보다 5-10배를 비싸게 받지 않으면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충고가 마음에 와닿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과 동남아산 보다 5-10배는 커녕 똑같은 가격에 치고받는 상황에서 경쟁력의 기본인 “싸거나 좋거나” 중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같이 절망상태로 흘러가자 국내 섬유기업들이 난파선에 쥐빠져 나가듯 이미 수천개가 빠져나갔고 남은 기업들도 탈출행렬에 동참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둥 처절하게 망가지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비롯 섬유산업 뿐 아니라 국내 중소 제조업 모두가 겪고 있는 절박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나 정치권은 제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커녕 제조업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보다 뜬금없는 최저임금제 인상을 들고나오는 등 구름 위를 걷는 소리를 하고 있어 기업인들이 어안이 벙벙하고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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