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제대후 여친과 봉제창업, 신뢰얻자 일감 밀물

 


단체복ㆍ셔츠 등 5개 브랜드 ‘불티’…불황무색
“10년내 글로벌 기업 도약” 겁없는 청년사업가

▲ 곽지훈 대표(왼쪽 3번째)와 디자인실 직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두 앳된 20대들이다. 하지만 이 사무실에서 연매출 10억을 창출해내고 있다.

-봉제업체 ‘더블라인’ 곽지훈 대표-

“10년 안에 국내 굴지의 패션회사로 키우겠습니다”
밀려드는 일감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청년 사업가의 당찬 목소리다.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봉제업체 ‘더블라인’과 이 회사의 곽지훈 대표(29)는 요즘같은 불황에 알듯말듯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청년실업률과 청년창업의 키워드가 떠올라서다.
‘더블라인’은 중저가 캐주얼 셔츠 등을 취급하고 있다. 패션업체들로부터 오더를 받아 동대문 시장에서 원단을 떼다 봉제한 후 완제품으로 납품한다. 단체복ㆍ티셔츠 등이 주 아이템으로 얼핏 전형적인 영세업체의 모습이다.
하지만 매출이 만만치 않다.
전표에 매월 7500만원 가량이 찍힌다. 연매출로 따져 10억원 규모다.
일감은 15개 업체로부터 벌써 몇개월치 확보했다. 일손이 모자라 최근엔 직원 2명을 새로 뽑았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봉제밥’을 먹은지 3년 만이다.
메이저 업체들의 시선으로는 아직 ‘개점발’과 겁없는 하룻강아지쯤으로 보일 수 있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섬유ㆍ봉제업에 재미를 붙이니 일이 풀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곧잘 국내 최고 S상역, H패션그룹 등을 들먹인다. 자신의 롤모델이라는 얘기다.
겁없는 젊은 사장(곽 대표)이 대뜸 봉제업이 아직도 불황인거냐고 반문한다.
일대의 공장들의 재봉틀 소리가 밤늦게까지 들리고, 임대나 매수를 위해 공장을 찾아도 매물이 없는 걸로 보아 바닥을 친 것 같다고.
기자가 방문했을 때 서울 성북동 사무실은 의류 샘플이 주렁주렁 걸려 있고, 곽 대표와 디자이너를 비롯 5명이 컴퓨터와 동대문 시장을 오가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팀원들은 모두 20대로 이 분야에서 경력은 짧지만 창의력ㆍ순발력이 뛰어나 베테랑에 버금가는 역량을 보이고 있다.
인근 수유리에 있는 ‘더블라인’의 직영 공장과 또 다른 하청공장에는 각각 40~50대 중년 6~7명이 원단을 쌓아놓고 패턴과 봉제에 여념이 없다.
회사는 현재 5개 브랜드를 중심으로 원피스, 바지, 레깅스, 셔츠, 점퍼 등을 진행하고 있다.
곽 대표가 처음부터 섬유패션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고 군에서 ROTC로 복무했다. 태권도 선수로 전국대회 출전 이력도 있다.
그는 전역을 몇 개월 앞두고 섬유패션업종으로 가겠다고 마음속에 ‘말뚝’을 박았다고 귀띔했다.
“여친이 옷을 만들어 홈쇼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돈이 보이더라구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제대하자마자 여친이 건네준 옷을 들고 대학가 등을 누비며 팔았다.
“매번 재고가 거의 없다보니 계속 자신감이 생겼어요. 장사 체질인가 봐요(웃음)”
1~2년차에 3천만원 가량을 두 번 떼이기도 했지만, 빨리 잊고 본업에 충실했다고.
“고객을 대했을 때 장황한 수사보다 그들의 눈높에 맞춰 소통을 하죠. 나름 마케팅 원칙인 셈입니다”
그는 시장 속성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곽 대표는 와중에 ‘뜬금’없이 강의도 나간다.
서울시내 한 이공계 고등학교에서 주 1회 섬유 봉제업을 테마로 한 일종의 취업멘토링이다.
‘더블라인’은 내년부터 공장과 사무실을 늘리며 회사 덩치를 서서히 키울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외 전시회도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포부다.
“창업 7년째에 100억 매출이 1차 목표입니다. 4년 남았네요. 포기하지 않고 배우가면서 열심히 할 겁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보고 싶어요”
대견하다 못해 당돌한 신세대다.

▲ ‘더블라인’ 수유리 봉제공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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