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집중하고 싶어, 브랜드 운영 더 열심히 하죠”

 

“나에게 성공은 쇼를 계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쇼가 끝나면, 다음 쇼를 또 준비해야죠.”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밝힌 성공에 대한 생각이다. 물질적인 ‘결과’보다 스스로 일을 즐기는 ‘과정’에 집중하는 디자이너다운 담백함과 순수한 열정이 담겨있다.
‘라이(LIE)’의 컬렉션과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마무리한 직후인 이청청 실장을 서울 역삼동 이상봉 쇼룸에서 만났다. 찬찬히 그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스멀스멀 마크 제이콥스에게서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남을 느꼈다.
물론 그는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칠 것이다. 이 실장은 이제 막 디자이너로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다. 대가와의 정량적인 비교는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꺼칠한 얼굴에 부르튼 입술을 하고서도 열정적으로, 그리고 행복하게 라이와 패션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정성적으론 마크 제이콥스를 닮아 있었다. 무척이나.

- 론칭 3년차 라이 시장성↑
- 독창성·대중성·합리성 조화
- 美·中·日 글로벌 반응 굿
- 하반기 百단독매장 준비
- 전국 30개점 접근성 기대

 

컬렉션 호평에 “아직 갈 길 멀어”
이 실장은 지난달 24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2015 F/W 서울패션위크’의 ‘제너레이션 넥스트(이하 GN)’를 통해 라이의 세 번째 컬렉션을 런웨이에 올렸다. 이번 컬렉션은 ‘재구성’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다양한 컬러 구성과 실루엣에 60년대 패션에서 받은 영감과 여성적인 스포티즘을 더해 선보였다.
그의 쇼는 신진 디자이너의 무대인 GN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엘르(ELLE) 이태리에서는 라이를 서울패션위크 중 키 컬렉션으로 꼽기도 했다. 또한 이번  컬렉션을 계기로 예전 조건이 맞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던 이태리 유명 쇼룸 ‘마르코나’의 여전한 관심도 우회적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주변의 호평에도 이 실장의 반응은 덤덤했다.
“이번 컬렉션을 보시곤 주변에서 라이가 진일보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중국 바이어들의 피드백도 아주 좋았고요. 하지만 컬렉션은 브랜드를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여섯번째 시즌이니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 실장은 컬렉션의 성공적인 마무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이지만, 마지막 GN에 대한 미련이 더 큰 듯 보였다. 그는 “마지막 GN무대를 맞아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지만, GN으로서 누릴 수 있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아쉬움과 기라성같은 선배님들과 서울컬렉션 심사를 함께 받아야 하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인 만큼 이제 라이만의 색깔과 스타일로 평가받겠다”는 당찬 포부를 덧붙였다. 디자이너인 동시에 한 브랜드의 리더다운 모습이 짙게 묻어났다.


동대문·백화점·뉴욕 삼각 성장발판 기대
라이는 2012년 파리 후즈넥스트 무대를 통해 론칭했다. 이후 유니크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뉴욕의 코트리, 프리미엄 베를린 등 다수의 해외 전시회를 비롯해 국내의 서울패션위크와 패션코드를 통해 꾸준히 대내외적인 인지도를 쌓고 있다. 또한 롯데 본점, 신세계 강남점, 본점 등 핵심 유통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며 내수 여성복 시장에서 지분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동대문 두타에 문을 연 라이의 첫 단독매장은 꾸준히 매출 실적을 올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첫 시즌인 지난해 F/W에는 기대 이상의 판매호조로 물량이 부족했던 문제점을 이번 S/S시즌에는 개선해 충분한 물량과 리오더 시스템도 갖췄다.
“두타점은 첫 단독 매장이다보니 시작 전부터 재고에 대한 부담이 무척 컸습니다. 판매가 잘 된다고 무턱대고 물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았죠. 제작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있었고, 컬렉션 준비도 맞물려 있다보니 시장 반응에 비해 제대로 브랜드를 펼치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수출 오더도 차츰 늘고 있고,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 요청도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시즌부터는 종전보다 적극적으로 제작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라이는 뉴욕 맨해튼 밋팩킹에 위치한 ‘이상봉’ 플래그십스토어를 비롯해 10개국 30여개 판매처를 통해 글로벌 유통을 전개 중이다. 요즘에는 중국 시장의 반응이 좋다. 두타 매장이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동대문에 위치해 중국 바이어들의 창구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실장은 “최근에는 중국 고객들 뿐 아니라 바이어들도 두타매장을 통해 재고를 확인하거나 추가 제작을 요청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며 “이달 중에는 홍콩 편집숍 ‘아이티(I.T)’ 관계자가 직접 역삼동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일본쪽 반응도 심상찮다. 라이는 지난 3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일본 하라주쿠에 있는 라포레 쇼핑몰 2층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미국의 명품 프라이빗 온라인 쇼핑클럽 ‘길트닷컴’에서 진행하는 ‘모던 소피스티케이션(Modern Sophistication)’ 행사에 글로벌 브랜드 ‘헤뮬랭’ ‘더 쿠플스’ ‘산드로’ 등과 함께 참여해 2014 F/W제품을 이틀간 판매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시장의 호응에 라이는 올 하반기 백화점 매장 오픈도 준비하고 있다. 계획대로 성사된다면, 라이는 동대문·백화점·뉴욕 삼각구도로 안정된 성장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중성·합리성 잡은 디자이너 브랜드
이 실장은 디자이너인 동시에 브랜드의 수장도 함께 겸하고 있다. 디자인과 경영, 어떤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그에게 디자이너 이청청과 경영인 이청청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전 경영에 큰 재주는 없는 것같은데요.(웃음) 자연스레 제가 못하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남들보다 경영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물리적으로 디자인에 집중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뒤따릅니다. 여전히 디자인에 몰입하고픈 욕심이 있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회사를 하루 빨리 셋업 시켜야겠지요. 저에게는 경영과 디자인이 이렇게 시너지를 유발하는 관계입니다.”
그의 말대로 그는 디자이너와 경영인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잘 유지하면서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라이는 ‘에브리데이 웨어 럭셔리 위드 어 트위스트(Everyday wear luxury with a twist)’라는 브랜드 콘셉트처럼 웨어러블하면서도 디자이너 감성의 위트를 유지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가격대도 원피스 30만원대, 코트가 40만원대로 디자이너 브랜드라곤 믿기 힘든 가격 합리성을 유지하고 있다.
혹독한 불황과 소비위축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캐릭터와 가치는 라이가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요인이다.
“당분간 라이를 통한 수익은 모두 재투자할 계획”이라는 이 실장에게 마지막으로 향후 목표를 물었다. 
“라이는 전국적으로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 매장 30개 정도의 접근성이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출 사업도 차근차근 성장해 글로벌 브랜드로서도 확실히 포지셔닝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라이 지켜봐주세요.(웃음)”

 

열쇄 - 이청청 디자이너는 누구
이청청 디자이너는 2006년 영국 센트럴 세인트마틴스 예술대학에서 아트디자인과 남성패션을 공부했다. 2010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디자이너 박환성과 함께 남성복 브랜드 ‘A.Hallucination’을 론칭, 런던패션위크에 두 차례 참가했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 2012년 여성복 ‘라이(LIE)’를 론칭해 크리에티브 디렉터로서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또한 이상봉 컬렉션의 무대부터 마케팅, 세일즈에 이르기까지 전반의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