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산ㆍ휴업ㆍ폐업 악순환…그 끝은 어디인가!


면방ㆍ화섬ㆍ니트ㆍ화섬직물ㆍ염색 전 분야 생사기로 몰려
화섬ㆍ면방 눈덩이 적자 이월 환편ㆍ우븐직물 가동률 30~50%
의류벤더 포함 해외진출 업체만 안정성장 국내 산업 폭삭
개혁, 차별화, 창조 구호만 요란 특단대책 없어 공멸위기 자초

국내 섬유산업이 갈수록 총체적으로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치유책이 발등의 불로 제기되고 있다.

스트림마다 어느 한 부문 ‘쨍’하는 곳이 없고 급속히 위축되면서 가동률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심지어 30%에 머문 채 문 닫는 기업이 속출하는 비명의 파열음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가 석유 각 스트림별 가동현황을 토대로 집중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섬유스트림 중 업ㆍ미들ㆍ다운스트림을 포함해 국내 산업 모두가 최악의 오더 가뭄으로 가동률이 50%내외에 그치고 있는 피 말리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다만 일찌감치 해외소싱을 통해 글로벌 경영에 나선 의류수출 벤더들과 니트ㆍ우븐ㆍ봉제 염색업체 중 해외로 진출한 기업만이 안정성장을 유지하고 있을 뿐 국내에서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섬유산업 전반이 살엄음판을 걷는 경영난에 몰려 생사기로에 몰려있다.

실제 섬유산업의 대들보인 화섬업계가 지난해부터 감산률을 30%로 확대하고 있지만 새해 들어서도 호전기미가 없는 채 실수요업계의 불황에도 불구. 화섬가격을 인상(환원)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중국산 폴리에스테르사의 대량 반입으로 궁지에 몰린 나머지 가격 인하로 지난해 눈덩이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생존을 위한 가격환원을 그것도 주거래선인 환편ㆍ경편ㆍ화섬직물업계의 엄동설한 경기 속에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해야지 가격경쟁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쌓여있는 재고가치까지 더욱 추락하면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고통을 덜어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면방업계 사정 역시 매한가지다. 지난해 최악의 경영성적표를 손에 쥔 국내 면방업계는 성수기에 접어들고 있는 새해 들어서도 아직 회복기미를 안 보이자 일부 대방(大紡)들이 앞장 서 제살깎기 막장투매를 서슴지 않고 있다.

30수 코마사를 기준으로 고리당 650달러 선은 유지돼야 함에도 620달러 선까지 떨어지더니 성수기를 눈앞에 둔 새해벽두 일부 대방에서 중국 직수출 가격을 600달러 미만에 오퍼를 낸 사실이 드러나 면방업계가 발칵 뒤집힐 정도다.

원면값이 추락하면서 고가면 사용 업체들의 면사값 손실이 급증한 가운데 올 2~3월까지 고가 면이 완전 소진돼 채산이 다소 나아질 줄 알았지만 원면값 떨어지는 폭만큼 미리 외국바이어와 국내 벤더들이 후려쳐 최악의 작년 경기와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면방업계의 이같은 경영악화를 반영해 지난해 태전방직 등 중견 면방업체가 문을 닫은데 이어 SG충남방까지 이달 말로 공장 문을 닫을 것으로 나타나 면방업계가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섬유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니트직물과 화섬교직물 업계의 사정 역시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환편니트직물업계가 밀집된 경기북부와 대구ㆍ경북지역은 주종인 ITY싱글스판을 중심으로 가동률 50%에 헉헉 거리고 있다.

트리코트 경편직물업계는 지난해부터 땅굴 속으로 가라앉아 가동률이 30%에 지나지 않고 있다.
대구 화섬직물 업계도 상당수가 보유직기 절반을 세워놓고 있다.

염색가공업계는 니트직물과 우븐직물 경기불황에 직격탄을 맞아 가동 물량이 없어 10년 전 가공료를 받으며 그나마 오더를 이삭 줍느라 몸부림치고 있다.

한마디로 의류봉제이건 우븐ㆍ니트직물ㆍ염색 가릴 것 없이 일찌감치 난파선에 쥐 빠져 나가듯 선제적으로 나간 업체는 끄떡 없이 성장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에서 아등바등 버티는 기업은 거의 대부분 쇠락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분초를 다투는 변곡점의 꼭대기에 다다른 시장 환경에 쉽게 변신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치고 있는 것이다.

말인 즉 개혁, 혁신, 창조, 창의, 차별화를 외치지만 정작 변화는 없는 것이 우리 섬유산업의 현주소다.
차별화, 창조하라니까 남의 제품 똑같이 카피해서 함께 죽는 들쥐 떼 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물이 목에 차있다. 더 이상 기다릴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자구책이 발등의 불이다.

우리 섬유산업이 안고 있는 병리현상은 갑자기 나타난 토사곽란이 아니라 쌓이고 고인 중증이기에 얼은 발에 오줌 누기식 임시처방이 아니라 곯은 환부를 과감히 드러내는 대수술이 불가피한 현상이다.

중증치료를 위한 집도를 언제 누가 할 것인지 지금 당장 정부와 업계 단체가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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