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앞으로 중국과 동남아에서 만드는 제품의 5배, 10배 이상 가격에도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곳이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 일본 ‘비즈니스 브레이크스루대(Business BreakThrough University)’학장의 충고다. 그는 “이것이 한국 기업의 도전 과제이지만 한국의 대기업은 도전을 잘 하지 않는다.”고 솔직히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섬유ㆍ패션기업의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유니클로와 도레이의 협력관계를 예증으로 들었다. “패션 의류업체인 유니클로는 섬유업체인 도레이와 함께 탄탄한 파트너십을 발휘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단순한 싼 곳에서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소재기술 개발은 파트너인 도레이가 하고 있다. 두 회사는 신문광고도 같이 할 정도다. 메리트가 생겼을 때 함께 나눈다는 분위기가 없다면 파트너십이 아니다”고 말하고 “한국은 대기업이 메리트를 전부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고 뼈있게 지적했다.

중국보다 5~10배 비싼 제품 만들어야

기로에 선 한국 섬유ㆍ패션기업이 뼛속까지 새겨야할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장기불황의 깊은 터널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 채 상당수 기업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절박한 상황인데도 백가쟁명(百家爭鳴)만 난무할 뿐 진정 섬유ㆍ패션산업이 어디로 가야한다는 대전제도, 처방도 없이 정책부재, 전략부재, 천수답 경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마에 겐이치 학장의 조언대로 한국산 섬유ㆍ패션제품이 중국과 동남아보다 5배, 10배 비싸게 만들 재간이 없다면 유니클로식 경영전략을 구사해야 함에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한국의 섬유ㆍ패션산업의 역사와 노하우, 연관 산업 순발력으로 감안할 때 한국판 유니클로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창업 41년 째 접어든 유니클로가 고성장을 이루며 세계 굴지의 SPA브랜드로 확실히 정착한 것은 불과 10년 내외다. 유니클로 야나이 타다시 회장이 세계 부호랭킹 39위에 마크되고 지난해 매출 153조원, 2020년 목표 50조원의 세계 일류 회사를 만든 저력의 바탕은 끈끈한 파트너십에서 비롯됐다.

유니클로의 대 히트작인 발열섬유 소재 역시 도레이가 개발했고, 심지어 소재업체인 도레이가 연간 6억 달러 이상의 봉제 생산 매출을 올리는 철썩 같은 파트너십 때문이다. 여기에 이도쥬와 미스비스 등 일본 종합상사들이 금융을 지원하고 마케팅을 지원했으며 염색가공ㆍ편ㆍ제직 등 협업 중소기업들의 철저한 파트너십이 톱니바퀴를 이루며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의 과실은 유니클로가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와 공유하는 동반성장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은 모든 것을 혼자 독점하고 과점하려는 놀부근성 때문에 제대로 된 파트너십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중언부언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제일모직과 이랜드, 영원무역, 세아, 한세, 한솔 등 기라성 같은 섬유ㆍ패션기업이 많다. 

 그러나 일본 유니클로와 도레이, 종합상사와 같은 철벽 파트너십이 없이 혼자 독점하려니 비용은 많이 들고 효율은 떨어지고 결국 성장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도 이들 대형 의류패션기업과 화섬, 면방 등 소재업체 그리고 재벌그룹으로 구성된 종합상사가 금융을 지원하고 마케팅에 협력하면 한국판 유니클로가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있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정책으로 방향을 설정해 하나로 묶는 모멘텀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패션과 소재, 금융을 역할분담하며 함께 가는 공존체계를 과감한 예산지원으로 출범시킬 필요가 있다.

업계도 나혼자 다 하겠다는 독불장군 의식을 버리고 함께 멀리가기 위한 협력과 양보정신으로 진정한 협업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패션제품의 부가가치는 휴대폰 반도체보다 훨씬 높다. 명품 브랜드 넥타이 하나의 무게를 기준으로 하면 금값보다 비싸다.

어떤 축지법을 써서 중국과 동남아 제품보다 5배, 10배 비싼 제품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유니클로처럼 값싸고 좋은 제품으로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할 것인가에 대한 프로젝트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공멸이란 막다른 골목을 치달을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도 업계의 전략도 없이 한 해가 시작되고 마감하는 사이 ‘주식회사 한국섬유ㆍ패션산업’이 날개 없이 추락하는 참담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더도 없고 사람도 없고 은행은 기피하고 가동률은 절반에 머물고 중국과 동남아의 협공은 갈수록 심해지는 사면초가 사태를 벗어나기 위한 혁명적인 구조개혁과 정부정책, 업계의 전략이 절실할 때다.

지금 우리 섬유ㆍ패션업계가 처해 있는 상황이 여유롭게 한가할 처지가 못 된다. 자칫하면 과거 오일쇼크 때나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모든 스트림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섬유메카 대구ㆍ경북지역부터 줄초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내 제직ㆍ편직업체 중 돌아가는 설비보다 서 있는 설비가 더 많은 상태다. 앞선 열병합 발전소를 활용한 저비용 스팀료 때문에 경쟁력이 강하다는 비산 염색공단 입주 기업들 마저 ‘악’소리를 내고 있다. 제직ㆍ편직 못지않게 염색가공 업체의 가동률도 가물가물한 상태다.

야간작업을 포기한 지 오래고 최근에는 아예 금요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 곳이 늘어날 정도다. 너도 나도 가격불문하고 공장 가동에 급급하다보니 염색료는 10년 전으로 회귀해 상당수가 돌려도 망하고 안돌려도 망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어찌 대구ㆍ경북뿐이겠는가. 아시아 최대 니트산지를 표방하는 경기북부도 오더 가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주 거래선인 대형 의류수출 벤더들이 해외에 대규모 자체 버티칼 공장을 만들면서 국내서 조달하던 니트 원단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정책ㆍ전략 없는 천수답경영 혁명해야

1일 25만Kg을 웃도는 편직ㆍ염색캐퍼를 자랑하고 있는 홍콩의 나이스다잉이나 퍼시픽 같은 세계 최대 원단밀을 지정하는 외국의류 빅바이어들의 노미네이션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대량 생산의 규모경쟁으로 인한 가격경쟁에서 우리 업계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밖에 없다. 한동안 잘나가던 날염오더도 메말라 반월 소재 중견 날염업체가 부도를 낸데 이어 다른 업체들도 떡쌀 담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언부언하지만 국내 섬유ㆍ패션산업이 총체적으로 뿌리 채 흔들리는 참담한 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가 서 있는 현주소다. 지금과 같은 천수답 경영으로는 국내에 있는 섬유기업들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 지난 주 라스베가스 CES 패널토론에서 “10년 후 현존 기업의 40%만 살아남을 것”이란 예언 아닌 진단을 섬유ㆍ패션업계부터 직시해야 한다. 10년은 고사하고 2~3년을 못 버틸 기업이 수두룩하다.

지금처럼 토사곽란에 머큐롬 바르는 미봉책으로는 생존차제가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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