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두로 이마 지지는 찜통더위에 복날 개 잡듯 한 파열음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경천동지할 세월호 상처가 조금씩 아무는가 싶더니 온 나라를 발칵 뒤집은 육군 윤일병 사망사건으로 참모총장 목이 달아났다. 아무리 폐쇄적인 병영문화라 하지만 전쟁이 나면 옆에서 가장 먼저 목숨을 지켜줄 동료에게 그토록 가혹행위를 한데 대해 모골이 송연해진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불안하다 못해 억장이 무너진다.
가혹행위 내용도 문명국가에서 할 수 없는 온갖 추악한 짓거리가 만연됐다고 한다. 두들겨 패고 곤충, 먼지를 먹이고 심지어 변기통까지 핥게 하는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야만적인 저질스러운 행태가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질책대로 이참에 책임 있는 모든 당사자들에게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야 비분강개한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정권에 대한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전이 흑자내면 제조업이 죽는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고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섬유패션산업이 갈수록 고단하고 팍팍하다. 국내외 시장은 오뉴월에 엄동설한이고 내부적으로 얽히고설킨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덕지덕지 쌓여있다. 전력료를 비롯해 고임금과 인력난 등 악재가 칭칭 휘감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하면서 어느덧 미국산 면사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세상인데 우리는 제조원가에서 인건비에 버금가는 전력료를 더 못 올려 안달이다. 한국전력이나 주무부처는 우리보다 비싼 외국을 지목해 한국이 싸다고 우겨 된다.

그러나 미국의 전력료는 Kw당 3.1센트고 우즈베키스탄은 4센트인데 한국은 10센트란 사실을 숨기고 있다. 일본이 우리보다 비싸지만 일본도 수력발전과 친환경 발전소가 많은 관동지방은 비쌀 뿐 원자력이 많은 오사카 등 관서지역은 싸게 적용되고 있다.

독일이나 불란서도 친환경 발전소 전기료가 비싸지 원자력 발전 요금은 훨씬 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한전은 방만한 운영체제를 개선할 생각보다 손쉬운 전력료 인상 타령이다.

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한 것은 세일가스 생산으로 에너지 비용이 절감된 것이 큰 요인으로 보여지고 있다. 미국의 OE방적사가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세일가스를 이용해 에너지 비용이 싼데다 OE정방기 공장은 밤에 불을 꺼도 자동으로 가동되는 첨단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산 면사가 중국에 수출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다.

이 삼복더위에 중소 가연업체들이 전기료가 겁나 냉방기를 끄고 비지땀을 흘린데다 대형 면방업체들도 냉각기를 끄고 내부온도 섭씨 40도 근처에서 조업하고 있다. 가뜩이나 비싼 전력료도 걱정이지만 여름철 피크타임을 적용하면 전력료가 엄청 추가되기 때문이다. 한전이 공기업으로 엄연한 상장기업이지만 흑자를 많이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한전의 흑자는 곧바로 제조업의 전력료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인력난은 돈보다 더 급한 발등의 불이다. 워낙 경기가 땅굴 속으로 빠져들어서 그런지 경기가 조금만 회복되면 사람이 없어 공장 가동이 어려운 처지가 우리 업계가 서 있는 현주소다. 섬유뿐 아니라 모든 중소 제조업이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외국인근로자 쿼터를 늘리지 않고 노동의 국수주의를 고집하는 관료들이 한심하다.

언필칭 외국인근로자가 들어오면 국내 근로자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우기지만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생산 현장에 들어오면 말도 안통하고 생산성도 훨씬 떨어지는데 왜 국내 근로자보다 오히려 돈을 더 주고 외국인 근로자를 받겠는가. 국내 근로자는 떡 쪄놓고 빌어도 오지 않으니 공장을 세울 수 없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율정책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실적이 어닝쇼크로 뒤집어진 판에 섬유를 중심으로 한 경공업 수출은 날벼락을 맞고 있다. 무역흑자가 크고 자본시장에 외국 자본이 몰려와 정부의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한가한 소리다.  

남미 경제를 망친 당사자가 명문 시카고 대학출신들이듯 케인즈 이론이 어떻고 저떻고 떠드는 이론무장보다 실물에 밝은 정책 담당자가 경제를 살린 것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시장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경제 교과서가 아닌 지도에 없는 획기적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20년을 뒤로하고 재도약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는 아베노믹스 역시 교과서와는 거리가 먼 독불정책 때문이다.

이같이 우리 업계 스스로 풀 수 없는 여러 대못들이 괴롭히고 있는 과정에서 더욱 고통스럽게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 내부의 자기중심적 사고 양태다. 하나의 예증으로 중국산 화섬직물 생지가 몇 년 전부터 무수히 반입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상반기에 중국산 폴리에스테르직물 생지가 281만 6046Kg에 달했다. 작년 동기 220만5151Kg보다 또 9%나 늘었다.

가뜩이나 해외 경기 침체에 경쟁력을 잃고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처지에서 이같이 대단위 생지 물량이 들여와 염색 가공해 내수와 수출용으로 나가고 있다. 이같은 무분별한 중국산 생지 수입은 필연적으로 국내 제직업체의 가동률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급기야 대구 산지 화섬직물 직기 절반 내외가 세워져 있다.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이 자기 배만 채우기 위해 중국산 생지를 대량으로 들여와 돈벌이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이같은 중국산 생지의 대량 반입이 몰고 올 파장과 피해를 오래전부터 걱정하며 대서특필해 왔다. 당장 국내 산업피해는 물론 원산지 위반으로 걸리면 해당 회사가 3년 치 관세를 폭탄 맞을 수 있고 그 여파로 한국 직물업체 전체에 감시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지적해 왔다.

이참에 중국산 생지 대량 반입 뿌리 뽑자

본지의 이같은 직필정론의 대서특필에도 불구하고 대구산지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못해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자신들의 존립기반이 흔들리는데도 바늘로 찔러서 한참 있다 “아야”하는 무감각에 실망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만시지탄 속에 대구직물업계가 급기야 분연히 일어났다. 이대로 가면 중국산 생지 때문에 대구산지가 자칫 공멸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을 인식한 것이다.

최근 대구경북직물조합이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대응책에 나섰다. 중국산 생지 반입에 따른 반덤핑 제소와 고발방안을 서울의 대형 로펌에 의뢰한 것이다. 중국산 생지의 대량 반입으로 공동 피해자인 화섬업계와도 공조를 통해 발본색원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늦었지만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섬유패션 각 스트림이 이참에 다시 한 번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정신으로 ‘주식회사 한국섬유산업’의 공동체 의식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