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재미 섬유ㆍ통계학자 서문원 美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

섬유산업은 사양산업 아닌 영속적 산업
섬유에 통계접목 마케팅 지평 넓히고파

지난 17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Tex+Fa CEO포럼에 국내외 섬유학계의 저명한 재미섬유공학 및 통계학자 서문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NCSU) 교수가 참석해 시선을 모았다.
서 교수는 빠듯한 일정중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에 난감해 하면서도 준비한 쪽지 등을 내놓고 차근차근 섬유산업에 관한 평소 구상과 소신을 풀어놨다.

그는 자신을 통계학ㆍ경영학ㆍ섬유학을 아우르는 팔방미인이라고 소개하며 웃었다.
서 교수는 대화에서 섬유공학, 마케팅, 융합 등을 주 키워드로 제시했는데 특히 마케팅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학 섬유학과에서는 연장(tool)을 만드는 법만 가르칠 뿐 연장을 활용해 집을 잘 짓는 법은 등한시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를 통계학적으로 규명해 섬유를 통계와 융합함으로써 마케팅의 효율성을 찾으려 합니다.”

그가 이번 방한의 주목적을 말해버린 것이다.
3주 체류 일정으로 서울에 온 그는 섬유ㆍ통계학 제자 10여명을 만나 소통하면서, 이들과 함께 국제학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학회 이름은 미정이지만 '섬유속의 통계(Statistics in Textile)'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학회 결성의 당위성에 대해 한국에서 섬유공학이 과소평가받는 것 같아 이를 좀 더 규명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연구투자에 비해 효율이 낮습니다. 연구할 시간을 주고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줄 필요가 있어요. 저는 컨퍼런스를 통해 이를 뒷받침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NCSU의 학부에서 ‘품질경영 및 관리(Quality Management & Control)’와 대학원에서 연구방법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연구방법론과 관련해 개인들의 창의성과 효율성 창출에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돈버는 것 외에 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이 있어야 해요. 제품이란 이른바 나노사이언스나 물리학이 아닌 시장에서 호평받는 제품 그 자체입니다”

서 교수는 연구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방법 뿐 아니라 소비자 니즈에 맞는 품질개발을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관건이라며 ‘Product Development(제품개발)’에 유통마인드가 더해져야 하는데, 유통 부문이 상대적으로 못 따라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통계학적으로 규명해 계량화시킬 계획임을 내비쳤다.
일각에서 바라보는 섬유산업 사양론에 대해서 서 교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섬유산업은 절대 사양산업이 될 수 없습니다. 20~30년 전 사람들은 저보고 왜 해가 저무는데 그길(섬유)로 가느냐고 물었죠. 하지만 해는 이튿날 다시 뜹니다. 섬유산업이 바로 그렇습니다. 의-식-주 아닙니까. 섬유생산이 활발해지면 그에 따른 여타 서비스산업도 확산되는 데 말입니다.”

서 교수는 업계가 느끼고 있는 ‘신제품 개발’에 대한 의식과 강박관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제품이란 반드시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존 제품에 새기능과 디자인을 입히면 이 또한 훌륭한 신제품이죠. 이를테면 공업용 끈일지라도 투박하게 만들기보다 기능적 요소에 컬러풀하게 만들자는 거죠. 일종의 융합입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가격경쟁력만 지나치게 생각하며 쫓아가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메뚜기 생산체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섬유업체들이 노동력과 저임금을 좇아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로 가더니 이젠 아프리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다음엔 어디로 갈 건데요?”

투자비용을 줄이기보다 효율성있는 방법을 강구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예를 들었다.

“Gap이나 리바이스 등의 유통업체들이 스스로 학교에 찾아와요, 그들은 테크놀로지 백그라운드를 가진 학생들을 데려가 자신들이 마케팅을 시키겠다는 거예요. 마케팅 역량은 테크놀로지를 공부한 사람이 훨씬 두각을 나타내는데 양쪽을 보완하면 시너지가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저가로 많이 팔겠다는 생각보다 기능성으로 승부합니다.”

서 교수는 글로벌 시장공략과 관련해서도 마케팅력을 강조했다.
한국민은 중국ㆍ일본사람들보다도 미국인과 소통을 잘 하는 편인데 마케팅 능력은 떨어져 FTA 관세혜택에도 미국에 먹히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놓고도 마케팅력이 취약해 그저 사주기만 바라는 형국입니다. 우리는 서플라이체인 구축 같은 역량이 부족해요. 이런식으로 가다간 국내 시장이 미국의 대형유통업체에게 점령당할 것입니다. 미국인의 마케팅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죠."

그는 우리도 미국에 마케팅본부를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본ㆍ중국의 경우 드러나지 않게 조합형식을 띤 단체가 활약하고 있다는 것.

서 교수는 끝으로 안보이는 시장도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섬유로 만든 제품은 20년보다 10배 가량 증가한 규모라며 한국의 기능성ㆍ예술성이 융합된 제품으로 공략한다면 중국의 부가가치 높은 의류시장에서 20년 이상을 지배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체류 기간 세미나, 포럼, 학회 등에 참석하며 1분, 1초를 아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인터뷰 도중 수시로 전화벨이 울리고, 일일이 짧게 답을 해주는 모습이었다.
재미한인과학기술협회(KSEA) 회장을 역임한 그는 회원들이 출연한 ‘세월호’ 성금 1만 5000달러를 최근 유니세프 서울지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서문원 교수는 일생동안 섬유공학과 통계학을 접목시킨 공로로 2002년 미국통계학회로부터 펠로로 선정됐다. 175년 미국 통계학 역사상 한국인 수상은 서 교수가 처음하다.

[서문원 교수]
▲1993~(현재). 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Charles A. Cannon 석좌교수 (섬유공학) 동 대학 통계학 및 OR 정교수 ▲1987~1992. 동 대학 부교수 ▲1969~1987. 벌링톤 본사 (Burlington Industries, Inc.) 통계 및 OR 수석연구원 ▲2002/7~12. 서울대학교 자연대 통계학과 및 KITECH 방문교수 ▲1991/7~8. 일본 교토공대 (Kyoto Institute of Technology) 초빙교수 ▲1976~1987.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외래 대우교수 ▲1976/7 KIST. 초빙연구원 ▲1979/7. 서울대학교 자연대 통계학과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섬유공학 학사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섬유공학 석사-통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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