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초목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멀쩡한 국민의 뺨을 때리고 또 때려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눈만뜨면 개처럼 싸우는 그들에겐 국민은 없고 정쟁만 있다. 대화와 타협은 간데 없고 오만과 오기로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칼날을 번뜩인다.대선의 길목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너죽고 나살자는 음습한 살인극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정권에 환장한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듯한 적개심이 이글거릴수록 정치가 난장판이 되고 나라가 풍지박살로 가고 있다.죽기살기 막가파식 싸움의 중심에 이른바 '신의아들'과 '어둠의 자식들'이 있다. '유전면제' '무전현역'이란 신조어가 바로 그것이다.스트림 모두가 총체적 위기분명한 것은 진실은 하나다. 법무부 장관이 열 번 바껴도 있는 것은 있는것이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개명천지에 그것도 국회 과반수를 장악하고 있는 야당후보 아들에 억지로 덤터기를 씌울수 있단 말인가. 정치권이 예단하며 설쳐댈수록 거꾸로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이성을 되찾아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그런 성숙된 모습이 아쉽다.우울하고 분통터지는 것은 정치뿐이 아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섬유산업에 과연 내일이 있는가 하는 오만가지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단순한 분석으로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 무역흑자 효자산업 섬유수출이 낙조가 드리워진지 오래다. 수출은 수직하강하고 수입은 수직상승하는 대조적인 현상속에 갈수록 미래가 안보인다.올 상반기를 기준해도 수출은 전년대비 7.2%나 줄었지만 수입은 무려 22.4%나 늘어났다. 동대문, 남대문 시장물건까지 세계의 공장 중국으로부터 들어오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스트림법 현황을 보면 싹수가 노랗게 변하고 있음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재벌축성의 지름길인 화섬산업부터 벌써 자생력을 잃어가면서 한계상황을 호소한지 오래다.국내 거래선인 미들스트림이 갈수록 고립무원의 한계 상황을 맞으면서 거대한 화섬산업까지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중국 경기에 따라 원사값이 춤을 추면서 사실상 중국에 예속된 상태다.그만큼 중국 의존율이 높아진 것이다. 중국이 재채기하면 감기몸살을 앓을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세계 최대 화섬 수요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이 언제까지 한국산 화섬원사를 수입할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시작됐지만 중국산 레귤러사 반입이 이루워진 것을 감안하면 앞이 캄캄하다.면방역시 미래의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20여 대방중 절반 이상이 워크아웃, 화의, 법정관리 기업으로 한계 경영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도·파키스탄산 코마사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물론 니트나 직물업계 모두 더 싸게를 요구하는 제품업계의 요구에 따라 가격경쟁력의 한계를 맞은지 오래다.일신방이나 동일방이 특수하게 연간 100억 이상의 순익을 내고 있지만 그것은 계열 패션회사의 이익이 전입된 요인이다. 삼일방을 비롯한 극소수 회사들이 차별화 특화전략으로 이익을 내고 있을뿐 대다수 면방업체는 아직도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해외 탈출로 재미를 봤던 의류봉제수출업계 역시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국내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을 못이겨 난파선에 쥐빠져나가듯 해외로 나갔지만 이젠 이또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카리브국가의 인건비가 월300달러로 상승하면서 5년째내리 매년 10%이상 가격인하가 단행된 미국시장 여건때문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예기치 못한 인테넷 비딩이 등장했고 이것이 한해에 27%라는 상상을 초월한 가격추락을 부추겼다.여기에 한정된 시장에 카리브진출 기업들이 너나없이 베트남 등지에 대규모 봉제공장을 지으면서 우리끼리 제살깎기 경쟁이 벌어져 채산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말이쉬워 50개 100개 라인이지 단위공장당 5,000명에서 1만명 가까운 초대형 공장을 수십개씩 신설하다보니 가격체계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 단순한 가격체계 붕괴뿐 아니다. 한국에 있는 봉제공장중 가장 큰 공장이 50명 내외인점을 감안하면 국내산업의 공동화가 어느정도 가파르게 심화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물론 영업은 서울에서 하고 소싱은 가장 싸고 노동의 질 좋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글로벌 전략이지만 이것 역시 갈수록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반전되고 있다. 과거처럼 공급체계가 한정돼 있을때와 달리 수입업자의 주도권이 그만큼 강해져 우리 의류수출업계가 축소지향 압력속에 갈수록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세계 최대 합섬직물산지인 대구의 미래도 캄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꺼져가는 대구합섬직물산업을 살려보자며 시작했던 밀라노 프로젝트 열기마저 많이 식어진 이 시점에서 쇠락의 징검다리를 앞다투어 건너고 있다.본지가 이미 지적한대로 대구 기업인들이 의욕을 상실하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신규투자가 이루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 엄연한 증거이다. 하나의 예증으로 작년한해 워터젯트룸이 5,000대 가까이 폐기되거나 해외로 이전한 반면 신규투자는 350대에 불과했다면 다른 구차한 설명이 필요없다. 현재 보유시설로 돌릴때까지 몇 년 돌리고 그 다음에 누에처럼 고치짓고 들어가자는 체념적인 냉소주의가 만연되고 있다. 그만큼 누에처럼 내일은 없다고 스스로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이다.공장가동보다 전세가 이익 이상한 것은 대구·경북지역에 공장을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 불티나게 잘 팔린다는 소문이다. 섬유가 아닌 전자나 자동차부품쪽은 활황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섬유공장을 운영하면 한달에 1억씩 적자내기 쉽지만 가동을 포기하고 세를 주면 월 3,000만원 수입이 그대로 떨어진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이다. 이런 판국에 사명감, 소명의식이 사라진지 오래인 이 시점에서 누가 고달프게 섬유공장을 운영하겠느냐는 시각이다.설상가상으로 섬유기업들은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문제이다. 인력난으로 공장을 못 돌리는 절박한 현실에서 정부나 단체는 백가쟁명식 의견만 즐비할뿐 실체적 대안이 없는 한심한 모습이다. 마치 토사곽란에 머큐롬 바르는 식의 땜질정책과 토론만 무성할뿐이다. 늦었지만 우리모두 현실을 직시하고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는지 다시 복기(復碁)하면서 소가 밟아도 끄덕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고단위 처방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경주할때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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