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천도적(天道的) 진리는 자연의 이치와 상통한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안긴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폐허를 바라보면서 이같은 자연의 섭리가 새삼 실감난다.치산치수(治山治水)는 옛말이고, 산과 들을 깎고 불태우며 자연을 망친 업보가 무서운 재앙으로 돌아왔다. 몇 년전 산불로 태백산이 잿더미로 변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오늘 이순간도 전세계적으로 매일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8,000개 면적이 불타고 있다니 하늘이 재앙을 내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은 자고새면 개처첨 싸우고, 지역은 동서로 갈리어 피터지는 싸움에 하늘이 저주했다. 옛부터 곡식을 버리면 죄를 받는다고 했는데 쌀이 남아돈다고 가축사료로 사용하겠다는 발상이었으니 하늘이 진노한 것이다. 아비규환 속에 신음하는 수재민 돕기에 섬유·패션업계가 앞장설 것을 촉구하며, 자연을 훼손하면 이같이 무서운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깨우쳤으면 싶다.대구직물업계 내일은 없는가다시 본질 문제로 돌아가 속고 사는 것이 인생이지만 내일이 없는 자포자기 행태는 더욱 무서운 병통이다. 바로 내일은 없다는 체념적인 냉소주의에 파묻혀버린 대구섬유업계가 한심하다.이에 필자가 중언부언 지적한 것 처럼 적어도 외양적으로 볼 때 대구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주력업종인 합섬직물의 쇠퇴를 막을 어떠한 처방도 자구노력도 없이 이대로 살다 끝내겠다는 무서운 체념이 보편화된 것이다.그 단적인 증거는 신규투자가 없다는 점이다. 설비이건 기술투자이건 새로운 투자가 없다는 것은 기업을 지속할 의사가 없다는 증거다. 중국의 추격이 아무리 무섭고 사람이 없어 공장가동이 어렵다고 해도 돌파구는 투자 밖에 없다. 그저 현재 설비로 몇 년 돌리다 적당할 때 그만두고 손 털겠다는 발상이 문제다. 이런 안이한 발상속에 너도나도 직기를 세우면서 직기 처분에 혈안이 돼있다. 당연히 중고혁신직기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기업마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하여 공장을 팔거나 전세 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급기야 기업마다 외형이 급진적으로 줄어들면서 추석을 앞두고 일부업체는 떡쌀 담그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종업원들은 사장이 언제 야반도주할까 싶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여차하면 원단이라도 확보해 밀린 임금받겠다는 살벌한 분위기이다.그래도 '배운 도둑질이 이것 밖에 없다'며 무역부 직원들이 줄줄히 퇴사해 신규 트레이딩 회사를 설립해 우후죽순격으로 창구가 늘어났지만, 전체 실적이 늘기는커녕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올들어 8월말 현재 폴리에스테르직물 수출승인실적을 봐도 작년동기보다 무려 20% 가까이 줄었다. 지난 4년간 내리 이같은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일본 후꾸이지역 붕괴속도에 비해 대구산지도 같은 속도로 쇠락해지고 있다. 불황보다 더 무서은 자포자기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야 할 것은 대구산지가 과연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다. "시황은 나쁘고 중국의 경쟁력에 앞·뒷발 다 들었다"는 체념적인 논리가 상당수에 달한 것이 부인못할 현실이다. 그들에게 "진정 최선의 자구노력을 경주하고 있느냐"고 물을 때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한마디로 대구산지에서 자포자기를 선도하는 당사자나 훈수꾼 일수록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힘들다' '못해먹겠다'만 외쳤을뿐 자신의 전재산과 회사의 모든 핵심역량을 총집결해 불황을 탈출하려는 총력전이 부족했다.엊그제 섬유개발원 세미나에서 어느 업계 지도자가 지적했듯이 초우량기업 삼성전자를 예증으로 보자. 반도체를 제쳐놓고도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은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이어 세계 3위의 난공불락 위치를 다지고 있다. 세계 1위 고지점령이 초읽기에 들어갈 정도다. 그러나 삼성이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회사는 아니다. 선진 선발기업들이 먼저 개발하고 시장을 구축한 이후 뒤늦게 뛰어들어 그들을 제쳤거나 마지막 추격중이다.다시말해 남의 기술을 모방하는 짜집기 기술에서 세계 초일류 면모를 보인 것이다. 창조는 어렵지만 모방은 쉽다. 그러나 단순모방이 아닌 짜집기 기술이 중요한 것이다.대구산지도 마찬가지다. 독자개발을 위해서는 돈과 사람, 시간이 많이 필요해 엄두를 못 낼수도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처럼 세계 일류 제품에 대한 모방기술, 짜집기 기술을 위해서라도 전력투구 했어야 했다.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워지는 요술은 없다. 자기는 아무 노력않고 단순 카피나 할려는 무임승차한 행태로 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를 살아갈려는 발상이 문제이다. 이같은 대전제에서 국외자가 훈수를 한다면 지금이라도 대구합섬직물업계가 타이타닉 이후 최고 히트 상품인 2중직 직물을 짜면 채산이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이다.2중직으로 전환하면 어림잡아 직기대당 하루에 8만원∼10만원을 거뜬이 벌게 돼 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터키 등에만 들어가던 2중직이 바캉스 휴가가 끝나자 두바이에서도 디멘드가 일기 시작했다. 이 지역이 입질을 하면 대량물량이 움직이는 것은 불문가지이다.다만 2중직을 짜기 위해서는 직기 폭이 190cm 이상이 돼야한다. 기존 직기로는 170∼180cm 밖에 안 나온다. 이럴때는 기존직기 일부를 개체하거나 통째로 바꿔 190cm 이상 제품을 짜야한다. 문제는 이것마저 노력하지 않고 '내설비로는 안돼'하는 푸념만 늘어 놓고 있으니 기업경영이 팍팍할 수 밖에 없다. 경기탓이나 중국탓은 핑계일 뿐이다. 최소한의 삽질마저 안하고 물이 고이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모순이다.다른업종의 움직임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자개발이나 창조가 어려운 것은 의류수출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이태리나 불란서 등 세계 패션 선진국에서 만든 고급소재의류와 디자인을 독자개발해 경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벽이 너무 높다.성공한기업 망한기업 사례발표 그래서 착안한 것이 이태리와 불란서에서 생산된 최신패션의 고가의류 샘플을 대거 수집해 이를 소재에서부터 디자인을 정밀분석해 업계에 보급하는 방안이 수립된 것이다.바로 의류산업협회가 오는 10월초에 이같은 선진패션트랜드의 분석 전시회를 갖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내가 개발하지 못한 소재를 전문가가 분석해 그대로 국내에서 만들면 손재주와 순발력에서 뛰어난 한국산 경쟁력이 훨씬 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구산지도 이를 타산지역으로 삼아야한다.결론적으로 대구직물업계가 어찌보면 돈벌기 싫은지도 모른다.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고 있는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 이순간 대구섬유단체에 한가지 제안 할 것이 있다. 대구의 섬유개발연구원이나 대구견조가 중심이 돼 성공한기업 10개사와 망한기업 10개사의 사례를 정밀 발굴해 이 회사는 어떻게 성공했고, 저 회사는 왜 망했는지를 냉철히 분석하는 그런 연구결과가 필요하다. 바늘로 찔러도 한참있다 '아야'하는 대구직물업계에 마지막 자극을 주어 이제라도 변하게 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램때문이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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