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개벽이 따로 없다. 기절초풍할 주적과의 동침이 임박했다.대명절 추석 이틀을 앞두고 남북이 동시에 경의선 철도를 잇는 첫 삽질이 시작된다. 지뢰밭 비무장지대가 복덩이 비단길로 바뀐다. 꿈의 실크로드가 한국에서 북한, 러시아, 유럽을 이어 갈 수 있는 역사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여기에 부산 아시안게임에 사상 최대규모의 북한 선수단이 참가한다. 김정일 답방설로 연기가 모락모락난다.돌아가는 통박이 하도 빠르고 어지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분명 북측의 꼼수가 있을텐데 알고 속은 것인지 모르고 속은 것인지 그것이 걱정이다. 내친김에 섬유업계가 눈을 번득거리는 개성공단이 궁금하다. 사업주체인 현대 아산측이 연내 착공합의설을 발표해 긴가민가하면서도 일단 되기는 될 모양이다. 임금, 육로수송, 근로자접촉 관건50만평의 개성섬유공단. 이것이 조성되면 한국의 섬유산업의 판도가 달라진다. 지난 15년간 1,800개 가까운 국내 섬유공장이 해외로 탈출한 상황에서 개성섬유공단이야말로 일단 긍정적인 시각으로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인력난과 고임금에 고립무원의 한계상황을 맞고 있는 우리섬유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로 개성섬유공단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점을 반영해 지난 2000년 8월 개성섬유공단조성 협력기관인 섬유산업연합회가 입주신청을 받은 결과 당시 130여 업체가 선뜻 신청했다.당시분위기는 지금과 달리 실현가능성이 희박했던 점을 감안할때 다시 재신청 과정을 거치면 신청자가 훨씬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판문점에서 불과 8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개성공단이 조성되면 노동의 질이 우수하고 값싼 북한인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경쟁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더구나 2004년이후 선진국 섬유쿼터가 폐지되면 세계의 공장 중국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우리 섬유산업을 감안할 때 개성공단의 의미는 더욱 크다. 카리브나 베트남, 중국으로의 탈출이 아니더라도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기를수 있다. 그만큼 개성섬유공단이 조성되면 위기의 우리 섬유산업이 새로운 활력소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개성섬유공단이 성공적으로 이루워지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분명히 못박아야 할 몇가지 전제조건이 선행돼야한다. 대우 남포공장의 실패를 반면 교사로 삼아 정부나 현대 아산측이 사전에 분명하고 단호하게 쐐기를 박고 시작해야 한다.우선 가장 큰 인프라조건인 전력문제는 섬유공단뿐 아니라 전체 개성공단 차원에서 해결될 것이기 때문에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다. 남한 전기를 빌려쓰건, 화력발전기를 활용하건 큰 틀은 현대아산과 북한측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임금문제이다. KEDO 건설현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생떼를 써 임금을 500달러이상 요구하며 난동을 일으켰던 뼈아픈 우를 재연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더구나 개성공단이 조성되면 우리 입주업체끼리 필연적으로 인력 확보전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스카웃건이 없다해도 근로자 수요가 늘어나면 터무니 없는 수준의 임금요구가 제기될 것은 불문가지이다.그래서 우리의 외국인근로자 수준이 아닌 중국근로자 수준으로 임금을 동결하는 사전장치를 분명히 마련해야한다. 그들을 도와주는 KEDO 사업장에서도 임금투쟁으로 난동을 부릴정도인데 하물며 근로대가를 받는 사업장에서의 문제제기는 그들의 속성상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하나 개성섬유공단 투자회사 직원과 기술진이 북한근로자들과 자유롭게 기술지도와 품질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포 대우공장에서 경험한 것처럼 북측에서는 남측사람과 접촉하므로써 사상적인 동요를 두려워해 아예 기술지도 접촉마저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봉제방법, 담수지도를 하려고 해도 북측간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과 품질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남측기술자들은 일정기간 기술지도가 끝나면 그들이 아무리 붙잡아도 남지 않을 상황인데 그들은 모든 것을 사상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여기에 또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물류이동 문제이다. 지금까지는 남포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인청항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제는 해상수송이 아닌 육로수송을 보장받아야 한다. 판문점과의 거리가 8Km에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육로수송이야말로 경쟁력의 관건이기 때문이다.이같은 몇가지 전제가 보장되면 개성섬유공단은 예상을 웃도는 투자가 몰릴것으로 보여진다. 거대한 장치산업인 화섬공장 이전은 어렵지만 우선 면방업계의 중고시설은 대거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370만추에 달하던 국내 면방업계 설비중 120만추 이상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전했다. 싼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찾아간 것이다. 이제 멀리갈 필요없이 개성섬유공단으로 가면된다. 대구섬유업계도 줄잡아 3,000대 규모의 혁신직기를 개성섬유공단으로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현지에서 제직해 국내로 반입해 가공 수출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염색가공도 현지에서 처리할 수 있다. 사람이 없어 세워놓은 공장, 고임금으로 채산을 맞출수 없는 제직공장들이 중저가품까지 중국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 편직공장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제주에 말 사는 것과 다르다 봉제산업은 더욱 활기를 띨 수 있다. 수만리 타국에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제주에 말 사놓은 것처럼 관리나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1,000여개 해외공장 탈출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이제 동대문, 남대문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까지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성사만되면 개성섬유공단이 이를 카버할 수 있다. 아무튼 개성섬유공단은 남북 모두를 위해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하도 엉뚱한 생떼를 밥먹듯 하는 북쪽의 태도로봐 또 무슨 함정이 있을까 싶어 조바심을 떨칠수 없다. 성공한 북한출신 섬유기업인들이 개성섬유공단을 학수고대하면서도 그들의 꼼수를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나 현대 아산측이 이같은 전제조건을 꼭 충족시켜 관철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本紙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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