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이 임박하면서 망국지병(亡國之病)이 도지고 있다. 여·야 가릴것 없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대권에만 혈안이돼 막가파식 싸움으로 날 밤을 새우고 있다. 각당 지도부가 총 출동해 입에담지 못할 욕설과 삿대질로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신성한 의사당에서 까지 '양아치', '또라이', '인간망종' 등 온갖 추악한 저질 망언이 난무하고 있다. 마치 조실부모(早失父母)한 뒷골목 호래자식들과 다를바 없는 체면불구의 행태가 백주에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겐 국가도 민족도 뒷전이다. 북한이 핵폭탄을 제조중이라는 경천동지할 소식에도 이를 대권용 소재로 악용하기 위한 꼼수 찾기에 안달이다. 심지어 전세계가 찬사와 갈채를 보낸 DJ의 노벨평화상을 두고 로비를 했다고 세계를 향해 고래고래 악을 썼다. 바닥에 떨어진 한국의류 비중더욱 한심스런것은 노벨평화상 로비설이 근거없는 어거지 논리인줄 알면서도 소속의원들이 덩달아 맞장구를 친 기막힌 행태다. 밤중에 동네 개 한마리가 달을 보고 짖으면 온동네 개가 따라 짖는 격이다. (一吠形,百吠聲)득달같이 스웨덴 한림원이 발칵 뒤집혔다. 전 세계가 무절제하고 몰상식한 한국 정치인을 향해 여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다시는 이땅에 노벨상이 얼씬하기 어려운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한 망신 행진곡이었다. DJ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경사를 대권 소재로 폄하시킨 그들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이런 저질스럽고 협량한 정치인이 우리사회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가 서있는 현주소인 것이다. 다시 우리 얘기로 돌아가 이 땅의 빈곤퇴치의 주역이자 고래 심줄처럼 마르고 닳토록 질길줄 알았던 의류수출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미 난파선에 쥐 빠져나가듯 1,500개 이상이 해외로 탈출한 것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무너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하나의 예증으로 가장 큰 주시장인 미국에서의 한국의류 비중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지난 90년만 해도 미국에서의 한국의류 비중은 9.7%에 달했다. 불과 11년후 올 상반기에는 3.4%로 추락했다. 반면에 지난 90년 미국시장 점유율이 2.7%에 불과하던 멕시코는 작년말 기준 13.7%로 1위에 등극했다. 중국도 11.4%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 쿼터가 폐지되는 2005년부터는 중국의 비중이 30%이상으로 급등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풍부한 인력과 싼 임금, 안정된 노사구조를 안고 있는 세계의 공장 중국 앞에 어느 경쟁국도 이겨낼 재간이 없다. 반면 우리는 쿼터란 보호막 아래에서 상대적으로 쿼터량이 형편없는 태국, 방글라데시아 등과 비슷한 점유율로 추락했다. 이것도 2005년 섬유교역이 자유화되면 미국에서의 우리의 의류비중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국의 의류수입단가중 한국산 인하폭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실제 미국의 대한국 의류수입단가는 작년기준 Kg당 18.5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전인 96년의 25.9달러 보다 28.7%나 떨어졌다. 억장이 무너진것은 우리가 저가품으로 평가해온 중국산이 오히려 훨씬 비싸다는 사실이다. 작년기준 중국산 의류의 대미수출 가격은 평균 23.7달러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류보다 오히려 30% 가까이 비싸다는 사실이 숫자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홍콩 역시 우리보다 비싼 Kg당 평균 22.9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대만과 비슷한 수준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류는 97년 외환위기에 따른 환율상승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달러당 1,600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단가를 내려처도 대박이 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환율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다. 환율이 다시 안정되면서 경쟁력은 더욱 뒤쳐지고 있다. 명색이 의류수출 대국에서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가격마저 추락한 상황에서 우리업계가 얼마나 더 버틸지 불연성 가연심리가 팽배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먼 장래가 아닌 당장 2005년부터 쿼터란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한국산 의류수출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는 이같은 심각한 위기국면에서도 뚜렷한 대안이나 처방이 없다는 사실이다. 천수답 바라보듯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겠지하는 안일한 대응 아니 자포자기 행태가 만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체념적인 포기행태가 고개를 들면 소속단체나 정부가 나서서 어디로 가야한다는 전제를 제시해야 되는데도 말만 무성할뿐 실질대책이 없다. 정부나 단체가 모양내기 회의는 뻔질나게 하지만 백가쟁명식 의견만 난무할뿐 무엇하나 딱부러진 처방이 없다. 이런 와중에 2005년을 향한 초침 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의류산업의 낙조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여기서 명심해야할 것은 이미 낙조가 드리워진 의류수출로 인해 다른 스트림도 동반 몰락한다는 사실이다. 과거 일본이 우리에게 그랬듯이 의류가 생성되면 직물, 원사, 부자재 등 관련산업이 동반 성장하게 된다. 반면 의류가 몰락하면 직물, 원사 등 다른 스트림이 함께 가는것은 불문가지이다. 의류죽고 섬유산업 못산다.중국에 소재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는 원동력은 의류산업의 성장이 주도한 것이다. 방글라데시 같은 의류수출 후진국에도 안감뿐아니라 겉감공장이 우후죽순격으로 성장해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것이 좋은 예다. 필자가 20∼30년전부터 의류산업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생각을 바꿔 다시 일어나기 위한 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 바탕에서 미국시장에 대한 다양한 전략 마케팅을 세분화하고 강화해 의류수출을 촉진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의 궤적을 봐도 미국은 소득과 소비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응과 고찰이 부족한채 20∼30년전 방식으로 일관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OEM수출의 한계를 30년전에 제시했는데도 변화가 없었다. 늦었지만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정진하는 지혜와 준비가 필요하다. 더 이상의 천수답 경영은 안된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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