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섬유ㆍ패션 가족의 화합과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한 ‘섬유ㆍ패션 CEO포럼’이 지난주 제주 롯데호텔에서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로 12회째 열린 이 행사는 분초를 다투며 엄습하는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심신을 재충전하면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값진 기회였다. 더욱이 올해는 세월호 충격으로 시리고 먹먹한 마음을 달래면서 다시 도약하자는 섬유ㆍ패션인의 다짐의 의미가 컸다. 300여명의 생사람을 수장시킨 지난 2개월의 분노와 한숨, 눈물과 절규를 희석시킨 아주 특별한 자리였다.

국내외 유명 강사진을 초빙해 섬유ㆍ패션산업의 정부 정책과 글로벌 소싱과 마케팅 전략, 첨단 섬유의 미래전략 등 섬유ㆍ패션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유익한 강연은 CEO들에게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제주 CEO포럼 소통과 화합 다졌다.

정부에 있을 때 친섬유ㆍ패션장관으로 불리던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섬유ㆍ패션인의 딴 생각’이라는 주제의 구수한 특강부터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윤상직 장관을 대신한 최태현 산업부 국장의 ‘정부 섬유ㆍ패션산업 육성정책’은 업계에 많은 희망과 용기를 안겨줬다.

더욱이 세계적인 바잉 에이전트인 홍콩의 리앤풍 소싱담당 수석 부사장인 ‘루카스 마요르가’ 씨의 ‘중남미 지역의 소싱전략’은 한국의 섬유 의류업계의 수출전략에 많은 참고가 됐다. 이어 세계적인 석유화학 기업인 일본 도레이의 ‘스가 야스오’ 취체역이 공개한 ‘도레이의 글로벌 경영과 탄소섬유’에 관한 특강은 우리 섬유산업이 어디로 가야한다는 대전제를 제시했다.

다양한 레저프로그램을 겸비해 심신을 재충전하면서 글로벌 경영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참석자 대부분이 열띤 호응을 보였다. 단순히 놀고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 접할 수 없는 글로벌 경영정보를 익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란 점에서 이 행사의 의미와 가치가 돋보이고 있다.

올해는 세월호 충격으로 인해 참석자가 다소 줄었지만 수도권과 충청, 대구ㆍ경북, 부산, 호남지역에서 골고루 참석해 섬유ㆍ패션인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화합과 단결의 값진 성과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조금은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스트림과 지역에 관계없이 골고루 참여한 이 행사에 유난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 있어 씁쓸함을 달랠 수 없었다. 바로 우리 섬유ㆍ패션산업의 역사이자 대들보인 면방업계 인사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주식회사 가희 대표와 전북 순창 소재 한국 시멘트 계열 한국 C&T대표, 방협의 상근 책임자를 포함해 달랑 3명이 참석한데 그쳤다.

물론 면방업계 처지로 봐 요즘 ‘제 코가 석자’인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해마다 평균적인 참석자는 면방업계가 가장 소극적이었고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섬유ㆍ패션 스트림중 가장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특성이 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고루한 사고로 일관할 지 못내 아쉬웠다. 제주 CEO포럼을 단순히 놀러간 것으로 판단했다면 아주 뒤떨어진 사고다. 이번 CEO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글로벌 경영정보를 익히는 아주 소중한 지식을 얻었지만 한편 우리 제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점을 실감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선두주자인 일본 도레이의 변화무쌍한 다각경영과 연구성과를 본받아야 한다는 다짐은 그 자체로서 성과였다. 강철보다 강도가 10배나 강한 슈퍼섬유가 비행기,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용 섬유로써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 이 분야에 일본은 날고 한국은 걸음마 단계임을 실감했다.

다행히 늦었지만 한국의 화섬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 들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점이 조금은 위안이 됐다. 세계적인 석유화학 기업인 일본도레이의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 첨단소재에게 3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부지를 구미에 무상 제공하며 중국으로 갈 뻔했던 공장을 유치한 것은 아주 잘한 선택으로 보여졌다. 첨단 소재 공장이 한국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슈퍼섬유 산업 발전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리에게 선뜻 해결할 수 없는 자괴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세계 노동력 구조였다. 리앤풍 ‘루카스 마요르가’ 수석 부회장이 분석한 각국 인구비례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우리 섬유산업 제조업의 한계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34세다. 인구 12억의 인도는 25.1세이고, 인구 2억40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27.8세로 나타났다. 인구 1억7600만명의 방글라데시의 근로자 평균연령은 24.2세다. 인구 9500만명의 필리핀은 평균 연령이 22.2세다. 인구 8800만명의 베트남은 평균 연령이 28.2세다. 인구 7400만명의 터키 근로자 평균 연령은 28.3세이고, 인구 1500만명의 과테말라의 근로자 평균 연령은 18.8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이들 국가의 근로자 월 평균 기본임금은 방글라데시가 50달러, 캄보디아 90달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130달러, 아이티 140달러, 중국 160달러, 도미니카 150달러, 콰테말라 270억 달러, 온두라스 250달러 등이다.

우리 현실과 비교할 때 섬유 의류 제조업의 경쟁력은 끝나도 오래 전에 끝났음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신규 인력 유입도 없지만 근로자 평균 연령이 대구 직물공장 같은 경우 50세 전후이다. 순발력과 생산성에서 비교할 수 없는 처지다. 임금은 중국의 10배, 베트남ㆍ인도네시아의 15배 심지어 방글라데시의 30배 이상이니 무슨 재간으로 제조업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이대로 가면 향후 5년 내 웬만한 중소 섬유사업장은 사람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임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사람은 없고 결국 간판 내리고 문 닫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제는 분명히 설정돼 있다. 내국인이 없으면 비싸더라도 외국인 근로자라도 제대로 충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도 쿼터로 묶여 마음대로 채용할 수가 없다.

근로자 평균 연령 18세 임금 한국의 30분의 1

정부는 오지 않은 내국인 근로자 일자리를 뺏는다는 노조의 왜곡된 논리에 겁이나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가급적 제한하고 있다. 돈보다 더 급한 생산 현장의 피 말리는 인력난을 외면한 채 탁상공론으로 노동의 국수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이같은 절망적인 섬유ㆍ생산 현장의 절규 속에 희미한 희망의 끈이 보이는 것은 개성공단이다. 우리말이 통하고 양질의 노동력에 기본임금 70달러 수준의 개성공단은 우리 제조업의 마지막 희망인 것이다.
가동 9년이 된 개성공단은 경쟁력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유리함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근로자 전직이 원천적으로 봉쇄 돼 있어 숙련도에서도 세계 제일임을 확인할 정도다. 패션 명품 생산지로서 이태리에서도 인정할 정도다.

개성공단을 퍼주기로 왜곡해 일부 보수 세력이 개성공단 얘기만 나오면 촉견폐월(蜀犬吠月ㆍ촉나라 개는 달이 뜨면 짖는다) 식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럴 때마다 복통이 터진다. 북한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산업. 적어도 경공업 살리기 위해 개성공단은 필연적인 논리이자 현실적인 대안인 것이다. <제주에서 延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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