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현안은 인력난…1만 6000명 더 필요”

당국 ‘5.24조치’ 조속해결ㆍ‘경협보험’ 배려해야
섬유전용공단 조성 의견엔 “인력소요 많아 난관”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의 가장 큰 현안은 인력부족”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제섬유신문>창간 21돌 기념 인터뷰에서 “현재 개성공단은 북측 인력 1만 6000명 가량이 더 필요한 상태”라며 “초기 배정인원 외에 전혀 충원이 안되고 있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업계의 개성공단에 섬유전용공단 조성 희망에 대해선 “인력소요가 많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5.24조치 등이 해결된 뒤 추진된다면 ‘제2의 섬유 르네상스’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2개성공단 조성 움직임과 관련 “하나의 사업(현 개성공단)이라도 확실하게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평양 당국에는 지난해 공단 중단사태 이후 상황을 거론하며 “북한 당국에 전혀 경제적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이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협회총회에서 공단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되셨다. 업계서는 섬유기업인이 계속 공단 수장을 맡은 것을 환영하고 있다. 소감 한 말씀.
개성에서 기업을 하는 대표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협회를 대표한다는 게 부담이기도 했지만 기업규모의 대소와 관계없이 다수의 어려운 기업들의 목소리가 협회의 주목소리로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감히 회장을 맡게 됐다.

 협회를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지난해 6개월간의 가동중단 사태에서 보듯 개성공단은 아직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개성은 글로벌스탠다드와는 거리가 먼 일방적인 노동력 공급, 합의된 세금 면제의 일방적인 부과 등 북측 당국의 부당한 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체 입주기업의  권익을 위해 필요할 때는 우리 정부와 북측 당국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다.

 개성공단 현황을 말씀해 달라.
통일부 공식통계는 집계를 위해 보통 2~3개월 전 자료인데, 2014년 2월 현재 123개 기업이 가동중이며, 762명의 우리측 주재원과 5만 2300명의 북측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생산액은 지난해 1~2월보다 약 20% 정도 낮아진 월평균 3244만 달러 정도다. 개성공단 가동이래 올 2월까지 누적 생산액은 22억 6000만 달러다.

  공단 현안 중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현재 최소 1만 6000명의 북측 근로자가 부족한 상황이며, 1단계 개발이 완료될 시 총 13만 여명의 북측 근로자가 필요할 것으로도 보인다. 인력 공급을 매개로 북측은 세금(2013년 1~3월분 등), 보험 가입 및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고, 향후 이같은 압박에서 개별 기업들은 북측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화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동중단 사태 이전과 이후 인력이탈, 또는 초기 배정 인원 외 인력공급이 전혀 되지 않은 기업들의 가동률 하락 문제 또한 심각하다.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애로 사항 등은 무엇인가 .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도로 개보수 등으로 원거리 근로자를 확보하고, 출퇴근버스 증차 등으로 수송능력 확충이 필요하다. 북측 실정에 맞는 개성인근 기숙사 시설 건립으로 버스 및 철도로 수송이 불가능한 원거리 근로자 확보가 절실하다.  또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력공급체계를 구축해 기업간 갈등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덧붙여서 지난 6개월간 가동중단으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 경협보험을 미반납한 기업들을 배려해 기업경영이 정상화되도록 해주길 바란다.

 지난해 6개월간 공단조업 중단사태로 입주기업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북측에 태도 변화를 주문한다면.
지난해 가동중단 사태는 북한 경제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외자유치와 특구를 지정해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노력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행위일 수 있다. 특히 외국기업들은 이런 환경에서는 절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 사태 이후 북한 투자현황을 보면 명확하다. 덧붙여 말씀드리면 입주기업들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뼈를 깍는 노력을 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상처로부터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

 개성공단은 저임금 우수 노동력에 남북간 완충 역할 등의 장점을 얘기한다. 그 밖의 장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당일 물류의 짧은 리드타임을 바탕으로 신속한 주문 및 대응이 가능하며, 저렴한 물류비로 국내시장에 경제성 있는 가격으로 납품함으로써 물가안정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성공단 북측근로자들의 소득과 생활수준은 전체 북한 주민들에 비해 높을 것이라 생각되며, 이 부분은 통일비용을 줄이고 우리 체제를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공단이 안고 있는 취약점이나 개선돼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앞 질의에도 답변드린 인력공급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북측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인력부족 문제다. 또한 북측의 일방적이고 예측 경영을 어렵게 하는 세금 및 벌금 부과 등의 조치들이 기업들에게 큰 피해로 다가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이 합의한 3통 문제에 대해 그 시행이 지속적으로 늦춰지고, 퇴행하는데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돼야 비로소 경쟁력 있는 공단이 되며, 나아가 국제적인 공단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섬유업계는 개성공단에 ‘섬유전용공단’ 조성을 원하고 있다. 회장의 견해와 전망을 말씀해 달라.
현안이 해결되기 전에는 인력소요가 높은 섬유전용공단을 조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해외 판로가 제한되고, 미국ㆍ일본 수출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공단자체를 확대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5.24조치로 신규투자가 불가능한 상황도 해소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안 문제들이 해결되고 개성공단 경영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뀐다면 국내에서 기획-디자인-브랜드 개발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에 집중하고, 개성공단에서 생산에 특화한다면 ‘제2의 섬유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2개성공단 조성 움직임에 대한 정 회장의 견해는.
개성공단입주기업으로써 다소 조심스럽지만 하나의 사업이라도 확실하게 성공시키는 모델을 만드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2의 개성공단, 남북경협의 확대는 좋다. 하지만 현재 개성공단은 초기 계획대비 5%도 완료가 되지 않고 정체되어 있어 성패의 기로에 서있는 진행형인 사업이다. 개성공단이 확실한 성공모델이 된다면 고비용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먼저 북한에 투자하게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또한 외국기업들도 진출해 국제화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국제화가 외국기업 몇 개가 진출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적 룰에 맞는 인프라나 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하고 이는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5.24조치의 영향을 한 번 신중히 검토를 해 봤으면 한다. 북한과의 교류가 중단되면서 장단점이 무엇인지, 남북경협이 위축되면서 국익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우리 기업인으로서 입장만 먼저 말씀을 드리면 남북경협이 줄어든 만큼 북중경협이 늘어나면서 북한 경제에 대중국 의존도만 심화되는 등 단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북측은 5.24 이후에도 수출입이 모두 증가하는 등 대외무역도 위축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았고, 국민들도 저렴한 북한산 농수산물 및 시멘트 수입이 막히면서 물가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앙금을 풀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5.24조치의 해제가 불가능하다면 탄력적 운영으로도 북측과의 협상에 좋은 카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국제섬유신문 창간 21돌 메시지.
국제섬유신문 창간 2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지난 21년 동안 노력해 왔듯이 국내 섬유산업의 재도약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업계 대표언론으로서 앞으로도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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