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 좌담회

참석자
o 박상태 (주)성안 회장
o 김형련 (주)코라인터내셔널 사장
o 박재하 (주)진한무역
o 윤봉한 (주)두원부라더스 대표이사
o 손우진 (주)SK니트 부사장
o 이형태 이스턴섬유(주) 대표이사
o 사회 조영일 본지 발행인

장소 : 명동소재 중국식당 동보성
때 : 5월21일 낮

 

o 수출ㆍ내수 끝없는 추락. 연내 회복 가물가물 내년에나 기대
o 해외 경기불황 내수경기 침체에 환율 세월호 쇼크 치명타
o 환율 1000원대 추락. 2012년 초 1155원 기준 131원 떨어져 
o 수출단가 인상 불가피하지만 바이어 반응은 한마디로 “NO"
o 세월호 사건 터지자 내수 오더 30% 득달같이 캔슬 경기북부 비명
o 위기는 곧 기회 인내심 갖고 차별화 제값받기가 불황돌파 대안

국산 수출 섬유류 중 직물수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직물류 중에서도 환편직물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지난 15년간 세계 시장을 석권해온 ITY니트직물은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한국의 독점 품목이다. 이와 함께 베네치아 등이 환편 니트직물의 대종을 차지하며 승승장구 해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섬유수출 총 159억달러 중 직물수출이 92억달러이며 이중 41억달러 규모가 환편 직물을 비롯한 니트직물 수출이었다.

이같이 수출 비중이 큰 환편직물 수출이 지난해 후반부터 해외시장 악화와 내수경기 침체로 빨간 불이 켜졌다. 설상가상 수출은 환율 쇼크에 내수경기 역시 세월호 충격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수출ㆍ내수 가릴 것 없이 동반침체하고 있어 업계 전체가 아우성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현재 시황이 어느 정도이고 하반기 회복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에 관해 긴급 좌담회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사회 :  우리 섬유 수출의 주종품목의 하나인 환편 니트직물 경기가 수출ㆍ내수와 함께 동반추락하고 있습니다. 실제 시황이 어느 정도 입니까.

박상태 회장(이하 박 회장)
: “경기가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3월 이후 계절적인 성수기 영향으로 물량이 많이 나간 것으로 봅니다. 경기북부는 몰라도 주산지인 대구ㆍ경북지역의 재고도 줄어든 것 같고요. 물론 경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밀어내기 수출이 많았겠지만요. 3월부터 아직까지 대구 염색공단 내 니트원단 염색가공소는 풀가동하고 있으니까요.”

김형련 사장(이하 김 사장) : “대구 염색공단 내 가동률이 높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가요. 일부 염색공장에 국한된 것 아닌가요. 경기북부나 시화, 반월쪽 사정을 보면 전혀 납득하기 어려워요. 실제 반월과 시화, 경기북부 염색공장 가동률이 40~50%에 머물고 있는 곳이 부지기수거든요. 물론 3월부터 계절적인 성수기입니다만 올해는 성수기가 비수기나 마찬가지라고 봐요. 근본적으로 공급과잉이고요”

손우진 부사장(이하 손 부사장) : “저희는 수출 비중보다 내수 비중이 더 큰 회사입니다. 근본적으로 내수경기가 안 좋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달라요. 아시다시피 세월호 사건이 내수경기에는 치명적인 악재가 되고 말았어요.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터지기 무섭게 계약된 오더가 한꺼번에 30%이상 캔슬되더라고요. 세월호 사태가 불거지면서 내수경기는 완전히 한 시즌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것입니다”

윤봉환 사장(이하 윤 사장) : “최근 미국 뉴욕에 출장을 다녀왔어요. 제가 운동화가 필요해 메이시 백화점에 갔더니 맞는 사이즈가 없어요. 가까스로 하나를 골라 계산대에 가니까 가격이 5달러 30센트에요. 싸도 너무 싼 겁니다. 그만큼 미국 백화점들도 경기가 나빠 재고 부담을 줄이려고 구색이 안 맞더라고요. 실제 우리 원단 바이어와 상담을 하는데 예년의 절반수준으로 수량을 줄여요. 미국 경기가 기대 이하임을 실감했어요”

이형재 사장(이하 이 사장) : “저희는 주 시장이 일본입니다. 주로 면이나 린넨, 텐셀을 비롯한 자연섬유 원단을 차별화시켜 거의 전량 일본에 수출하는데 최근에 비상이 걸렸어요. 원달러 환율이 1020원대로 하락한데 이어 엔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 육박하면서 바이어들이 오더를 제대로 못합니다. 이 때문에 저희도 물량이 많이 줄고 있어요. 도처에 좋은 시장이 없는 것 같아요”

사회 : 마케팅을 직접 뛰고 있는 영업의 대가인 코라인터내셔널의 김형련 사장이 보기에 니트직물 시황은 어느 정도입니까.


김 사장 : “한 마디로 어느 시장하나 밝은 곳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아시다시피 환편니트직물은 주 시장이 동구와 중남미 시장인데 중남미는 죽 쓰고 있고, 동구는 불황인데다 큰 시장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친 러시아계와 우크라이나 계가 내전 상태에 빠져 그 시장마저 죽을 쓸 정도니까요. 또 터키 시장이 크다고 해도 동유럽국과 아프리카 시장에 재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어 아주 침체되고 있어요”

박 회장 : “우리의 주종인 ITY싱글스판은 그동안 15년 이상 유행하면서 유행 자체가 싫증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아무리 좋은 원단도 10년 이상 유행했다면 식상할 때가 됐다고 봐요.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은 오히려 냉각되고 있고 여기에 환율까지 악재가 덮쳐 채산이 말이 아니에요. 우리 영업팀에 Kg당 10센트씩 더 올리라고 했더니 바이어가 “당신 미쳤냐”고 항변하더라는 거예요”

사회 : “솔직히 우리 섬유수출이 그동안 경쟁력을 이나마 유지한 것은 환율 덕 아닙니까.

김 사장: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심화되면서 버틸 수 있었던 동력은 환율이었지요. 그런데 환율이 요새 1020원대로 원화가 상승했으니 도저히 채산이 불가능해요. 최소한 섬유수출업계가 믿지지 않고 현상 유지라도 하려면 1060원 최악의 경우 1050원 선을 유지해야 해요. 설상가상으로 요즘엔 염색가공료까지 크게 들먹이고 있으니 길이 안보이네요”

손 부사장 : “오늘 기준 환율이 1024원입니다. 2012년 초 원달러 환율이 1155원 80전으로 시작했으니 131원 80전이나 환율이 하락한 겁니다. 11.4%에 달해요. 100만 달러를 네고하면 2012년 초에 비해 1억3000만원이 날아간 겁니다. 환율이 11.4%나 떨어졌으면 절반정도라도 가격을 올려야 되는데 시장가격은 오히려 떨어지지 않아요”

윤 사장 : “지금 환율로도 우리 수출업계가 사느니 못 사느니 하는데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 가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아요. 금융권과 친한 거래선들이 얘기한 걸 보면 은행 사람들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 미만으로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네요. 섬유수출업계의 생사여탈권이 환율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박재하 사장(이하 박 사장) : 저희는 직접 수출을 안 하고 주로 생지를 생산해 로컬이나 내수용으로 공급하는데 우리 같은 생지 생산업체들도 이미 채산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입니다. 현재 원사값을 기준해도 Kg당 3500원은 받아야 손익분기점인데 3300원도 안주려고 해요. 나만 어려운가 싶었는데 지금 말씀하신 분들 모두가 하나같이 죽겠다고 하니 조금 더 참아봐야겠네요…(웃음)

박 회장 : “최근에 제가 이집트에 다녀왔는데 전기료가 KW당 4원이더라고요. 우리는 104원 아닙니까. 인건비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이 환율인데 지금과 같은 정책은 수출 못하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과거 정권에서는 그래도 수출 촉진을 위해 정부가 환율운용을 효율적으로 했는데 최근에 이런 점이 몹시 아쉬워요”

윤 사장
: “뉴욕 가서 들은 얘기지만 올해는 미국 섬유 원단업계에 가을시즌 하나를 그냥 넘기고 곧바로 겨울시즌으로 넘어간다더군요. 지금까지 그런 전례가 없었는데 처음이라는 거예요. 더구나 미국 경기를 비롯 전 세계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까 중국도 이제 다품종 소놋트 오더를 소화하고 있어요. 과거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던 놋트당 500야드 오더도 받아줄 정도니까요”

사회 : 모두가 죽겠다는 소리일 뿐 서광이 비친다는 얘기는 없네요. 언제쯤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 사장 : 제가 보기에는 연내 회복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봅니다. 6월 20일부터 중동의 나마단이 시작되고 끝난 즉시 7, 8월 휴가에 들어갑니다. 하반기 후반은 기대할 수 없는 시즌입니다. 좀 뭐한 얘기지만 내년 이맘때 이 자리에 몇 명이 참석할 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봅니다…(웃음)

손 부사장 : “저희 역시 올해는 “살아남자”하고 벌써 내년 계획을 수립중입니다. 그래도 저희는 타 업체보다 오더 상황이 나은 편인데 저희가 이럴 때 다른 기업은 어떻겠습니까. 이럴 때 일수록 차별화, 특화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불황 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박 회장 : 최근 몇 년 간의 궤적으로 보면 경기가 활짝 피었다고 생각한 해는 거의 없었어요. 항상 어려웠어요.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력 강화 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다보면 나이질 날이 오겠지요. 세월호 충격도 점차 아물어가고 환율도 어떤 형태건 점차 안정될 것 아닙니까.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율이 80%이상인데 정부가 언제까지 방치하겠습니까. 살아남아야지요…(웃음)

박 사장 : “하도 기업경영이 어려워 이 상태로 가면 연말에 가서 공장 문 닫을 생각까지 하고 있어요. 그런데 모두가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니 나도 더 버텨야겠어요…(웃음)”

윤 사장 : ITY나 베네치아는 가격에 비해 그만큼 좋은 섬유 원단이 없어요. 품질을 더 진화시키면 수명은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 경쟁입니다. 우리 업계끼리 치고받는 싸움으로 시장질서가 붕괴되고 동반 몰락한 것입니다. 프랑스 출장으로 오늘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모다끄레아 이정민 사장이 메일을 보내왔어요. 바이어와 담판 끝에 가격을 미터당 10센트 올렸다고요. 우리 회원들도 가격 10센트 올리기 위해 결의해달라고요. 우리 함께 좋은 제품 만들어 제값받기에 앞장섭시다.

이 사장 : “불황일수록 패턴경쟁이 생존전략입니다. 이것은 PD보다 날염 쪽이 유리하죠. 우리 업계의 노하우는 앞으로도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과 순발력이 있다고 봅니다. 언제라고 편하게 장사할 수 있었나요.”

사회 : “환편 니트업계가 미증유의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불황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호황으로 반전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지혜를 모아 차별화전략을 강화하되 우리의 고질병인 투매경쟁을 철저히 경계해 제값받기로 승부해야할 겁니다. 바쁘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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