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경기 침체, 행사 취소 등 소극적 마케팅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세월호 침몰로 인해 더욱 소비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라고 불리는 백화점들이 세일 기간에 들어갔다.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전년에 비해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여성복 PC는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약 보름간 진행 된 세일에서 신장률이 작년 같은 시기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 때문에 이번 세일기간 동안 매출신장을 기대했던 백화점들은 울상일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봄과 가을 시즌에 매출 신장이 큰 백화점은 세월호 침몰 속에 매출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세월호 침몰사건이 세일기간 백화점 실적과 관련해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뿐 전체 매출에 찬물을 끼얹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나기 전, 각 백화점들의 세일기간 매출 현황을 보면 전년에 비해 엇비슷하거나 조금 내려간 수치를 보였다. 즉 지속적인 경기침체가 이번 백화점 세일기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월호 침몰론 인한 소비위축두 일정부분 영향을 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주말(19~20일) 매출이 12~13일 대비 약 5%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전 점포의 매출신장률을 점검한 결과 지난해 봄 세일보다 7.9%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봄 세일의 전년 동기 매출 신장률이 전점 기준 8.2%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감소했다.

이를 증명하듯 여성패션의 매출 증가율이 3%에 그치는 등 패션 부문 전반적인 매출이 부진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매출을 먼저 생각하기 보단 비통에 빠진 우리 사회 분위기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4일 본점 에비뉴엘 매장에서 열리는 나이트파티 행사 계획도 취소하는 등 숙연해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대규모 외부 행사뿐 아니라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않아 외부행사나 고객행사를 취소·연기 하는 등 자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도 세월호 참사 이후 전체 매출이 2% 가량 주는 등 지난 주말 매출 신장률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까지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였지만 사고가 일어난 지난주(14~20일) 매출은 0.5%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참사 이후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내점 고객들도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지만 “현 시점에서 매출을 운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안타까운 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사망자, 실종자, 그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행사 공지를 알리던 장문의 문자메시지(SMS) 전송을 일절 중단했다. 더불어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미술놀이, 케익 만들기 등 이벤트성 문화체험 활동도 대폭 연기하고, 관련 프로모션도 당분간 줄이기로 결정했다.

신세계 백화점도 세일 기간 동안 매출이 신통치 못했다. 오히려 전년에 비해 약 3% 역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직후인 18~20일 주말동안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은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숙녀복군이 영 캐주얼군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세일기간 백화점 매출이 부진한 이유를 소극적인 마케팅과 경기침체로 인한 소 소비위축 심리로 꼽았다.

앞서 언급했듯, 기업들이 국가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백화점 내 행사를 연기한 것이 매출 부분에서 어느 정도 타격을 입혔다는 것. 마케팅을 펼치지 않을 경우 매출 하락은 물론 일부 영세업체들은 부도 위험까지 안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충격으로 소비자들은 이번 백화점 세일 기간 동안 지갑을 쉽게 열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월호 침몰이 매출 부진으로까지 전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할 순 없다.

세월호의 영향이 아닌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자의 소비위축 심리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에서 대구지하철참사 등 대형사건이 발생 한 후 국내 소비 행태를 살펴보면 사건과의 연관성이 직접적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이 있었던 2003년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4분기보다 0.8%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 증가했다.

실제로 한 전문가는 이번 백화점 실적 부진은 경기침체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못 살아나는 와중에 세월호 사태가 터졌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이런 현상은 소비가 미래로 이월되는 것이므로 5∼6월에는 그간 소비를 미룬 만큼 가계에 여유가 생겨 여름휴가 등에 지출하는 돈이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fashion-new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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