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계절 4월에 전쟁영화 같던 이라크전쟁이 끝내기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3주 동안 인류문명의 발상지가 풍지박살나고, 수많은 양민이 죽고 사지가 찢겨나간 참혹한 현상을 우리는 영화보듯 흥미진진하게 즐겼다.결국 시작인가 싶더니 끝장난 이번 전쟁은 처음부터 장기판의 차(車)로 졸(卒)치기였다. 호랑이 앞에서 웃통 벗고 대들었던 후세인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해장감에 불과했다.그리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도자의 헛된 미망(迷妄)이 죄 없는 국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 지 분명히 봤다. 또 개인이건 국가이건 힘의 논리가 명분 위에 군림한다는 엄연한 사실도 재확인됐다. 믿거나 말거나 세계 3위 도약청사진차제에 충격과 공포 속에 파멸된 후세인의 말로를 보면서 제발 북한의 김정일이 정신차려야 한다. 관제 충성을 믿고 오만과 오기를 부리다 자멸한 후세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국에 주체할 수 없는 모욕감을 안겨준 시리아와 북한은 분명히 다음 차례의 손볼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다의 짱뚱이가 뛰니까 게도 따라 뛰다가 복판이 부러저 죽듯이 후세인 따라 객기 부리다가 죽는다는 사실을 김정일이 알아야한다.본질문제로 돌아가 최근 산업자원부가 2010년 섬유수출 300억달러, 무역수지 200억달러, 세계 3위 섬유수출대국을 겨냥한 '섬유·패션산업 새로운 도전'을 발표했다. 지난 1년간 산·학·연 120여명의 관계전문가들이 50여 차례가 넘는 난상 토론을 거쳐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2010년 비전과 상세한 발전전략을 담은 연구보고서다.주요 골자는 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산업용 섬유 생산비중을 현재 20%에서 50%까지 늘리고, 패션의류 생산비중도 현재 5%에서 30%까지 늘려 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명브랜드 수입국가에서 패션과 문화수출의 주도국으로 변화시키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나노섬유 대량생산국가로 발전함으로써 첨단기술국으로의 위상을 견인한다는 포석이다.이렇게되면 섬유수출은 미국과 독일을 앞질러 중국, 이태리 다음인 세계 3위국으로 도약하며, 우리나라가 연간 2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데 여전히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또 이를 위해 업계, 학계, 연구소, 정부가 하나가돼 섬유류를 고부가가치화 시키는 패션·디자인과 염색가공을 비롯 금속, 종이, 플라스틱 등의 대체소재로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산업용 섬유 등 3대 전략분야를 집중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의 추진 동력으로 1기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에 이어 포스트 밀라노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추진하며, 지역특화와 세계 일류 기술 경쟁력을 창출하고, 글로벌 SCM기반구축과 상해전시회 등 마케팅 능력 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좀더 각론으로 들어가면 섬유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산업용 섬유 및 패션·디자인, 염색가공 등 3대 전략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화로 삼은데 따른 세부전략을 의욕적으로 담고 있다. 산업용 섬유의 발전기반구축을 위해 전문연구센터 및 신뢰성 평가센터 설치와 전문인력양성, 국제전시회 개최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도 패션·디자인 산업의 활성화 유도를 위해 서울에 국제 규모의 패션쇼장을 설치하고 서울 컬렉션의 국제화와 전문인력 양성 및 자가브랜드 개발을 병행할 방침이다. 섬유의 꽃인 염색가공산업의 첨단화를 위해 다양한 터치와 컬러를 제어하는 공정의 디지털화를 비롯 청정염색기술개발 등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와 함께 첨단 신섬유개발로 미래섬유수요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나노 화이버 대량생산기술 상업화와, 환경친화 신섬유개발 및 화학·전자 등의 기술과 융합화를 통한 혁신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더불어 첨단 신소재 및 스포츠섬유 등의 개발을 위한 기술혁신 기반구축도 함께 포함시켰다.이밖에 전문인력 및 현장 생산인력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기업 및 대학·연구소의 공동노력을 유도한다는 몇 가지 방안도 마련했다. 특히 공급과잉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화섬·면방산업의 경쟁력 향상 도모를 위한 구조조정을 유도하되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고 있다. 우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2010년 섬유수출 세계 3위 도약청사진'을 성안한 산자부와 참여인사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하고 싶다.문제는 이것이 과연 장미빛 청사진인지,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인지에 관해 확신이 안선다는 점이다. 솔직히 우리의 섬유·패션산업이 안고 있는 절박한 현상을 뒤로한 채 탁상 위에서 추상적으로 섬유산업의 장래를 교과서 식으로 나열하지 않았나 하는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물론 향후 섬유 산업발전축의 핵심을 산업용섬유와 패션·디자인·염색가공에 맞추는 것을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청사진이 그저 교과서 식으로 추진해서 이루어지는 요술이 아니라는 점이다.먼저 3대 핵심 동력을 추진하는데는 정부 노력 못지 않게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바로 사람에 대한 투자에서부터 연구기술, 설비투자가 선행돼야한다. 그러나 우리 업계의 현실은 신규 투자는커녕 어떻게 하면 야반도주 않고 간판 내리느냐 쪽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그야말로 지금 업계는 기술, 설비, 사람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다.공장에 일할 사람이 없어 거미줄과 곰팡이가 가득한 채 산업연수생 활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기업현실을 모른 채 명분에 치우친 통치자나 장관들은 성급한 고용허가제 강행을 서두르고 있지 않은가. 산업용 섬유시장이 아무리 방대하다고 해도 이에 따른 엄청난 연구개발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톱과 칼을 만지는 위험한 작업장에서 칼과 톱이 들어가지 않는 특수장갑 소재가 일본과 미국에서 독점 생산돼 비싸게 팔리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염색공장에서 다른 색상을 한 번 바꾸는데 독일 KBC사에서는 20분 이내인데 반해 우리는 2시간씩 걸리는 이유도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못하고 있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삽질하지 않고 어떻게 물이 고이기를 바라는가. 삽질할 수 있는 기운도 없지만 그럴 의욕도 없다는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나노섬유 양산기술을 시화의 한 중소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투자 여력이 없어 아까운 기술특허를 미국업계에 팔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토양이 우리가 서있는 현주소인 것이다. 죽어 가는 대구의 처방이 없다또 산업용 섬유와 패션디자인, 염색가공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세계 제일의 합섬직물산지인 대구의 주 생산품을 죽이지 않고 살리는 처방도 소홀히 했다. 가장 절박한 대구가 지금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다.직물수출 비중이 가장 큰 현실을 외면하고 다른 부문만 강조한 것도 졸 속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해야 하지만 반월, 시화, 부산·전북 등지에서 이같은 프로젝트가 병행돼야하는 것이다.국내 산업은 갈수록 공동화되고 기업 의욕은 꺾이고, 2005년이면 그나마 지탱하던 수출보호 장치인 쿼터제도 폐지되는데 불과 7년 후에 작년의 갑절 가까운 300억달러 수출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과욕이다. 지금 우리 섬유산업이 서있는 위치는 생일에 잘 먹자고 일주일 굶으면 죽는 처지가 됐다.그만큼 죽 쑤어 식힐 시간이 없을 정도로 절박하다. 또하나 면방, 화섬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과연 실효가 있겠는가. 소설 같은 얘기이다. 결코 산자부가 어렵게 분만한 이번 '섬유·패션산업의 새로운 도전' 정책을 폄하하자는 의도가 아니다. 작업에 참여한 인사들이 애쓰고 고생한 점 위로한다. 그러나 씨름판에서 남의 힘은 모르고 무조건 한 다리 들고 한 다리 감으면 이긴다는 식의 엉터리 훈수로는 안된다. 좀더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고찰과 대응이 필요하다. <本紙 발행인>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