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수분에 살고 사람은 기분에 산다'고 했다. 비록 사는 것이 고단하고 팍팍해도 사람은 희망이 보이면 엔돌핀이 솟기 마련이다.그러나 가뜩이나 올여름 찜통더위에 파김치가 된 민초들은 사회 곳곳의 질그릇 깨지는 파열음에 녹초가 됐다. 우선 열받은 국민의 뺨을 어루만져야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의 뺨을 때리듯 개판이다.여야 정치판에 삼복더위도 아랑곳 않고 여전히 죽기살기식 물고 뜯는 적개심이 이글거린다. 여기에 춘하추동 가리지 않고 넘치는 밥그릇을 더 채우려는 노동자의 배부른 파업에 국민들은 허탈한 탄식을 떨칠 수 없다.설상가상으로 경제는 어려운데 경천동지할 천도(遷都)까지 불거져 지역간 반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어느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국민 60%가 희망이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면 민심 이반이 어느정도인지 알만하다.日 불황탈출 제조업이 해냈다더욱 한심한 것은 우발적인 교통사고인 효선이 미선이 사건때는 그 많은 시민이 장기간 반미 촛불시위를 하더니 중국의 계획적이고 의도된 고구려 역사 왜곡에는 1회용 라이터 시위도 본적이 없다. 한국기업의 투자 1위국이자 여당의원 63%가 미국보다 중국이 중요하다는 짝사랑의 결과가 이같이 가래침으로 돌아온 것이다.눈을 조금만 밖으로 돌리면 더욱 울화가 치민다. 이웃 일본은 10년 불황을 훌훌 털고 화려하게 재도약하고 있다. 한국의 내수는 지하실로 추락해 의류패션업계가 실신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 백화점에서는 신사복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포르쉐를 비롯한 외제 고급차가 일본에서 선풍적으로 팔리고, 술집마다 초만원이라는 전언이다. 동경시내 땅값이 벌써 평당 8000만엔 수준으로 8년전 가격을 회복했다. 미국을 지렛대 삼아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을 향해 쾌속항진하고 있는 것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역시 세계의 공장을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960달러였지만 올해는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인구보다 더많은 5600만명은 작년에 이미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섰다. 2010년이면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그리고 2020년엔 미국을 앞선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을 지향하고 있다.10년안에 중국대륙에 3억대에 자동차가 굴러다니고 여기서 내뿜는 아황산가스를 황사바람을 타고 고스란히 마셔야할 우리의 처지가 한심하다. 중국과 일본의 양강구도속에 맷돌신세가 된 우리처지를 망각하고 아직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내부에서 내편·네편으로 갈라지는 한심한 작태가 걱정이다.또하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할 것은 일본이 10년 불황을 털고 고도 성장을 만끽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물론 정치가 안정되고 10년전에 춘투가 사라진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그 보다는 경제의 기본을 제조업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제대로 유지되고 성장해야 고용이 창출되고 이를 바탕으로 소득이 분배되는 것이다. 바로 제조업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일본경제가 일취월장하고 있다.이같은 경제 교과서는 우리가 가장 먼저 답습해야할 발등의 불이다. 우리 정부가 제아무리 IT산업위주로 정책을 강화해도 그것은 고용없는 성장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고용창출, 실업난 해소를 아무리 주장해도 그것은 구호와 구두선에 그치기 때문이다.바로 섬유산업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각국이 자국섬유산업을 신주단지 모시듯 중시하는 것도 부가가치와 함께 고용이란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국내 섬유산업도 불과 10여년 전까지 고용인력이 80만명에 달해 수출과 가득액에 이어 고용의 일등공신이었다. 그 잘나가던 섬유산업의 고용이 현재 30만명 미만으로 줄었다. 불과 십수년사이에 50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섬유산업이 다시 살아나지 않고는 정부가 무슨 축지법같은 고용정책을 펴도 백약이 무효일수밖에 없다.그러나 정부의 섬유정책은 실종됐고 업계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엎친데 덥친격으로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은행이 목을 조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에 가까스로 아등바등 버티고 있는 섬유기업을 피도 눈물도 없는 돈장사 근성으로 짓밟으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이같이 무자비한 금융 제제조치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어 업계가 비상이 걸린지 오래다. 은행측이 내규로 만든 섬유업계 기피현상은 신규대출뿐 아니라 기대출금의 무차별 상황을 독촉하고 있다. 금리도 타업종에 비해 평균 1.5%포인트가 더 비싸게 적용되고 있다. 비교적 건실하게 운영하던 중견 PET직물업체 건익통상이 이같은 은행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급기야 백기를 들고 만 것은 이 때문이다.비교적 괜찮은 제직공장 두곳을 설립하면서 대출받은 90억원중 집팔고 부동산 팔아 40억원을 갚았지만 또다시 20%를 갚으라고 닥달을 해 기업을 포기한 것이다. 건익 뿐아니라 수많은 섬유기업들이 이같은 은행의 목조르기에 백기를 들거나 들기직전이다. 백기든 건익 남의일 아니다적자경영에 떡쌀을 담그는것도 억울한데 정당하게 이자내고 빌려쓴 돈 한꺼번에 안갚는다고 비틀면 살아날 기업이 없다. 재벌기업도 은행이 죽이는데 나약한 섬유기업정도 죽이는 것은 해장꺼리에 불과하다. 앞으로 은행의 이같은 내규가 바꿔지지 않는한 섬유·패션기업들의 부도돌림병이 얼마나 창궐할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문제는 은행이 아무리 돈장사라고 하지만 기업을 살리면서 회수해야지 죽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섬유기업마다 지난 10여년간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겨우 기력을 찾으며 살아가기 위해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기업이 망하면 은행도 득될것이 없다. 만약 햇볕 쨍쨍할 때 우산빌려줬다 비오면 회수해 가는 은행의 심보를 알아차리고 모든 섬유기업들이 만세를 부르면 은행역시 게도 구덕도 다 놓치게 된다.따라서 이문제는 화급을 다퉈 정책적으로 풀어야한다. 제조업중 가장 비중 큰 섬유산업이 은행으로부터 무자비한 참수를 당하는 것을 막아야한다. 그래서 중언부언하지만 정부와 섬유단체가 전면에 나서야한다. 업계가 죽는다고 아우성 쳐도 들은척도 않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섬유·패션기업에대한 은행의 참수를 더 이상 바라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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