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토산의 보고인 작은 바닷게를 산 채로 옹기 항아리에 넣으면 앞 다퉈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항아리 경사가 가파르고 미끄러워 기어오르다 떨어지고 또 오르다 떨어진다. 어쩌다 날쌘 놈이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하려 치면 어김없이 뒤따르던 놈이 발목을 잡아 혼자 살아가는 꼴을 못 보고 같이 가자고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이 같은 생물의 근성은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비열한 행태다. 필자도 이런 황당한 꼴을 겪으면서 허탈한 탄식을 떨칠 수 없다.

최근 한국섬유산업연합 회장 선출 과정에 전문 언론들이 정체성과 시각이 달라 편파적이고 부박한 논조가 도를 넘고 있다. 팩트(Fact)에 근거해 일점일획도 과장이나 편파성이 용납되지 않는 언론의 정도에 어긋나는 삼류소설이 난무해 업계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고 있다.

필자가 스트림간 간담회 만들 때 뭘 했나

하나의 예증으로 섬산련이 주관하고 있는 대형 벤더 오너와 섬유업계 중진들이 함께하는 섬유ㆍ패션스트림간 간담회에 대해 일부 언론이 삐딱한 시각으로 왜곡 보도하는 추태를 부리고 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악의적인 비판에 대해 한 번 쯤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다.

섬유ㆍ패션스트림간 간담회는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대형 의류수출 벤더와 국내 섬유업계 간의 소통을 위한 협력증진을 목적으로 작년 2월 첫 구성된 아주 특별한 기구다. 노희찬 섬산련 회장이 창안해 이 모임을 구성하려고 2012년 하반기에 섬산련 사무국에 성사시킬 것을 지시했었다. 어려운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도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 작게는 연간수출 1~2억달러에서 최고 14억달러까지 달성하고 있는 대형 벤더들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축소 일변도로 내려앉고 있는 국내 섬유소재 업계와의 협력이 시급한 당면 과제임을 절실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산련 사무국의 최고 책임자가 진두지휘하며 백방으로 노력해도 성사되지 못했다. 우선 대형 벤더 오너들이 시간이 쫓기고 평소 친면이나 교류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도 수락의사를 밝히지 않아 무산되고 말았다.

이같이 대형 의류수출 벤더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가 되자 노희찬 회장이 마지막 방법으로 필자에게 이 모임 주선을 요청했다. “이 모임을 주선할 수 있는 사람은 필자밖에 없다”고 채근했다. 대형 의류수출 벤더와 국내 섬유소재 업계 간의 소통을 통한 상호협력은 필연적인 논리이자 현실적인 대안이란 점에서 기꺼이 응했다.

그러나 글로벌 벤더 오너들은 기업규모가 말해주듯 바쁜 해외 출장 등으로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실상 독불장군 같은 벤더 오너의 위상처럼 소극적인 태도였다.
필자와 오랜 교분과 인간관계를 총동원해 천신만고 끝에 작년 2월 26일 드디어 필경재란 음식점에서 첫 회동을 갖기에 이르렀다. 벤더 오너들은 같은 동업계이면서도 그동안 경쟁자 입장과 직원 스카우트 문제가 얽혀 평소에도 공식 모임이 없던 터였다. 급기야 어렵게 성사된 이 모임에 참석한 대형 벤더 오너들은 하나 같이 “진즉 만났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며 만시지탄을 토로했다.

어떤 벤더 오너는 “이 모임이 20년 전에 만들어졌어야 함에도 너무 늦었다”며 “이제부터라도 이 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임원들에게 맡기지 말고 오너들이 직접 챙기며 협력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의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공치사가 아니라 이 모임을 성사시키기 위해 작년 1월 한 달 필자는 본연의 업무를 제쳐 놓고 전력투구했다. 택시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직접 방문해 취지를 설명했고 비서실과 임원들을 통해 수십번씩 전화해 회의 참석을 독려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매 분기별로 1회씩 정례모임을 갖고 대형 벤더가 안고 있는 현안을 섬산련 차원에서 지원하고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필자는 우선 작년에만 15개 의류수출 벤더의 수출이 90억달러에 달하고 올해는 120억달러 규모에 달한 점을 감안해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깊이 생각하고 협조를 부탁했다. 전체 수출 외형의 절반이 원부자재 가격이고 이중 국산 소재를 가장 많이 쓰는 회사가 30%, 그리고 절대치인 70%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한 톨의 국산 원부자재를 더 사용하게 할까하며 협력방안을 강구해왔다.

다섯 번째 정례 모임인 지난 2월 모임에 이 모임의 산파역을 맡은 장본인으로서 책임감을 통감하고 필자는 벤더 오너들에게 호소했다. 벤더들의 일취월장을 축하하는 한편 국제섬유신문이 올해 중점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국산 원자재 10% 더 쓰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세계 최대 의류수출 벤더인 세아상역 김웅기 회장과 ‘빅3’인 한솔섬유 이신재 회장을 비롯 참석한 벤더들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동석한 섬유단체장과 소재업체 대표들은 자신들이 말하기 껄끄러운 문제를 필자가 대신 해줬다며 박수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필자의 섬유ㆍ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충정을 이해 못한 일부 전문 언론이 “왜 이 모임에 국제섬유신문만 참석시키느냐”하고 딴지를 걸었다. 심지어 회동장소가 필자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평소 주요 국내외 인사와의 회의 때 사용하던 고색창연한 필경재가 필자와 사돈관계임을 들춰내며 회동장소까지 물고 늘어졌다.

국내 섬유패션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대형 벤더와 국내 섬유ㆍ패션산업계 대표 간의 상설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들 언론은 그럴 능력도 없겠지만 관심 자체가 없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성사시켜 상호협력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 중요한 모임마저 이 같이 매도하고 특정 언론이 무슨 혜택이나 받는 것처럼 왜곡하고 폄하하는 것은 상식도 진실도 끼어들 수 없는 행태다.

콤플렉스 갖지 말고 더 유익한 정보 주자

이런 식으로 발목 잡아 이 모임이 구설수에 오르면 참여한 벤더 오너의 별들의 모임이 제대로 영속될 지 의문이다. 이 모임이 잘못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섬유ㆍ패션업계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필자의 경영방침은 전문 언론이야 말로 섬유ㆍ패션업계와 정부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경영에 도움이 되는 따끈한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 충실하고 있다.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책임 못지않게 업계 발전에 기여하는 언론이 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지구촌 곳곳의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5시를 뛰고 있는 본지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자체가 어리석다. 열심히 선의의 경쟁을 해야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파하는 것은 잘못이다. ‘누워 침 뱉기식’ 맞대응 자체가 귄위지인 본지인 자존심에 어긋난다. 모든 것은 식견 높은 독자가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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