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 국민은 밤이 되면 열광하며 애국자가 된다. 소치 동계올림픽에 몰입돼 남녀노소, 가진 자, 못 가진 자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가 된다.

국민의 마음을 차돌처럼 응집시키는데 스포츠만한 요술이 없다. 자고새면 개처럼 싸우는 여야 정치권도 극렬한 노동계도 요즘 밤처럼 한목소리를 낼 수는 없을까!
흥미로운 것은 동계올림픽에서는 인구가 많고 나라가 큰 것과 메달 숫자와는 상관관계가 매우 엷다는 점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이나 초강국 미국보다 인구 500만의 노르웨이가 메달 획득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더구나 십수년 전까지 거의 불모지였던 한국이 연이어 동계올림픽 10대 강국에 당당히 등극한 것은 기적 같은 쾌거다. 우리를 지구촌의 변방쯤으로 깔아뭉개던 일본이 형편없이 추락한 것 또한 불감청고소원이다.

때마침 강원도에 전대미문의 눈폭탄이 떨어져 주민들이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다. 4년 후 평창에 내려야할 눈폭탄이 너무 일찍 내려 걱정이다.

사분오열 혼란과 불신 불렀다.

화제를 바꿔 차기 섬유산업연합회장 선출을 둘러싼 대립과 반목이 도를 넘고 있다. 평화롭던 섬유패션업계에 폭풍이 불어 닥쳐 마구 할퀴고 있다.
후보자 본인의 의사인지, 주변 측근의 과잉충성인지 몰라도 최소한 지켜져야 할 상도(常道)도, 넘어서는 안 될 금도(襟度)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나름대로 섬유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소명의식으로 살아왔다고 감히 자부하고 있다. 일부 전문 언론이 팩트(Fact)를 무시한 왜곡된 논리를 전개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일점일획(一點一劃)도 가감 없는 직필정론을 추구해왔다.

그런 필자의 진정성을 폄하하거나 왜곡하며 자기중심적 역선전을 퍼트린데 대해 실망과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흥정을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하듯 파국의 서곡이 울려 퍼진 심각한 사태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든 후보들과 공적, 개인적으로 좋은 인연을 맺어온 사이에 무엇 때문에 누구와 척 지는 짓을 하겠는가. 섬산련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가슴에 불을 지르는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행태에 대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자계훈(自戒訓)을 던졌을 뿐이다.

자칫 음모와 모략의 술래잡기를 방불케 하는 오늘의 이 사태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냉정히 복기(復碁)해보자. 노희찬 회장의 지난 6년의 헌신적인 봉사와 공적은 섬유패션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노 회장을 비교적 가까이서 지켜본 필자가 알기로는 당초 3년 전 연임할 때도 무거운 짐을 벗기 위해 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있었다.

안하면 안했지 대충 이름만 걸고 적당히 하지 못하는 천성 때문에 대구에서 일주일에 2~3일은 별보며 서울을 와야 했고, 중요한 국제회의 등으로 많은 시간을 뺏겼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했고, 더구나 때로는 주1회도 회사에 나갈 수 없는 공백으로 경영에 타격이 심해졌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주변에서 대안 부재를 내세워 강권을 거듭해 어렵게 수락했다. 이같은 초심의 의지는 지금 이 순간도 변함이 없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6년 전에 만들어진 정관 규정에 충실하기 위해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는 절차대로 5인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12월 이사회에서도 노 회장의 3연임을 요구하는 소리가 빗발쳤지만 “안 한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다만 자신보다 연부역강한 후임 회장을 선출하기 위해 자신이 추천위원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5인 추천위원회의 만장일치를 거쳐 2월24일 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미련 없이 넘긴다는 일념이었다. 그러나 청천벽력 같이 5인 추천위원회의 의견이 끝내 3대2로 갈리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2명의 위원이 노 회장을 비롯한 3명의 의견에 승복하지 않고 반기를 드는 바람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불길에 휩싸였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몰랐던 뼈아픈 자책이었다.

2명의 반대론자 중엔 특정 후보와 특수 관계에 있는 인사도 포함돼 있는데다 이 특수관계 인사가 길길이 뛰며 합의도출에 재를 뿌리고 말았다. 바로 그 당사자가 끝내 의견일치를 거부한 후 결국 대안으로 “노 회장이 3연임을 해주면 승복하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이다.

당초 3연임은 꿈도 꾸지 않았던 노 회장과 원로위원이 처음에 불가론을 제시하다 총회에서 방법이 없다고 설득해 고사 끝에 잠정 유임을 수락하고 말았다.
이 같은 차선의 방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던 추천위의 최종 합의 결과로 노 회장을 끝내 반대한 특수 관계 인사가 먼저 섬산련 사무국 담당자를 불러 언론에 공포하도록 앞장섰다. 전대미문의 과열현상으로 섬유패션호가 산으로 가는 파국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공개되자 일부 후보는 거두절미하고 앞뒤과정 다 자른 채, 노 회장의 3연임 욕심 마각이 드러났다고 삐딱하게 여론 몰이를 했다. 가뜩이나 대구와 화섬업계가 중심이 된 업종 간에 터무니없는 음모와 모략의 술래잡기가 기승을 부렸다.

노 회장 입장에서는 현직 회장으로서 적어도 후임 회장은 섬유패션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훌륭하고 역량 있는 인사에게 바통을 넘기겠다는 순수한 동기가 3연임 노욕(老慾)으로 매도되고 말았다.
지난 2개월 동안 섬산련 후임 추대 논의가 시작된 이후 섬유패션업계는 지역과 업종 간에 제 논에 물대기식 ‘아전인수’ 공방이 극에 달했다. 경쟁 후보에 대한 비방보다 자기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 회장을 무참히 짓밟는 인신공격이 난무한 것이다.

차기 섬산련 회장에 누가 되던 간에 전임 회장을 이렇게 짓밟으며 목적을 달성해서는 안 된다. 전임 회장에 대한 최소한 지켜야할 예의마저 버린다는 것은 후임 회장 취임 후에도 내편, 네 편으로 갈려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혼란과 불신 접고 화합과 단결을

필자 역시 노 회장 3연임은 처음부터 수긍하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자칫 총회가 난장판이 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자제를 당부하는 뜻에서 불가피론을 전개해온 것이다.
어찌됐건 섬유패션업계의 찢겨진 가슴에 소금뿌리는 잔악상은 없어져야 한다. 수고하고 고생하는 섬유패션업계 수장(首長)에게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와 규율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섬유패션업계의 편가르기식 과민한 대치현상의 신종파행은 한시바삐 끝내야 한다. 대립과 갈등차원이 아닌 협조와 화합을 위해 후보와 측근, 그리고 지역과 업종 간의 맹목적인 편향적인 파문 만들기 작태는 척결해야 한다.

우리 내부적으로 사분오열(四分五裂)하는 혼란과 불신을 막기 위해 노 회장과 후보들이 지혜를 모을 때다. 노 회장의 3연임이 최선이 아닌 차선이지만 이것마저 여론이 들끓는다면 노 회장 자신이 원하지 않은 멍에를 홀가분하게 벗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업계의 평화와 단결을 위해 필자 역시 이제부터 팔소매를 걷어 올리고 발품을 마다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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