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설 연휴 기간을 활용해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미국을 잠시 다녀왔다. ‘안에서 깨진 쪽박 밖에서도 샌다’고 오나가나 실망과 열패감을 지울 수 없었다.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우리보다 시장 규모가 16배나 더 큰 미국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의류와 직물시장 동향을 둘러보았으나 실망과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작년 3분기부터 경제성장률이 4%이상 폭발적으로 상승한다는 지수경기와는 달리 실물경기는 전혀 딴판이었다.

미국 중부와 북부에 이어 뉴욕, 시카고 등 의류 소비가 가장 큰 지역은 혹한과 폭설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의류소비도 작년 말 홀리데이 시즌이 부진한데 이어 새해 들어 1월 경기도 맥을 못 추었다.
백화점과 월마트, 타겟을 비롯한 대형 체인스토어 등의 의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쳐 겨울용 중의류의 재고가 아직도 산적해 있다고 들었다. 이 때문에 바이어 들의 올 F/W용 신규오더가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美시장 10년 전보다 낮은 가격 극복해야

서부지역은 가뭄이 심각해 이미 북가주와 중가주는 제한급수가 실시되고 있고 LA지역도 가뭄이 계속되면 제한급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미국의 최대 목화재배단지인 캘리포니아 지역은 최악의 가뭄으로 앞으로 면화 생산 농가가 자칫 폐농위기에 놓여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동대문 시장 기능의 LA 자바시장 경기도 기대만큼 활성화 되지 못해 상인들의 시름이 컸다.

미국의 섬유 및 의류수입 규모는 연간 1000억달러(원화 기준 1000조원)에 달한다. (2012년말 기준) 의류수입 규모는 77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반면 직물과 사류 등 섬유류 수입규모는 54억달러 규모다. 나머지가 잡화 등 제품류로 분류되고 있다,

이중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섬유 의류수출 규모는 불과 9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섬유직물, 사류 수출이 5억달러로 60%를 차지하고 있다. 대미 의류수출국 중 한국은 꼴지다.
미국 인구 3억 1400만명의 의류소비량은 연간 190억 벌에 달한다. 1인당 의류 구매량은 연평균 62벌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 기준 1인당 연평균 898달러를 의류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기준)

수입의류의 평균 단가는 피스당 3.24달러에 머물고 있다. 이 금액은 10년 전 가격인 3.30달러보다 오히려 6센트나 낮은 금액이다.

미국의 물가가 얼마나 안정된 나라인지 한 눈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수입의류 평균 단가는 가격 후려치기 저항이 어느 정도 심각한 지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한국의 대형 의류수출 벤더들이 해마다 수직상승하는 대미 수출에서 어느 정도 피가 마르는 채산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10년 전 수출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작게는 기업당 1~2억달러에서 최고 16억달러까지 수출하는 의류수출 벤더들의 규모경쟁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어림 유추 해석이 가능했다.

미국 내 전체 도소매 및 제조를 포함한 업체 수는 280만개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소매업이 260만개에 달해 제조업은 많이 쇠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스포츠 매장이 최근 3년간 23%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내 전체 의류 및 섬유업계 고용인원은 생산과 유통을 포함해 300만명 규모로 조사됐다.

또 미국 내 전체 섬유 및 의류생산업체 종사자 수는 24만여명 규모로 나타났다. 한국의 섬유제조업 생산자 수인 28만명 규모보다 훨씬 작은 규모다. 섬유의류 제조업이 어느 정도 몰락했는지 짐작이 간다.
한인이 가장 많고 우리의 동대문시장 기능을 맡고 있는 자바시장이 있는 LA지역의 섬유ㆍ패션산업은 미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곳이다. 실제 LA지역 섬유업계 전체 매출 규모는 무려 연간 330억달러 규모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역의 섬유 및 의류업계 종사자 수는 11만명에 달해 타지역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A자바시장 매출도 연간 30억달러 규모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LA 전체 섬유 및 의류 업체 수가 8000여개에 달한 가운데 자바시장에만 4300개 업체가 군웅할거하고 있다. 이중 한인 업체수가 2500개에 달해 이 시장에서 한국인이 상권을 대거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형 의류벤더 현지 법인장들은 “작년 3분기 이후 주택거래가 급증하는 등 경기가 상승곡선을 그리다 살인적인 혹한이 계속 된데다 양적완화 조치 이후 급격히 꺾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쳐 재고가 많이 산적되면서 “의류패션 기업의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미국 경기회복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성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바이어들의 오더상황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저항이 더욱 심해질 조짐을 경계했다. 대형 벤더들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규모경쟁을 통한 생산성으로 커버하겠지만 그만큼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LA 자바시장의 환경도 한국 업체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교훈을 남기고 있다. 한ㆍ미 FTA 발효로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 품목은 상당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산과의 가격차가 없어지면서 특정 품목은 디멘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요가웨어용 원단은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는데도 한국의 소재 메이커 원단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만의 ‘이클렛’사가 미국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점을 지켜보면서 한국 소재 메이커들의 적극적인 공략이 시급함을 절감했다.

LA 자바시장까지 뒤흔든 막장투매

또 하나 우리의 고질적인 병폐인 직물업계의 막장투매가 LA자바시장에서도 어김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아니면 경쟁 상대가 없는 ITY싱글스판을 일부 트레이딩 업체에서 상상을 초월한 가격으로 그것도 몇 컨테이너씩 가져다 시장에 풀어버리고 있었다.

매년 거의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이 같은 폭탄투매는 터키보다 더 심한 투매가격으로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자바시장 상인들의 증언이다. 270g 기준 미터당 1.10~1.20달러 수준에 시장에 특매해 가격질서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정말 한심한 작태가 LA 자바시장까지 판치고 있어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이런 고약한 행태를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산 직물의 대미 수출이 갈수록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여졌다. 그 좋던 치폰직물 시장도 중국산에 밀려 맥을 못 추는 현상이 너무 참혹했다. 그래도 중국산과 차별화된 직물은 강세를 보이고 있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만 한국산 직물을 득달같이 카피한 중국의 얌체 상혼을 경계해야하는 어려움이 문제였다. <LA 延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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