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에 돌아가는 통박이 하도 아니꼽고 분통이 터져 저속한 비유로 화두를 잡았다. 속칭 섯다판 노름을 할 때 장땡은 최고 끗발이다.당연히 도박판에서 장땡잡은 사람과 솔두마리 일땡잡은 사람의 표정은 하늘과 땅 차이다. 두말할 것 없이 일땡은 겨우 땡축에는 들지만 그중에서 가장 낮은 숫자라서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그래서 노름판 은어로 과거에는 일땡을 가리켜 '체신부장관'이라고 불렀다. 기껏해야 편지와 전화·전보나 취급하는 체신부장관은 권력의 상징인 장관중에서 가장 끗발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다.과거 체신부인 지금의 정보통신부는 미래 첨단산업을 관장하면서 예산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하는 막강한 부처로 바뀌었다. 대신 국가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자원부가 과거 끗발없는 체신부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체신부 연상 산자부 끗발경제의 3대요소인 사람과 돈, 토지를 둘러싸고 부처간 힘겨루기에서 산자부는 항상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 부인 못할 현실이다. 기업의 동맥인 돈줄은 재경부가 쥐고있고, 공장 하나를 지으려고 해도 건교부가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첨단산업 정책도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자기들 영역이라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노동인력 수급은 노동부와 법무부가 서슬 퍼렇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친기업 입장이면서도 산자부가 무엇하나 딱부러지게 도와주거나 해결할 능력이 없다. 섬유산업이 이모양 이꼴로 쪼그라든 것도 과거 체신부만큼 끗발이 줄어든 산자부의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사실 상공부시절이나 지금의 산자부 시절을 통틀어 현 이희범 장관처럼 친섬유장관도 드물다. 그는 고향이 섬유산지인 경북인 것은 물론 과장·국장 시절부터 섬유와 유관된 업무를 담당하면서 많은 기여를 한 공로자이다.수출1과장으로 재임하면서 섬유쿼터운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시행했고, 주미상무관시절 불철주야 노력해 가능성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듯 어렵다는 스웨터 엔티덤핑을 승소로 이끈 탁월한 능력가였다. 또 제네바 근무시절 한·터키 섬유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놀라운 능력을 과시했다.장관 부임후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섬유산업을 가장 많이 걱정하면서 애정을 표시해 섬유인들이 누구보다도 친근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가 장관으로 부임한 금년초 섬유인들이 쌍수로 환영했고, 정부의 섬유산업 중흥정책의 마지막 기회로 믿어왔다.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섬유인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친섬유장관 앞에서 그것도 대구에서 사상초유의 섬유인 봉기가 준비돼왔다. 비록 정부와 대구시의 적극적인 방해공작과 대구업계 내부의 이견으로 유보되긴 했지만 전대미문의 대규모 섬유인 궐기대회가 강행될뻔했다.바로 15일 대구 신천 고수부지에서 열기로 했던 대구·경북 섬유산업 생존을 위한 대규모 궐기대회가 일단 무기 연기됐지만 불씨가 완전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이장관 입장에서는 '내가 섬유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데 등뒤에서 비수를 꼽을수 있느냐'고 비분강개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 해외순방을 수행하고 돌아온 즉시 대구시장과 함께 자신이 주재하는 업계간담회를 14일로 잡았다가 사정상 18일로 연기했겠는가. 그것도 18일에 직접 대구로 내려가 자신의 충정과 육성방안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어서 그의 변함없는 애정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그러나 사상초유의 섬유업계 봉기까지 몰고올뻔한 이번 사태가 올 때까지 산자부 당국자들은 무얼 했는가 하는 점이다. 장관이 강한 집념과 애착을 갖고 전력투구하고 있는데 반해 참모들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솔직히 대구 직물업계는 부도 돌림병이 창궐해 줄초상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지푸라기 역할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조금은 무리한 부탁이지만 근본적인 금융권의 섬유업종 무차별 대출회수도 산자부가 가로막아주길 기대했다.또 가뜩이나 직물 해외경기가 3년 이상 대공황을 헤매는 상황에서 유화업계의 폭리로 화섬사 가격이 70%까지 폭등해 기업을 존속할 수 없는 사정을 제대로 알고 시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최소한 원사가격 폭등의 주범인 유화업계의 폭리만이라도 막아줄 것을 기대했었다.그러나 산자부 입장은 달랐다. 대구가 다죽는다고 아우성인데 반해 지나친 엄살이고 자업자득이란 입장이었다.우선 금융권의 섬유산업 신규대출기피나 대출금 회수는 재경부 소관이지 산자부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은행이 섬유를 백안시하는 것은 섬유업계 스스로 잘될 때도 죽는다고 엄살을 부려 은행의 경계심을 부추긴 제발등 찍기라고 일축하고 있다.또 유화가격도 시장기능에 맡겨야지 정부가 나서서 내려라 올려라 할 수 있느냐는 논리다. 여기에 11월에 인상키로한 화섬사 가격을 올리지 않았으니 잡단봉기이건 궐기대회이건 명분이 없는 것 아니냐는 태도인 것 같다. 바로 대구 직물업계가 명분없는 떼를 쓰고 있다는 시각이다.여기서 산자부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을 정부에 의존하는 것도, 또 지난날의 잘못된 대구업계의 오류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그러나 누구의 잘못이었건 간에 그 잘나가던 산업이 송두리째 붕괴되는 현상을 보고 책임을 업계에만 돌린다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잘못가면 처음부터 제대로 가도록 가이드 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책무인 것이다.또하나 산업정책의 경도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 왔는지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경우 유화업계 일부가 국영이다.친섬유장관 기가막혀산업간 스트림간 불균형이 초래됐을 때 정부는 국영 유화업계에 보이지 않은 압력을 넣어 관련 스트림을 보호하고 있다. 국영기업이 이렇게 움직이면 민간기업도 자연히 따라가기 마련이다.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우리정부가 석유수입비축기금을 대폭인하하고 관세를 내리는 것은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업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음공정인 석유화학업계에 미치는 파장에서부터 다시 그 제품을 사용하는 화섬업계, 최종 직물 업계까지를 보호하기 위한 고단위 처방인 것이다.그러나 우리현실은 모든 수혜를 석유화학까지만 독점하고 화섬이나 합섬직물업계는 피골이 상접하도록 폭리를 취한 것이다. 원사값을 11월에 안올렸다고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세계수요가 줄고 국제원유값이 내린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것을 마치 정부나 유화업계가 성의를 다해 개선한 것처럼 위장 포장한다면 치졸한 생각이다. 얼씬하면 전가의 보도처럼 공정거래법을 들고 나오지만 정부의 합리적인 행정지도가 왜 공정거래법 대상인지 이해할 수 없다.친섬유장관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섬유인들로부터 배척받지 않도록 참모들이 각성해야 한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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