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2014년 경기 전망

화섬. 조봉규 (주)효성 나일론ㆍ폴리에스테르 부문 사장
2013년 불황 새해 상반기까지 지속 가능성
화섬ㆍ직물, 중국과 부딪히는 품목 피해가는 게 처방


내년 화섬경기를 전망하기 전에 2013년 경기를 회고해 보면 대충 감이 잡힌다고 볼 수 있다. 화섬경기는 폴리에스테르사를 중심으로 상반기까지는 괜찮은 편이었으나 8월부터 급속히 냉각됐다.

실수요자인 니트직물과 화섬ㆍ교직물업계의 수출 오더가 심한 가뭄에 시달리면서 원사 수요가 급감했다. 상대적으로 PTA와 MEG가격은 강세를 보여 화섬업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화섬 메이커들마다 늘어나는 눈덩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강도 높은 감산을 단행해 연말 현재 계속되고 있다. 20%~30%에 달하는 대폭적인 감산 규모는 과거에 쉽게 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감산을 확대하고 있는데도 보유 재고가 줄지 않아 메이커마다 충격 속에 연말을 넘기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유럽도 회복 국면인데 직물ㆍ니트 경기가 깊은 불황터널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이유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화섬 메이커들 역시 원사재고가 쌓이고 시장이 엄동설한이란 점을 직시하고 무리하게 가격 인하 경쟁을 벌여 10, 11월 두 달에 파운드당 10센트 수준을 내린 체 많은 적자를 껴 앉고 연말을 보냈다.

새해 경기에 대한 전망은 적어도 상반기 중에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3월부터는 정례적인 성수기에 진입해 지금보다야 나아지겠지만 강도가 어느 정도 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원사 메이커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10월과 11월에 내린 만큼은 적어도 1월에 환원시키고 싶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국내 화섬업계가 경기 불황 속에 더욱 고통스럽고 힘든 것은 중국산 원사가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원사를 팔고 있는 ‘행리’나 ‘생홍’은 중국에서도 대표적인 기업이다.

'행리‘나 ‘생홍’ 등 중국의 간판기업들은 1개사 생산 캐퍼가 한국 전체 생산량의 2배에 달한다. 그들은 방사기나 가연기를 고정시켜 놓고 대량 생산한데 따른 생산성과 품질 균일도에서 우세해 한국 기업은 경쟁에서 어려움을 안고 있다. 품질에 디펙트가 줄고 규모경쟁을 통한 생산성에서 한국은 중국 기업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따라서 이 같은 구조적인 환경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사실 과거 중국이 화섬설비를 무자비하게 증설할 때 한국과 중국은 화섬과 직물 생산에서 부딪혔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이 하지 않는 아니면 비중이 작은 품목으로 피해가는 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최근 2~3년 전부터 한국과 중국산 직물이 시장에서 또 부딪히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연사물에 손대지 않던 중국이 뛰어들어 치폰까지 대량 생산하고 있다. 중국산 치폰 생지가 국내로 대량 반입되는 상황에서 국내 연사직물 업계가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제는 분명히 성립돼 있다. 직물과 화섬이 어떻게 하면 중국과 부딪히지 않는 차별화 전략을 강구하여 전력투구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한ㆍ중 FTA에 대비해서도 아주 절박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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