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날염 산증인, 사재 100억 장학재단 설립
50년 날염 한우물…최고 기술로 섬유수출 정상기업 반열
끊임없는 기업개선작업, 경쟁력 후학양성 등 CSR도 앞장


박종근 (주)한영나염 회장(77)이 제27회 섬유의 날에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다.
반세기 날염 외길을 걸어온 박 회장에게 섬유ㆍ패션산업의 최고의 공로와 명예를 안겨준 것이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날염산업 역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1950년 14세의 지학(志學)을 앞둔 나이에 날염공장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1964년 불모지나 다름없던 날염전문 임가공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50여 년간 날염발전과 섬유 수출증대를 위해 한 우물을 파면서 대한민국 날염산업의 신화적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주)한영은 면ㆍ레이온ㆍ니트류(이상 자연섬유)ㆍ폴리에스테르ㆍITYㆍ치폰ㆍ큐프라ㆍ아크릴(이상 화학섬유)을 주력 아이템으로 생산하고 있다.

소량 다품종 생산에 맞는 최적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치폰류의 경우 얇은 원단 날염에서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븐류는 전처리부터 날염까지 원스톱 생산체제를 갖춰 탁월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박 회장은 창업 20년 만에 회사를 우리나라 섬유수출 기업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1000만달러수출탑(1991년), 대통령표창(1984년), 동탑산업훈장(1984년)등을 잇따라 수상했다.

한영의 발전이 국가 섬유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 했고, 한영의 실적이 곧 대한민국 섬유 수출의 바로미터인 셈인 것이다.
박 회장과 한영의 끊임없는 기업 개선작업은 곧 섬유산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1988년 날염업계 최초로 자동화 염료조색장치(C,C,K)설비를 도입,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혁신을 이루면서 프린팅직물 생산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는 국내 업계에 유사한 시스템 보급을 유도하면서 업계 전체가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모든 생산라인을 첨단 자동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고, 2008년부터는 디자인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바이어가 원하는 디자인을 최단 시일 내에 프린팅해 공급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마련했다.

박 회장은 “유럽의 20여개, 일본의 30여개 공장을 수차례 방문ㆍ벤치마킹하면서 끊임없이 날염 연구개발에 힘을 쏟은 결과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술회한다.

그는 특히 환경적으로 오염물질이 많은 날염산업을 그린산업으로 바꾸는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 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갖춰 리딩 기업의 면모를 갖춘 것이다.
박 회장은 기업경영 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도 귀감을 사고 있다.

자신이 지난날 기업을 일으키며 땀흘려 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2011년 ‘한영 장학재단법’을 설립한 것.

그가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출범시키자 업계에서는 그의 통 큰 결단에 부러움과 함께 갈채를 보냈다.
박 회장의 결단은 자신이 성장기에 뼈저리게 겪은 가난의 설움을 후진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배움의 길을 열어놓고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가 장학재단 설립 당시 발표한 ‘섬유산업 국가인재 육성’ 취지문은 업계 뿐 아니라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 날염업계를 대표해온 (주)한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후학들에게 보다 크고 넓은 도전의 기회를 안겨주기 위해 봉사ㆍ기부하는 것을 의무이자 명예로 여기며 이를 실천할 것입니다.”

지난 9월 섬유센터에서 열린 제3회 한영텍스타일 디자인공모전 시상식에서도 “수상자들은 우리나라 섬유ㆍ패션 미래를 선도할 인재들”이라며 “대한민국이 세계 으뜸의 섬유ㆍ패션 대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뒤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섬유ㆍ패션산업 발전에 대한 박 회장의 무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한영은 △고객만족 최우선 기업 △사회공헌 및 윤리경영 앞장 △글로벌 친환경 기업 구축 등을 회사 이념으로 삼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일제 치하인 1936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과 더불어 귀국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집안 형편으로 진학을 못하고 10대의 나이로 일본에 건너가 온갖 궂은일을 마다않고 분골쇄신 피나는 노력으로 자수성가했다.
귀국 후 지난 64년 28살 약관에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염색 날염업을 시작해 구로공단을 거쳐 현재 안산 사업장에 터를 잡음으로써 오늘날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한영은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것입니다.” 큰 상 수상을 앞둔 원로섬유인의 식을 줄 모르는 집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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