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케톤' 2015년 대량 생산…미래형 플라스틱 선점

효성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플라스틱 소재 부문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효성은 4일 “공업용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케톤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폴리케톤은 열과 마찰, 충격, 화학물질 등에 견디는 능력이 좋아 금속을 대체하는 공업용 플라스틱 소재로 쓰인다. 미국 일본 등이 1980년대 이후 상용화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2004년부터 폴리케톤 연구를 시작한 효성은 10년 만에 양산기술을 확보한 뒤 최근 미국 독일 등의 150여개 업체로부터 품질 인증을 받고 시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국내 133건,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27건의 관련 특허 출원과 등록을 마쳤다.

효성은 2015년 연 5만t 규모로 폴리케톤을 생산하며 2020년까지 1조500억원을 투자해 생산량을 연 2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공업용 플라스틱의 지난해 세계 시장 규모는 60조원 정도다. 관련 업계는 시장 규모가 2030년 12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효성이 10년간의 노력 끝에 신소재 폴리케톤의 상용화에 성공함에 따라 고기능 플라스틱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효성은 공업용 플라스틱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일론 기반 제품에 대적할 신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SK케미칼과 일본 도레이 등도 국내에서 금속대체 용도의 플라스틱 소재인 PPS(폴리페닐렌설파이드) 사업에 착수하는 등 미래형 플라스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10년 만에 폴리케톤을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소재 부문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라는 조석래 회장의 주문이 결실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일산화탄소와 에틸렌 등으로 이뤄진 폴리케톤은 결합을 촉진하는 촉매 개발이 핵심이었다. 이 부회장은 “미국 일본 등의 글로벌 회사들도 몇년씩 도전했다가 포기한 기술”이라며 “10년 동안 오너가 힘을 실어준 덕분에 한국 기업이 세계 처음으로 폴리케톤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도 불리는 공업용 플라스틱은 현재 나일론으로 만든 폴리아마이드가 전체의 30%가량을 차지한다. 이밖에 휴대폰과 TV 외장재로 많이 쓰이는 PC(폴리카보네이트)를 비롯해 폴리아세탈, PBT(폴리에스터 수지), 변성PPO(폴리페닐렌옥사이드) 등 5가지가 대표적인 공업용 플라스틱이다.
폴리케톤은 충격강도가 나일론과 PBT에 비해 2.3배 높고, 기름 등 화학성분에 견디는 능력도 경쟁 제품들에 비해 1.4~2.5배 뛰어나다고 효성 측은 설명했다.

우상선 효성기술원장은 “원료인 일산화탄소와 에틸렌의 가격이 싸기 때문에 양산체제만 갖추면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휠커버와 엔진룸커버 등 내외장재, 전기전자 커넥터와 기어톱니, 케이블, 타이어코드 등의 재료로 사용될 전망이다.
기술 자문을 맡았던 김병철 한양대 교수는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소재 원천기술을 국내 기업이 확보하고 양산에 필요한 규격화 작업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경량화 추세에 맞춰 화학업체들은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플라스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케미칼은 일본 데이진과 합작사 이니츠를 설립하고 지난달 1일 울산에서 PPS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열과 화학약품에 강한 플라스틱 소재인 PPS를 2015년부터 연 1만2000t씩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 도레이도 지난달 7일 새만금산업단지에 3000억원을 투자해 PPS 설비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LG화학 제일모직 코오롱 등도 공업용 플라스틱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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