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錯視)의 사전적 의미는 “착각으로 잘못 본다”는 뜻이다. 사방에 인화물질이 널려 있는 우리 경제 현실을 너무 태평성세로 보는 착시현상이 만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우리 경제의 대들보인 30대 그룹중 상당수가 빨간 전조등이 켜지고 있다. 소가 밟아도 끄떡없을 것으로 믿었던 동양그룹과 STX그룹이 해체된데 이어 기라성 같은 기업이 떡쌀 담그는 칼날 위를 걷고 있다.

비록 삼성전자가 2분기에 이어 3분기 영업이익이 사상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지만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TV부문은 물론 반도체 분야도 향후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바일코리아를 떠받치면 휴대폰(스마트폰 포함) 내수판매로 올해 2000만대에 그쳐 5년 전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삼성과 함께 한국경제의 양대 산맥인 현대자동차 사정도 우울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 시장 판매가 역주행하고 있고, 내수판매도 작년보다 20%이상 감소했다.

외국인근로자 축소. 산업 현장 비명

솔직히 우리가 이만큼 배부르고 등 따듯하게 떵떵거리며 사는 것은 삼성ㆍ현대차 덕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노키아, 소니가 그렇듯이 삼성, 현대차가 언제까지 일취월장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수출 의존도가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바깥 사정 돌아가는 통박이 결코 녹록치 못하다. 잘나가던 남유럽 국가가 거덜나면서 세계 경제를 강타하더니 미국 연방정부가 17년 만에 정부폐쇄(셧다운)라는 메가톤급 폭풍에 휘말렸다.

정치하는 사람은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당리당략에 매몰돼 국가경제의 침몰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미국이란 선진국마저 저 지경인데 자고새면 개처럼 싸우는 우리 정치권은 오죽하겠는가.
본질문제로 돌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이 빛이라면 그 그림자는 산업현장의 인력난이란 부작용으로 직결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5500명을 뽑는 올 하반기 공채에 무려 10만명이 몰렸고, 현대차 LG그룹에도 희망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되고 있다.
반면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인 중소기업은 인력이 없어 설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사람 채우기에 연중 비상사태다.

줄잡아 중소기업 사업장에 27만명이 부족해 아우성이지만 오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해볼 재간이 없다. 아무리 대기업과 동일한 대우를 해줘도 중소기업가면 ‘혼인발’이 안 선다는 고약한 풍토가 만연된 원인이다.

중소기업 중에도 대우가 열악한 섬유ㆍ봉제 사업장은 이미 고립무원의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섬유의류 사업장 생산근로자가 30명에 달하지만 이중 10%인 3만명이 당장 부족 인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우를 아무리 잘해줘도 섬유사업장의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아 생산현장 종사자는 고령화되고 있고 부족 인력의 공백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로 일부를 채우고 있지만 정부의 내국인 일자리 보장이란 알량한 탁상공론 정책으로 이마저 차례가 안 온다.

2008년 8만명이던 외국인근로자 공급인력이 2만8000명까지 줄었다가 작년에 4만9000명을 유지했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 올해 3만7000명으로 또 다시 줄었다. 내국인 근로자가 와주면 뭐가 답답해서 말이 안통하고 생산성도 떨어지며 임금은 내국인보다 오히려 더 비싼 외국인을 쓰겠는가?

정부의 외국인근로자 공급 정책이란 게 산업현장의 피맺힌 절규를 모르고 탁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섬산련이 올해 외국인근로자 공급 규모를 대폭 줄인데 대해 발끈하며 대책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력난 기근이 가장 심한 섬유산업에 별도로 3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꺼번에 어려우면 연간 6000명씩 5년간에 나눠 증원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섬산련은 또 외국인 근로자도 내국인과 똑같이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는 현행제도의 모순점을 시정해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생산성은 내국인의 70%에 불과한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과 똑같이 대우하라는 것은 정부나 정치권의 생색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근로자의 최저임금은 내국인과 똑같이 주 44시간 기준 109만8360원이다. 그들 고국에서 받는 임금의 4.4배 수준이다.

여기에 연장근무를 포함하고 부대비용을 합치면 1인당 소요비용은 평균 188만8000원이다. 실제는 2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소기업 생산직 내국인근로자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이같이 높은 외국인근로자 임금수준 때문에 내국인근로자가 역차별에 항의하고 있고, 임금인상 요인이 되고 있으며 불법체류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섬산련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 않고 획일적인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는 현행제도의 모순점을 시정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최저 임금 적용 기준도 생산성에 맞춰 적용하자는 것이다.

실제 언어소통이 안되고 일의 능률로 봐 외국인근로자는 내국인에 비해 생산성이 7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최저임금도 70% 범위 내에서 숙련도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성별, 국적, 신분 등에 따른 근로조건 차별적 처우불가(제67조 균등한 처우)의 모순점을 시정해 달라는 요구다. 이 문제를 노동부와 국회 환경 노동위에 건의하고 있는 중이다.

황금방석 깔아도 오지 않는 내국인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에는 아무리 화려한 황금방석을 깔아도 오지 않는 내국인근로자들을 메꿀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근로자뿐이다. 공장 문을 닫지 않으려면 이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 하늘의 별따기다.

시대가 변했고 지구촌이 울타리가 없어진 글로벌 시대에 정부가 노동의 국수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봉건적 사고다. 노동부는 물론 법무부까지 자칫 피가 섞이기 쉽고 범죄행위가 우려된다며 도입규모를 억제하고 있지만 이것은 구태의 표본이다.

오히려 개방을 확대하되 철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면 된다. 대만은 외국인근로자 도입 시 △지정된 회사를 이탈할 수 없다. △혼인할 수 없다. △출산할 수 없다는 서약을 받는다. 위반 시 득달같이 강제출국이다.

두바이에 일하는 네팔과 파키스탄근로자는 우리 돈으로 월 30~40만원을 받고도 줄 서 있다. 우리처럼 200만원을 주는 잘못된 임금 구조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외국인근로자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고 사후관리 제도를 철저히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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