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4%를 차지하면 그 나라 경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듯 노인복지에 쏟아 붓는 국가재정으로 파탄의 길을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깊은 수렁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도 노인인구가 24%에 육박하는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거 날에 젊은이들은 놀러가지만 노인들은 꼬박꼬박 투표장에 나가 권리를 행사한다.

일본의 경우 노인인구 24%가 투표에 영향을 준 것은 35%를 상회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35%의 영향력은 선거 판세를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 정치인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노인들에 잘 보이기 위해 온갖 달콤한 노인복지를 주장한다. 국가 재정이 복지에 치중하다보니 노인천국이 됐지만 국가부채가 전체 GDP를 상회하고 있다.

중ㆍ베트남 소싱 바가지 썼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아직 12%남짓이지만 2030년에 가면 마의 24%에 도달할 것으로 통계청이 예견하고 있다. 그때 가선 젊은이 4명당 1명의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한다.

때마침 정부가 최종 확정한 기초연금 시행방안을 놓고 여야가 또 각혈하며 싸우고 있다. 노인 1인당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다던 대선공약이 7개월 만에 뒤집히면서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으로부터 회초리를 맞고 있다.

약속을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국민 앞에 사과하며 불가피성을 강조했겠는가마는 이는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아무리 주고 싶어도 나라 뒤주가 비었으면 줄 수 없는 것이고, 빚내서 줄 수도 없는 것이다.

내년 국가 예산이 357조 7000억 원인데 복지비용이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나라 빚이 515조에 달해 국민 1인당 1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부채 공화국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부채로 인한 이자비용만 올해 20조를 넘어섰다. 여기에 경기 후퇴로 올해만 세수가 10조원이나 펑크 나게 돼 있다.

소득 하위 70%만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정책이다. 소득 상위 30%가 월 10~20만원 기초연금 준다고 고마워하지 않는다. 많은 국민이 기초연금 후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죄송하다’는 사과를 공감하고 있는 것도 나라 곳간이 여유가 없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공약을 지키라는 야권의 공격도 일리가 있지만 있으면서 못주는 게 아니라 없어서 못주는 정부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재정 적자 규모가 88조에 달할 전망인데 빚내서 복지하자는 것은 책임 있는 주장이 아니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중언부언 같지만 개성공단에 대해서 우리 기업인들의 인식이 확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남북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16일부터 가동에 들어간 개성공단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8ㆍ14 남북합의에 따라 분위기가 4월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 입주 기업들의 평가다.

다만 5개월여 동안 문 닫은 과정에서 패션 유통 기업들이 지레 겁을 먹고 규모가 큰 가을, 겨울용 오더를 해외로 발주한데 따라 일시적인 일감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패션기업들이 개성공단 중단으로 호되게 고통을 겪었던 경험을 거울삼아 얼마안가 개성공단에 오더를 본격 늘리는 것은 불문가지다.

실제 4월 7일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그날부터 고통을 겪은 당사자는 입주 기업이지만 못지않게 거래한 원청업자들도 손실과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완제품과 원자재 반출이 중단되면서 입주 기업들은 업체당 최고 180억 원까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ㆍ부자재를 보내 완성된 제품이 제 때에 반출되지 못해 부랴부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전환했다. 그러나 해외 소싱처의 사정은 생각했던 것처럼 녹록치 않았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마땅한 공장 확보도 어려웠지만 어렵사리 확보한 이들 공장의 횡포와 억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개성공단이 문 닫아 생산 공장 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간파한 중국, 베트남 공장들은 배짱장사로 폭리를 취했다.

다급한 한국 기업의 약점을 꿰뚫고 하청 공임부터 정상가의 배 이상을 불렀고 딜리버리도 빨라야 한 달, 아니면 45일이 소요됐다. 개성공단 공임보다 2배, 3배 더 받으면서도 품질은 형편 없어 불량품이 대거 노출됐다.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비싼 공임에 선금까지 챙기면서 불량품에 대한 사후관리는 아예 모른 채 외면했다.

개성공단 기업은 그들대로 납기를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 공장으로 발길을 돌렸고, 패션유통회사들도 시즌을 놓칠까봐 중국, 베트남 공장으로 소싱기지를 옮겼으나 대다수가 실패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나 패션유통 원청기업들 모두 중국과 베트남 공장과 거래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손실이 큰가를 비로소 실감했다.

생산단가와 품질, 딜리버리 모든 면에서 개성공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움을 체험했다. 개성공단 가동 때는 생산 공임은 물론 양질의 노동력으로 품질에 자신 있고 매일매일 반출해 전국 매장에 신속히 공급하는 시스템과는 천항지차임을 경험한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말하지 않아도 패션회사들 모두 개성공단의 진가를 뼈저리게 확인했다. 적어도 내수용 제품은 개성공단만큼 쉽고 유리한 곳이 없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한 사실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다음 S/S용 시즌부터는 패션브랜드들의 줄 잇는 일감공급으로 캐퍼 부족의 호시절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일감이 부족해 고통을 겪고 있지만 불과 2~3개월 후면 선별 오더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선별 오더 멀지 않았다.

지금 당장 일감 부족을 고려해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나서 원청업자들에게 개성공단 활용을 채근하고 있지만 얼마안가 상황이 반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품질 좋고 가격 싸고 유통기간 빠르고 비용 적게 드는 개성공단에 일감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개성공단 국제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면서 벌써부터 독일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의 합작 진출이 본격 준비되고 있다.
지금은 123개 기업 중 70%가 의류봉제, 신발 업종이지만 편직, 제직, 염색가공까지 개성공단 입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에 대한 국내외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의류패션, 유통업체들이 개성공단 선점 노력을 지금 당장 서두를 때다. 불과 2~3개월 후부터는 개성공단 캐퍼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지금부터 개성공단 캐퍼 확보에 발 빠른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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