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을 흔들 것 같던 내란음모의 쓰나미가 한바탕 지나갔다. 무장투쟁의 미몽(迷夢)에 사로잡힌 사이비 혁명가가 감방에 들어가면서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다.

국정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헛된 미망에 사로잡힌 이석기는 한국판 탈레반의 우두머리와 다를 바 없다. 그 추종자들 역시 사이비 교주에 대한 열렬한 신봉자일 뿐이다.

그들은 헌법을 부정하고 공격하면서 조소로 응대했다. “두 달 후면 무죄판결이 나온다”며 히죽거리는 모습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런 한편 이석기의 무섭고도 우스운 모습에 비분강개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의문부호를 제기한다. 무시무시한 내란음모죄는 차치하고 서슬퍼런 국가 보안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무장투쟁의 미망에 사로잡힌 이석기와 그 추종자를 왜 지금까지 방치했느냐 하는 점이다.

PIS서 본 ‘생홍’, ‘행리’ 中화섬 공룡기업의 위용

키워서 잡을 것이 따로 있지 국가 안위를 위협하고 부정하는 악행과 폐단의 인물들은 초전박살내야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석기의 행태에 소름끼치면서도 발표 시기에 아리송해 한 것이다.
본질 문제로 들어가 계절은 어느덧 천고마비이지만 복통 터지는 섬유업계의 시름은 속절없이 깊어가고 있다. 우리 섬유산업에 지축을 흔들 한ㆍ중 FTA 체결이 임박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천길 낭떠러지를 연상케 한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 열린 ‘2013 PIS'에 중국의 거대 화섬 공룡기업 2개사가 참가했다. 겉보기에는 수많은 참가사 중 일부로 보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공룡 화섬기업이 앞으로 한국의 화섬산업을 몰사시킬 무서운 화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올해 PIS에 중국을 대표하는 화섬기업인 ‘행리’와 ‘생홍’ 2개사가 처음 참가했다. 이들이 갖고 있는 규모 경쟁력과 생산성, 품질, 가격 경쟁력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한국 기업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임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양대 화섬기업으로 불리는 ‘행리’와 ‘생홍’의 화섬 생산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행리’사의 월 폴리에스테르사 생산 규모는 10만 톤 규모에 달한다.

생홍은 그보다 많은 12만 톤 규모다.
한국의 9개 화섬기업의 생산 규모는 현재 월 6만 톤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의 1개사 생산 규모가 한국기업 전체 생산 규모의 2배에 달한다. 이들 외에도 많은 기업이 군웅할거하고 있다.
고속 가연기도 ‘생홍’이 500대, 행리가 300대에 달한다. 한국은 제원화섬 정도가 최신형 240추까지 초고속 가연기를 보유하고 있을 뿐 대다수 216추 짜리다.

설비 규모도 한국 전체가 400대 규모인데다 설치된 지 20년 이상 된 구형 설비다.

상대적으로 ‘생홍’의 초고속 가연기는 288추 짜리가 240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능력 기준 생홍은 한국 기종과 단순 비교해도 초고속 가연기 800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추가로 최신형 초고속 가연기 150대를 증설한다는 소문이다.

‘행리’ 역시 초고속 가연기 300대를 가동하고 있다. 중국의 1개사 초고속 가연기 가동 대수가 한국의 수십개 회사를 통 틀어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실정이다.

중국의 설비는 한국보다 훨씬 현대화된 최신 기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당연히 사속이 빠르고 장이 긴데다 생산성이 월등하다. 품질이 한국보다 안정돼 있다.

더욱 분명한 것은 중국의 인건비가 많이 올라 현재 ‘생홍’의 인건비는 월 평균 600달러 수준이다. 한국은 적어도 가연 부문에서만 최소 2000달러에서 3000달러 수준이다. 화섬 전체로는 5000달러가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론적으로 한국보다 품질 좋고 생산성 높고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앞선 중국 앞에 한국의 화섬산업은 생존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도 중국산 DTY사가 월 5000톤 규모가 수입되고 있다. 기본관세 8%와 엔티덤핑 관세 평균 6.5%등 15%와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20% 정도의 부담을 떠안으면서도 이 같이 많은 양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외할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먹는다”고 비싼 관세를 물고도 싸고 좋으니까 국내 수요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국산품 애용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한 푼이라도 싸고 좋은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이 이럴진데 한ㆍ중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화섬과 가연부터 떡쌀 담그는 것은 불문가지다. 한ㆍ중 FTA에 대해 직물과 편직업체들은 온도차가 있지만 이것도 길게 보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은 중국산 원사가 싸고 좋으니까 선호하지만 막상 제직과 편직에서 동일 품목을 짤 때 경쟁력은 중국 앞에 맥을 못 추게 돼 있다.

작년 말까지 연사물은 우리의 독점물인줄 알았지만 금년 초부터 치폰까지 중국산이 싹쓸이해 대구 산지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차별화 제품으로 비상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틈새시장 규모가 무한한 것이 아니다.

우선은 직물ㆍ편직업계가 한ㆍ중 FTA를 반기지만 길게 보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화섬 관련 산업뿐 아니다.
면방은 한국이 총 130만추 규모이지만 중국은 1억 추가 훨씬 넘는다. 어느 날 중국산 면사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 이 부문도 쓰나미가 예상된다.

봉제는 이미 중국에 이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리브 등에 넘겨줘 사실상 공동화된 지 오래다. 남아있는 섬유의 핵심 산업의 앞날이 캄캄한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흘러간 옛 노래
이 같은 상황에서 한ㆍ중 FTA는 이미 이달 중에 데생작업을 거의 끝내고 곧 색칠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진다. 농업과 섬유 등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정치, 외교, 군사 여러 면에서 볼 때 거역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물론 정부도 섬유와 농업 등 피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며칠 전 대구에 내려가 섬유업계 대표와 가진 간담회에서 한ㆍ중 FTA와 관련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섬유를 아무리 보호해도 민감품목 또는 초 민감품목 지정밖에 다른 길이 없다.
5년 이건 10년 이건 양허 기간이 지나면 결국 종착역은 초토화밖에 없다.

이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섬유ㆍ패션업계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겠지”하는 요행을 기대하고 있다. 하늘이 무너지면 무더기 압사 당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모두가 지혜를 모아 대응책을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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