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인용하지만 ‘촉견폐월ㆍ일폐견백폐견(蜀犬吠月ㆍ一吠犬百吠犬)이란 말이 있다. 촉나라의 개는 달이 뜨면 짓고 한 마리 개가 짖으면 온 동네 개가 따라 짓는다는 뜻이다. 인두로 이마 지지는 가마솥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몸도 마음도 서늘해졌다 싶더니 무시무시한 내란 음모가 터져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평소에도 아리송한 언행으로 색깔이 조금 빨간 종북 세력으로 인식되어온 이석기 통진당 의원들이 듣기에도 끔찍한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몰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 당사자는 물론 통합진보당도 옹기짐 지고 가다 자갈밭에 뒹구는 것은 불문가지다.

시정의 여론은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쌍팔년에 써먹던 공안정국을 조장할 수 있겠느냐”며 국정원과 검찰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한쪽에선 “국정원이 댓글문제로 궁지에 몰리니까 국면전환용이 아니겠느냐”는 색안경도 등장한다.

섬유 스트림 화섬ㆍ면방 빼고 적극 추진해야

사실 여부를 떠나 내란 음모는 국가변란을 통해 정부를 전복시키겠다는 빨갱이 집단의 전략이다. 사실이라면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국태와 민안을 위협하는 행태를 일벌백계로 다뤄야 한다. 다만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용공조작의 개연성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속 정확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촉견폐월처럼 온 나라가 이 문제로 짖어대는 대립과 갈등 국면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지난 5개월이 5년보다 길었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8ㆍ14남북협상 타결에 따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2일 열리면서 정상 가동 재개는 받아놓은 밥상이다.

이미 전제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의류봉제와 신발업체는 시설 점검을 끝내고 2일부터 회사별로 부분 가동에 착수했다. 129개 입주 기업은 물론 국내 6000여 협력업체들도 재가동에 따른 기대에 잔뜩 부풀어있다.

더욱 개성공단 정상 가동은 원부자재를 전량 공급하고 있는 우리 섬유 소재 업체와 염색가공, 부자재 업체의 동반성장을 보장하고 있다. 대구 산지와 경기북부 각 염색공단, 염ㆍ안료ㆍ부자재까지 수천개 기업에 일감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개성공단이야 말로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기대하는 투자 적지다.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과 숙련도는 가히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10년간 쌓아온 기술 노하우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을 확인받고 있다. 내국인 거래를 적용해 관세가 없다. 물류비도 싸다. 미국과 일본 수출이 허용되는 역외가공만 인정되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공단이다.

이제 남북공동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면 개성공단 활성화 방안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여진다. 8ㆍ14 남북 간 협의대로 어떤 경우도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는 배제한다는 대원칙 아래 3통 문제를 비롯한 현안들이 속속 풀리게 된다.

4ㆍ3 출입제한 조치로 5개월의 공백이 있었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 돼 안전까지 보장받게 됐다. 남북 양측 모두 개성공단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섬유패션업계가 타 업종보다 훨씬 적극적인 자세로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선견지명이 필요하다. 이제 개성공단은 단순한 가격과 품질경쟁력뿐 아니라 안전까지 보장받게 됐다.
따라서 섬유패션업계가 개성공단을 선점하는 것은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고임금과 인력난에 강성노조 등쌀에 산업현장에 연일 파열음이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이야 말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비상구인 것이다.

중언부언 하지만 개성공단에 섬유패션업계가 더욱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투자 규모가 작은 의류봉제 산업이 주축이었으나 앞으로는 미들 스트림도 적극 진출해야 한다.
그동안 의류봉제를 제외하고는 투자보장책에 의구심과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장치산업은 진출할 엄두를 못 냈다. “어느 날 공단이 문 닫으면 거액의 투자비를 어디서 건지느냐”는 불안감 대문에 제직ㆍ편직 업체들은 엄두를 못낸 것이 부인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개성공단에 관한한 남북 간의 활성화 방안이 급진전돼 변곡점을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들 스트림의 진출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환편ㆍ경편을 비롯한 니트직물과 화섬ㆍ교직물 등 제직업체, 그리고 필요하면 사가공도 진출할 필요가 있다. 염색가공도 당연히 가야하지만 개성 북부 월곡 저수지에서 공급하는 공업용수 양이 작아 현재의 폐수처리장 확대방안이 선결 과제다.

물론 장치산업인 제직, 편직, 사가공 등이 개성공단에 들어가기까지는 몇 번이고 투자보장과 안정성을 보장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남북 정부 간 합의 못지않게 보험 등으로 만약의 사태에서 확실한 보장책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개성공단은 앞으로 상전벽해(桑田碧海)로 급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2000만평 개발계획에서 100만평 시범단지로 시작했으나 아직 129개 기업이 활용하는 면적은 50만평 내외다. 그동안 많은 업체들이 땅을 신청했다가 도중에 포기하는 바람에 이 같이 많은 땅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 간 공동위원회가 가동되고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이 급진전될 때쯤에는 시범단지 땅은 머지않아 동날 가능성이 높다. 섬유봉제뿐 아니라 타 산업에서도 벌떼 같이 눈독들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직ㆍ편직 관련 업계 동남아 간 것보다 훨씬 유리

1차 시범단지가 다 채워지면 추가적인 확장이 이루어지겠지만 그때는 시간도 걸리고 땅값도 뛸 가능성이 크다. 기존 평당 14만9000원 보다 훨씬 비싸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리 섬유산업 중 의류봉제 산업은 공동화된 지 오래이다. 돌파구는 개성공단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 수출이 허용되면 월 평균 기본임금 70달러에 잔업 수당을 포함해도 130달러면 충분한 곳이다. 양질의 노동력과 저임금에 수준 높은 숙련도는 지구상에 쉽지 않다.
지금 우리 직ㆍ편직 업체들도 동남아 국가로 탈출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사람은 없고 인건비는 비싸고 걸핏하면 어깃장을 놓는 강성노조 때문에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직물ㆍ니트업계가 동남아로 나가는 것보다 개성공단에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지난 10년간 의류봉제 업체가 개척해 성공한 개성공단에 직ㆍ편직 등 미들 스트림이 진출해 무임승차 할 수 있는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직ㆍ편직 관련 업체들이 개성공단 진출을 심도 있게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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