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모든 길은 개성공단으로 통한다. 죽었다 살아난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가 이루어지기 무섭게 득달같이 남북 이산가족 문제가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추석 전 상봉을 제안함에 따라 북측도 화답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산가족 상봉 장소가 금강산 면회소란 점에서 북측이 학수고대한 금강산 관광문제도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으로 보여진다. 비무장지대의 평화공원 조성 등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그동안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 지나치게 남북관계를 경직시킨다는 오해가 한꺼번에 씻겨 졌다. 더욱 박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의 한 귀절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시사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평화를 지키기에는 억지력이 필요하지만 평화를 만드는 것은 상호 신뢰가 쌓여야 가능합니다”에 담긴 함축은 대북 공세보다 신뢰를 통한 안정을 담고 있는 것이다.

남북간 모든 길은 개성공단으로 통한다.

군사적 억지력은 고수하되 “잘 사는 형님 입장에서 못 사는 동생을 돌보겠다”는 유연한 대북 정책이란 점에서 현명한 통치 철학으로 평가 받고 있다. 남북 간에 총부리 겨눠 상호 이익 볼 것이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만 원칙을 고수하며 신뢰를 쌓아 가면 남북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개성공단 문제만 봐도 애시당초 남북 어느 쪽도 폐쇄를 원치 않았다. 북한의 대남 총책인 김양건 부장이 뒤늦게 실토한 것처럼 앞뒤 가리지 못한 북한 군부의 무지한 결정에서 사단이 불거졌다. 결국 제 발등 찍는 자충수로 5만4000명 근로자의 밥줄이 끊기고 30만 개성시민의 호구가 간데없이 누렇게 부황 들게 만들었다.

자칫하면 우리가 보낸 전력까지 끊겨 개성시민의 수돗물마저 먹기 어려운 치명타를 자초했다.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라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꼬리를 내려 개성공단 정상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 상태의 파편은 우리 측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안겼다. 경제 규모로 봐 비중은 작지만 입주기업과 거래 당사자들의 피를 말리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어느 재벌기업도 4개월 반 이상 매출이 하나도 없다면 생존이 어려운 것은 불문가지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입주기업들은 부도 줄초상 위기란 칼날 위를 걸으며 간신히 버티어 왔다.

북한도 밉지만 우리 정부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았다. 유길재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 최후 통첩을 하자 입주 기업 대표들은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기정사실화 한 것 같다”면서 “북한보다 우리 정부가 문제”라며 거세게 비판하기까지 했다.

결국 극적으로 개성공단 재개가 합의돼 모든 오해는 풀렸고, 오히려 개성공단 활성화에 날개를 달게 됐다. 그동안 시도 때도 없이 공단 폐쇄 운운하던 북한이 더 이상 헛소리를 못하게 됐다. 4개항 합의사항처럼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에 영향 받지 않고 정상 운영키로 합의한 것이다.

3통 문제가 해결되면 휴대전화, 인터넷이 가능해져 입주기업과 거래선 모두가 신속하고 자유로운 거래체제가 가능해진다. 개성공단 국제화는 외국기업 유치뿐 아니라 그동안 두려워 망설이던 우리 기업들의 추가 진출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값싸고 양질의 노동력과 자원을 결합한 협력은 남북 양쪽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보장해 줄 것으로 보여 진다. 높은 임금과 절박한 인력난으로 거미줄과 곰팡이만 가득한 우리 제조업 현장의 돌파구는 당장 개성공단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절실한 문제는 피골이 상접한 129개 입주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다. 대다수 입주 기업은 4개월 반 동안 매출이 없어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 남북 경협자금을 활용해서라도 피해 보상을 서둘러야 한다.

또 하나 정부가 도와줘야 할 것은 거래 바이어를 다시 찾는 일이다. 천신만고 끝에 개성공단이 재가동 돼봐야 오더가 없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개별 기업들이 열심히 뛰겠지만 거래재개를 위한 정부의 지원사격이 현실적으로 절박하다.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이지만 그동안 거래 바이어들은 개성공단으로 인한 피해가 커 사실상 영원히 거래를 포기하겠다는 기업이 많았다.

이와 함께 차제에 우리 내부에서도 더 이상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북한을 무시하고 자극하는 언동은 삼가야겠다. 기왕 웃으며 손잡고 정상화하기로 한 이상 쓸데없이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자극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로 보수언론에서 자주 회자됐던 ‘외화벌이’니 ‘달러박스’니 하는 식으로 북측에 모욕감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실익도 없는 것이다. 못사는 사람일수록 자존심이 강한법인데 모욕성 폄훼 발언에 발끈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기회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개성공단이 과연 퍼주기 인가?”에 대한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 5만4000명이 연간 9000만 달러의 임금을 받아간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바로 ‘퍼주기’ 표현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퍼주기’논란은 적어도 개성공단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논리이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 일 시키고 노임 안주는 나라가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자명하다.

9천만불 주고 9억불 벌면 남는 장사다.

중언부언 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심지어 아프리카 어느 곳에 가건 진출기업이 돈 들여 공장 짓고 임금 주며 가동한다. 진출국 정부가 돈 들여 공장 짓고 세금 안 물리고 공짜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곳은 지구상에 없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북한 도와주려고 간 것은 아니다. 남북 정부가 합의한 원칙을 믿고 위험부담을 감수하며 갔다. 어느 나라 보다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과 무관세 혜택, 물류비 절감의 이점이 강해 갔던 것이다.

5만4000명의 임금을 중국에서 계산할 때 연간 9000만 달러가 아닌 2억 달러도 더 들게 돼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보다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9000만 달러 주고 9억 달러 이익 보면 남는 장사 아닌가. 국외자들은 모르지만 기업하는 사람은 지구촌 어디가 가장 임금이 싸고 노동력이 우수한가에 목말라 있다.

개성공단이 최적이기에 그곳에 갔다. 김정일ㆍ김정은 도와주기 위해 간 것이 아니고 돈 벌기 위해 간 것이다. 더 이상 적어도 개성공단에 한해서 ‘퍼주기’란 얼토당토 않는 용어는 사용하지 말아야겠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초치는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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