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을 고마워한다.?” 겉으로는 테러집단이자 전쟁광인 북한을 적대시 하지만 내심은 다르다는 가설이 성립되고 있다.

이유는 북한의 위협이 있어 연간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인접국에 팔고 있기 때문이다. 군수산업이 미국경제에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고맙다는 것이다.
말이 되는 얘기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 될수록 미국의 대한 첨단 무기 판매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난다.

깡패집단 북한의 도발은 수위가 높을수록 미국 입장에서는 꽃놀이 패일 수 있다. 북한이 감히 미국을 침공할 수는 없는 처지이고 보면 군사비 부담으로 골병드는 것은 남북한 당사국인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 남북 모두 아프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한 북한학 교수는 한국에 와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에게 무심 이상의 의미 있는 얘기를 했다는 전언이다. “북한은 근본적으로 남한과의 교류협력을 원하지 않는다. 남한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될수록 체제붕괴의 위험성이 노출되기 때문에 남한과의 교류를 기피하고 있고 그 연장선상이 개성공단”이라는 것이다.

국외자의 단선적인 판단인지 몰라도 우리는 지금 중국에 대해 너무 환상적인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북한에 압력을 넣기 때문에 북한이 고분고분 따라 올 것으로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차 강조했지만 중국은 양파처럼 벗겨도 벗겨도 속내가 드러나지 않는 무서운 대국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미국과 어느 정도 죽이 맞아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핵문제를 제외한 어떤 현안에서도 북한 측 손을 들어주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미 북한을 동북4성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은 북한이 사실상 그들의 위성국이나 다름이 없다. 기름을 비롯해 경제 원조로 북한 숨통을 조이고 있는 중국은 생필품까지 중국산으로 점령했고, 알토랑 지하자원은 거의 장악했다.

국제적인 역학관계는 일본의 돌출행동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이미 측근 참모를 지난번 북한에 보낸데 이어 8월쯤에는 또 다시 특사를 북한에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동남아에서 생산기지가 여의치 않은 점을 감안, 평양 인근에 대규모 전자단지를 조성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국제정세에 빠른 전문가 일각에서 나온 얘기다. 일본 입장에서는 북한이 겉으로는 큰소리를 치지만 직접 일본에 안보위협 대상은 아니란 점에서 미국과 한국의 입장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북한이 눈만 뜨면 “타도 미 제국주의”를 외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를 학수고대하며 매달리고 있다. 한국보다는 미국과 소통해서 국제적인 규제를 풀고 큰 것을 얻겠다는 꼼수 일 수 있다.

한국보다 일본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면 답보 상태인 대일 청구권으로 수백억 달러를 받고 공단 조성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일 수 있다. 일본도 언젠가 조일 청구권 자금을 주면서 양질의 노동력과 저임금을 활용하면 본전 뽑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계산일 수 있다.

이같은 가설이 정설이 될 때 한국의 입장이 아주 난처해지고 애매해질 수 있다. 독불장군인 일본 아베정권은 한국과 미국 눈치 안보고 얼마든지 질러댈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6차 회담까지 결렬위기로 몰고 간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있다. 월 기본임금 70달러 남짓의 저임금에 지나지 않는 개성공단이 문을 닫더라도 앞으로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는 배짱을 내밀고 있지 않는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물론 이 같은 야심이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장 5만4000명의 근로자 일자리와 30만 개성시민의 호구지책이 막막한 고통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양보를 했는데도 남한 측에서 백기 들고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해 굶어 죽어도 그 짓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뭐라고 변명을 하건 개성공단이 4개월 가까이 문을 닫게 된 것은 북한 측이 저지른 자업자득임을 부인할 수 없다.
4월 3일 갑자기 통행을 중단시키고 4월 8일 5만3000명 근로자를 철수시킨 행위는 북한이 저지른 자충수였다.

언제 또 그 짓을 자행할지 모르는 우리 입장에서 재발 방지책을 보장하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같은 돌에 두 번 넘어지는 실수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편 생각하면 걸핏하면 “달러박스”니 “외화벌이”니 하며 북한을 자극한 우리 보수 언론들의 책임도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저들에게 그런 빌미를 제공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찌됐건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 양측에 너무 아픈 일이다. 우선 우리 측의 경제적 손실이 6조원에 달하고 123개 입주업체와 4000여 협력업체의 줄초상이 우려된다. 북한도 연간 9000만 달러의 임금수입이 사라지고 30만 개성시민의 호구가 막막해진다. 우리 측이 보내는 전력이 끊기면 수돗물까지 끊긴다.

경제적 손실뿐 아니다. 북한 측 실무 대표인 박철수 단장이 엄포를 쏜 것처럼 개성공단에는 북쪽으로 10Km나 물러났던 2개 사단 탱크부대가 다시 점령할지 모른다. 초코파이, 라면, 커피를 즐기며 60%이상 남쪽 사람이 된 북한 근로자들의 의식 전환도 물 건너가게 된다.

입주기업 피맺힌 절규 안 들리는가.?

한동안 또 으르렁거리며 무슨 사단이 터질지 모른다. 자본주의 경제의 실험장이자 긴장완화의 완충지대인 개성공단이 폐쇄 된 후 총부리를 더욱 강하게 겨누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 시점에서 남북 양측은 오기를 버리고 한 발짝씩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처음부터 격에 맞지 않는 당국 간 실무회의가 아닌 장관급으로 격을 높여 용단을 내려야 한다. “개성공단에 군인 재 주둔”이니 “중대결단”이니 하는 막말은 자제해야 된다.

개성공단 폐쇄에서 불거질 남북 양측의 고통과 손실을 공감한 이상 기싸움으로 판을 깰 수는 없다. 아무리 무자비한 공산집단이라 해도 북한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인민의 배고픔과 국제적인 고립무원으로 가는 자폭적인 상태를 피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각혈하며 전율하는 입주기업의 절규를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협상에 임해야 한다. 남북 모두 개성공단 파멸로 가는 마지막 징검다리만은 건너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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