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급기야 하나둘씩 떡쌀 담그는 신세가 됐다. 일부 기업은 신기루가 돼버린 재가동을 기다리다 지쳐 회사가 거덜 난 상태에서 사장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는 전언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중견기업도 3개월 이상 매출이 없으면 도산이란 막다른 길을 피할 수 없다. 하물며 전 재산을 개성공단에 쏟아 부은 상당수의 입주기업은 이미 시난고난하다 도산이란 최후의 길로 추락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판문점에서 다시 열려 마지막 희망을 담아본다. 그러나 이번에도 남북이 명분에 치우친 기싸움으로 시간을 끌 경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기업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다.

3개월 매출 전무, 떡쌀 담그기 시작했다.

지난 4월8일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은 5만4000명 근로자 밥줄을 끊었고, 30만 개성시민의 호구대책마저 짓밟았다. 잔인한 북한정권은 체제유지에 함몰돼 인민을 기아선상으로 내몰고 국제적인 탕아의 모습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다.

우리 정부도 가동중단이란 무도한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바로잡아 재발방지책이란 명분을 앞세우긴 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의 피 말리는 고통은 아랑곳 않고 명분 쌓기에 치중한듯해 무대책으로 일관한 감이 없지 않다.

통일부가 전문 외부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피해금액이 벌써 7500억 규모를 상회하는 것은 물론 입주기업들이 산출한 피해규모는 벌써 2조5000억을 넘었다.

완전 폐쇄 시 입게 될 우리측 피해규모만 6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협력업체 피해와 거래선 이탈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액을 떠나 개성공단이 지난 10년간 남북긴장의 완충지로써 북한 근로자 60~70%가 남쪽 사고에 젖어든 의식의 변화는 수조원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성과였다.

통일을 위해 대통령이나 군대가 할 수 없는 값진 성과를 내팽개치는 안타까운 현상이 지금 개성공단 폐쇄상황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근본원인이야 두말 할 것도 없이 합의를 파기한 채 이판사판 막가파로 통행을 중단시킨 북한측에 있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깡패집단 같은 북한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업보가 있는 한 채찍과 당근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때로는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 뺨 때기를 때릴 수도 있지만, 반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아량’도 필요한 것이다.

잘사는 형이 못사는 동생에게 조금 양보한다고 비판받는 것은 아니다. 망나니가 날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형이 당하기 마련이다. 남북관계는 그같은 도식이다.

감정적으로야 패대기를 치고 싶지만 때로는 인내하며 베푸는 아량도 필요하다. 이같은 대전제에서 다시 한 번 정부나 보수인사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개성공단을 퍼주기로 왜곡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김일성, 김정일 도와주기 위해 그 곳에 간 것은 아니다. 인력난과 고임금에 몰려 고립무원의 한계 상황에서 정부를 믿고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북한의 남침로에서 2개 탱크사단이 10Km나 후퇴하며 조성된 개성공단의 의미를 역지사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우리가 휴전선에서 10Km나 남하해 공단을 조성해 북한기업들이 활보하고 있다면 우리 국민감정은 어떻겠는가?

개성공단은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기보다 대치국면에 있는 남북 긴장완화의 완충지대로서 역할과 성과를 직시해야 한다. 감정적으로만 보면 속된 표현으로 한 판 붙는 경우가 있더라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그들이지만, 무책임한 감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국제관계는 상대가 있듯이 남북관계 또한 상대가 있다. 쥐도 막다른 길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 5일이라서 6일의 남북실무자 회담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발 이쯤해서 남북이 개성공단 재가동이란 대승적 차원에서 한발씩 양보해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우리야 모든 사항이 노출되니까 가감 없이 드러나지만 북한도 모르긴 몰라도 우리보다 더 다급한 상황이다. 배고픈 인민들의 부황 든 모습을 북한 고위층이라고 모르겠는가? 공산주의체제가 계급사회란 점에서 높은 사람은 잘 먹고 잘 살지만 기아선상에 있는 인민의 고충까지 모를 리 없다.

더구나 이젠 북한과 피를 나눈 형제국인 중국마저 예전 같지 않다. 러시아도 매한가지다.

비핵화 전략에 따라 중국도, 러시아도 북한을 외면한다. 국제적으로 왕따 당한 북한입장에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우리에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럴 때 꼬리 내린 북한을 외통수로 몰아가기보다 형님 입장에서 점잖게 받아줄 필요가 있다. “메뚜기가 이마가 있어야 망건을 쓴다”고 염치가 없어진 그들에게 점잖게 타이르고 대오각성을 주문해야 한다.

평화를 위한 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전쟁보다는 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남북 실무회담을 통해 개성공단만은 조속히 가동되도록 결단을 내려야한다. 물론 철저한 재발방지책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필자가 개성공단에 대해 중언부언 강조한 것은 북한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굶어죽건 말건 소관 상황이 아니다. 70여개 우리 섬유의류기업을 살리기 위한 충정에서다. 수천개 우리 협력업체와 종사자, 거래선들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다.

정부, 피 말리는 입주기업 눈물 닦아줘야

또 하나 개성공단은 물론 북한의 풍부한 인력과 지하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가 걸린 르네상스이기도 하다. 섬유뿐 아니라 국내 경공업 대부분은 인력난이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향후 5년 이내에 우리 경공업분야 제조업은 절반 이상이 문 닫을 수밖에 없다. 국민소득 2만불을 넘어 3만불 시대에 경공업 제조업에 취업할 인력이 없다. 아예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안이 남북간 교류협력이다. 기본임금 월70달러 남짓이라면 지구촌 어느 곳도 경쟁대상이 안된다. 노동의 질도 가장 우수하다. 섬유패션을 비롯한 경공업산업의 미래가 활짝 열릴 수 있는 곳이다.
개성공단 확대와 북한 인력활용은 한국경제 미래를 위한 필연적인 논리이자 현실적인 대안이다. 개성공단을 퍼주기로 왜곡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하루빨리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은 정부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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