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크게 올라 60%를 넘어섰다. 취임 초 30%후반에서 거의 더블스코어로 수직 상승했다.
경제는 여전히 엄동설한이고, 민생은 팍팍한데 지지율이 이처럼 고공행진한데는 대북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6ㆍ12남북회담 무산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수석대표의 격과 형식을 강조한 것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남북관계에 있어 원칙을 지킨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남북 장관급 회담이 무산된 책임이 북한에게 있다는 응답이 63%에 달하는 여론조사와는 달리 북측이 결렬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우리측 회담대표의 격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많았다.
남측 수석대표로 통일부 차관을 내세운 것에 대해 “적절했다”는 응답이 33%인데 반해 “그래도 장관급이 나갔어야 했다”는 응답이 40%에 달했다.

대북정책에 속 터지는 개성공단기업

물론 박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잘하고 있다”는 65%의 반응은 보수 측의 절대 지지에 의한 것일 뿐 진보세력은 상반된 입장이다. 국정 수행에서 지지층 뿐 아니라 반대하는 진보층도 보듬고 가야하는 통치자의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국내 협력업체의 대북정책 지지율은 일반 여론과는 판이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근본원인이야 남북경제협력 합의서를 헌신짝처럼 져버린 북한에 있다는 점에는 아무런 이론이 없다.

그러나 깡패집단과 같은 북한 측의 땡깡 횡포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북측이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한 것은 사실상 꼬리를 내린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측이 득달같이 화답해 6ㆍ12장관급 회담이 성사될 뻔 했다.

결국 “‘격’과‘형식’을 내세워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겠다”고 하자 못살아도 자존심으로 버티는 북한이 확 토라진 것이다. 결국 개성공단 재가동을 “일각이 여삼추”심정으로 학수고대하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가슴은 화석으로 변했다.

남북 신뢰를 짓밟고 온갖 공갈협박을 일삼는 깡패집단 북한에 대한 분노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남북 양측의 필요에 의해 개성공단 정상화는 도출할 수 있었던 6ㆍ12장관급 회담을 무산시킨 단초의 일부가 된 우리정부의 태도에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3일 개성공단 통행이 막히고 4월7일 개성공단 북측근로자가 철수한 후 마비상태가 이어진지 3개월이 다됐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이러다 말겠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석 달이 된 것이다.
공장은 세워져 있고 원ㆍ부자재와 완제품이 묶여있는 상태에서 시즌 지난 제품은 싱싱한 생선회에서 젓갈 가치로 떨어졌다. 3개월의 마비상태에서 입주기업과 협력업체 피해는 벌써 2조원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말이 쉬워 3개월이지 기업이 석 달 동안 매출이 없는 상황이라면 삼성전자도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물며 전 재산을 개성공단에 쏟아 부은 대다수 입주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 황당한 심정으로 집단 실어증에 걸릴 상황이다.

개성공단 사건이 터진 지 3개월이 다되도록 정부당국의 지원 대책은 백가쟁명식 말만 무성했지 실제 이루어진 것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상식도 진실도 끼어들 수 없는 북한의 돼먹지 않은 행패에 치를 떨 수밖에 없으나 우리 정부의 지원 대책도 뜨뜻미지근한 실정이다.

어느 곳에서건 마찬가지이지만 금속기계외 전자장치는 3개월을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면 녹슬거나 기능 정지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같이 절박한 상황인데도 남북 양측 모두 기싸움 하느라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들을 고사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물론 우리측 피해뿐 아니다. 북한은 개성시민 30만명의 호구가 간데없고 수돗물마저 끊길 위기에 놓여있지만 북한이란 집단은 몇십만명 인민이 죽고 사는데 신경 쓰지 않는 독종들이다.

북한주민이 굶어죽건 말건 우리가 책임질 수도 없고 아는체 해봐야 속수무책이지만 남북 당국의 고래싸움에 우리측 입주기업 또한 새우 등터지는 상황이다. 급기야 3개월 동안 매출이 없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중 하나둘 부도 또는 파산업체가 이달 말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을 살리겠다고 말만 요란하지 실제 실현된 것이 없다는 지적대로 입주기업들은 지금 뿔이 잔뜩 나있다. 보험금만 해도 그렇다. 전체 123개 기업중 보험대상이 된 기업은 92개 기업에 불과하다. 아파트형 공장에 임대 들어있는 나머지 31개 기업은 보험대상도 아니다.

이들 31개 기업의 앞이 캄캄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보험에 가입한 92개 기업이 신청한 3000억 규모가 아직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 경협자금으로 지급될 보험금을 차일피일 미루고 8월9일 이전에는 지급된다고 하니 빨라야 7월말이다. 죽 쒀 식힐 시간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절박한 입주기업들은 기왕 줄 바엔 이달 말 안에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기업 부도난 다음에 줘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항변이다. 통일부 당국은 “이런 저런 조사와 보고 등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명이지만 입주기업들은 하루하루가 피가 마른 것이다.
입주기업들의 주장이 전부 타당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상원칙도 반감을 사게 하고 있다. 123개 기업이 투자한 2조5000억 규모의 투자비에 대해 정부는 “보상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입주기업들이 개성에 간 것은 분명 돈을 벌기 위해 갔다. 그러나 그 대전제는 정부가 가도 좋다고 해서 정부를 믿고 갔다.
남북 경협협정이 체결된 것을 믿고 투자했다. 정부 투자기관인 LH공사와 한전 등이 앞장서 들어갔고, 현대 아산이 주도하여 중소기업들이 그곳에 간 것이다. 인력난과 고임금으로 파산위기에 몰려 새로운 돌파구로 개성공단을 선택했다.

“과거 정부에서 했던 일이니까 나 몰라라”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법인의 전임대표가 발행한 어음을 후임 대표이사가 “모르겠다”고 부도 낼 수는 없다.

개성공단이 마비된 지 3개월이 다되도록 토사곽란에 머큐룸 바르는 지원정책이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촉구한다. 오죽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7월 3일까지 방북 못하면 중대 결단도 불사하겠다”고 남북을 향해 각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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