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다. 계절은 봄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엄동설한이다.
며칠 전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독백처럼 잔인한 4월이 지났건만, 5월도 춥고 팍팍하기는 매한가지다. 우선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운 곤경에 빠져있다.

맥킨지 보고서가 나비의 날개 짓을 예고한대로 한국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내수는 이미 묵사발 상태고, 수출은 삼성전자 휴대폰을 빼면 모든 것이 뒷걸음이다.
아베노믹스에 잃어버린 20년의 일본경제는 혈색이 도는데, 한국경제는 잿빛으로 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중 경제에 자신감을 잃은 꼴지 국가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허탈한 탄식을 자아낸다.

버는 돈은 한정돼 있는데 여기저기 숟가락질 하겠다는 세력이 판을 치니 경제가 골병들 수밖에 없다. 피땀 흘려 돈 벌어 월급 줘 본 일 없는 정치인들은 “내 돈도 내 돈, 네 돈도 내 돈”식이다.
나라 곳간 사정은 아랑곳 않고 “복지 복지”하며 마구 쏘아대는 대포소리에 가랑이가 찢어진다.

春來不似春 5월엔 해소되길

가계부채가 1000조에 육박하면서 “배 째라”하니 정부가 구제해준 참으로 멋진 나라다.“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나라 빚은 이미 지고 갈 수 없는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은행 발표를 봐도 2007년에 299조원 대였던 나라 빚이 2011년 422조 7000억원에 달했다. 이미 GDP의 3분의 1에 도달했다. 공기업 부채도 500조를 돌파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공기업 부채가 200조나 늘었다.

이대로 가면 2030년에 나라 빚이 드디어 4251조에 달해 GDP의 106%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 빚 공화국’. 한국경제의 미래상이다.

곤경에 처한 것은 경제뿐 아니다. 외교안보 면에서도 녹록치가 않다.
북한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하는 고통과 열패감은 형언할 수 없다. 핵을 무기삼아 공갈협박을 일삼는 고약한 집단 북한이 있는 한 시한폭탄의 불안을 떨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올 것이 왔다. 아직 정권이 불안한 김정은 체제가 부황 든 인민을 호도하기 위해 전쟁공포탄을 터뜨렸다. 그리고 건드려서는 안될 개성공단 가동중단이란 결정적인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원래 군대란 조직은 “내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적이 나를 죽인다”는 획일성이 특징이다. 더구나 아날로그 세력이 주축인 북한 군부가 뒷감당 못한 큰일을 저지른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남침로 개성에 탱크부대로 무장한 2개 사단이 10Km나 북쪽으로 후퇴해 조성된 개성공단에 남한이 사기를 쳤다는 주장이다.

당초 1000만평 위에 공단과 호텔까지 짓겠다는 남한측 약속을 믿었으나 10년이 다 되도록 시범단지 100만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다.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자신들의 잘못과 인력조달의 한계성을 모르고 모든 걸 맡겨놓은 것 달라는 식으로 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요즘 북측의 개성공단 협상과정을 보면 ‘아차’하는 탄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개성공단을 중단하면 남남 갈등으로 뒤집어질 줄 알았는데 비교적 멀쩡한데 소스라친 것이다.

오히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5만 3000명의 일자리와 30만 개성시민의 호구가 막막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아무리 폐쇄사회지만 물은 비등점이 도달하면 끓어 넘치고, 한계수위를 넘은 땜은 무너지는 물리적 현상은 공산국가라고 예외일 수 없다.

개성공단 근로자 일자리가 사라지고 초코파이, 라면, 커피맛을 즐기던 근로자의 밥줄이 끊기고 개성시민이 수돗물마저 못 마신다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무리 사람을 복날 개 잡듯한 북한집단이라도 30만 개성시민을 탱크로 깔아뭉갤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 집단이 개성공단 가동중단이란 악재를 자초한 것은 대남공락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경제가 거덜 나고 각혈하는 삿대질로 대혼란을 빚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원하거나 바라직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입주기업을 향한 정부의 신속하고 파격적인 지원책이 속속 강구되고 있다.

벌써 1차 운전자금 3000억원이 지원되고 추경과 특별지원 등으로 4000억원이 추가 지원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단 폐쇄 시 피해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대통령 지시로 특단의 지원책도 준비되고 있다.

개성공단의 피해정도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서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얼간이 행태에 한국국민들이 코웃음 치고 있음을 북한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못지않게 거래 바이어들의 적극적이고 성숙된 지원 자세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국내 패션 및 신발 브랜드의 바이어들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납품대금 결제를 100%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성공단과 거래하고 있는 원청 바이어들은 개성공단 임ㆍ하청료를 납품 후 익월 말에 결제하게 돼 있다. 3월 납품대금은 4월 말에 결제하게 된 것이다.

때마침 4월 3일 북측의 일방적인 통행제한으로 당장 매장에 걸어야할 수백만장의 의류제품이 개성공단에 묶여있는 상태에서 4월말 결제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반신반의 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우에 불과했다. 개성공단 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국내 의류패션 및 신발바이어들은 단 한군데도 빠짐없이 납품대금을 지난 30일 이전 전액 결제한 것으로 본지 조사결과 밝혀졌다. 투입된 원부자재와 완제품 납품지연으로 인한 수억, 수십억씩의 손해를 감수하며 기존 임ㆍ하청대금 전액을 결제한 것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예일 것이다.

정부와 업계가 혼연일체가 돼 개성공단 피해업체를 지원하고 고통분담을 하는 모습은 자랑스러운 쾌거다. 거래 바이어들의 개성공단 협력기업을 배려하는 모습에 정부도 흐뭇해하고 있다.

개성공단 비온 뒤 더욱 굳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정부와 거래바이어들의 파격적인 지원과 입주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으로 우리측 상처가 서서히 치유돼 가고 있다.
반면 북측은 당장 춘궁기에 배고픈 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길게 끌어봐야 피차 좋을 게 없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할 시련이었다. 언젠가 이런 불상사가 올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 속에 10년 가까이 버티어왔다.
먼저 북측이 솔직히 꼬리를 내려야 한다. 우리도 그들이 꼬리를 내리도록 명분을 줄 필요가 있다. ‘외화벌이’니 ‘달러박스’니 하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경망한 용어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개성시민이 굶어 죽는 것이 즐거운 일이 아니고 우리측 피해 6조원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여 재가동을 앞당겨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법이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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