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자 메시지, 메신저 대화 등 압박 정황 속속 드러나
- 공정위 진상조사… 투자실패·개인채무 원인 주장도

40대 백화점 여직원이 자신이 근무하던 백화점 옥상에서 투신해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 여직원은 채무스트레스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회사측의 ‘매출압박’도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망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0시께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3층 화단에서 이 백화점에서 일하던 김모(여·47)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지난 2월부터 이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했다.

경찰은 김 씨가 여러 해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해 왔고 숨지기 직전 남편에게 ‘딸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 등으로 미뤄 백화점 7층 야외 테라스에서 3층으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씨 사망이 백화점의 매출 실적 압박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과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씨가 사망한 이후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김 씨가 백화점 측에서 매출 스트레스를 받아 모든 직원이 퇴근한 후 근무하던 백화점 옥상에서 투신했다. 죽기 전 파트 리더(이모 대리)에게 문자로 욕을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실제로 김 씨의 휴대전화에도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드리고 저 힘들어서 떠납니다”라고 파트 리더인 이모 대리에게 쓴 모바일 메신저 문자가 발견됐다. 이 대리가 김 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도 “실시간 매출을 조회하라”, “오늘은 500이라는 숫자를 가까이 하라”는 등 실적을 채근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씨의 가족은 “매일매일 시달려 도저히 못살겠다고 말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동료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스마트폰 메신저 대화방에서도 이 대리는 계속해서 직원들에게 “오늘은 4월 두번째 전략의 날 1억데이다. 각 브랜드별 최소 5백 이상 달려주면 의지와 인정을 받는 날이다”는 글 등을 올렸다. 김 씨와 함께 근무하던 동료 직원은 “팔지 않은 물건을 판 것처럼 해서라도 매출을 올려 매출 목표를 맞추라고 하는 등 판매 실적을 올리라는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입점업체의 매출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떼는 백화점은 입점업체의 매출이 곧 백화점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백화점 관리 직원들이 입점업체 직원에게 매출 압박을 가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화점 팬사사원은 “숍 매니저들은 직간접적인 매출압박을 계속 받기 때문에 안 팔린 물건을 팔린 것처럼 해서라도 실적을 올려야 하는 현실”이라며 “보통 매니저들은 카드빚을 수 천만원씩 갖고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 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 측이 매출 강요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진상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롯데 백화점 측은 “청량리점 판매사원이 자살한 것은 맞지만 이미 수사가 매출압박이 아닌 개인 사정으로 밝혀져 종료된 상황”이라며 “판매사원이 근무한 브랜드는 입점한 지 2개월도 채 안됐을 뿐더러 매출이 중간 이상은 되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살한 김 씨는 여러해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2년 전 전세금과 대출금 2억원을 펜션에 투자했다 실패해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친구로부터 빌린 돈을 갖지 못해 서울 신월동의 자택을 가압류 당했고, 정확한 채무액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지급한 이자만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유진 기자 fashion-new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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