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통 전문가’라라는 말보다 ‘패션인’이라는 소개가 더 마음에 든다. 유통을 통해 패션업체들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실을 뽑아 원단을 짜고 옷을 짓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난 그들을 존경하고 나 역시 영원한 패션인이고 싶다.”
단정한 슈트차림의 마리오아울렛 홍성열(57) 회장은 덤덤한 듯 가슴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언뜻 비치는 충청도 어투는 오히려 정겨웠고, 때때로 우스갯소리를 할 때면 복고풍의 안경 뒤로 보이는 눈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우리는 영혼의 근육이 튼튼한 사람을 만날 때 행복해진다. 진심을 말하는 눈빛, 대화에 쉼표를 찍을 줄 아는 여유. 높은 굴뚝의 회색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남자의 행복한 패션이야기는 날이 어둡도록 이어졌다.
원유진 기자 fashion-news@nate.com

- 亞최대 3관 오픈 한 달간 350억원 매출
- 유명 브랜드 값싸게 제공한 것 성공비결
- 구로공단 역사 오히려 좋은 마케팅 스토리
- 까르트니트 명품변신, 상반기 제2의 론칭
- 현재 매출증가세↑… 올해 5천억 목표 무난

● 우선 지난달 한국유통대상에서 전문점 부문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엄격하게 심사를 해서 상에 권위도 있고, 아웃렛 업계에서는 최초의 수상이라는 의미도 있어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유통 혁신과 서비스 개선을 통해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더욱 매진하겠다.”

● 마리오아웃렛 3관이 지난해 9월 오픈했다. 실적은 어땠는가.
“오픈 한 달간 총 250만명이 나녀갔고, 35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피 매출의 72.9%가 신장한 기록이다.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반응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수치보다도 매장을 돌아다니며 느끼는 고객들의 만족스러운 분위기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뿌듯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더 좋은 브랜드를 더 싼 가격에 유치하려고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 3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다면.
“2001년 1관, 2004년 2관에 이어 지난해 오픈한 3관은 ‘마리오아울렛 패션타운’의 완성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지하 4층, 지상 13층 규모의 3관을 오픈함으로써 마리오아울렛은 500여개 브랜드를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울렛으로 거듭났다. 영업면적만 13만2000㎡(약 4만평)이다.
3관은 국내 아웃렛 업계 최초로 백화점식과 쇼핑몰식이 결합된 형태로 설계됐으며, 라이프스타일 매장과 해외 명품 50여개 브랜드가 새롭게 선보였다. 이밖에 토이 아웃렛을 비롯해 가족·연인·친구들이 쇼핑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키즈테마파크, 북카페, 뷰티샵, 패션아카데미 등 각종 편의시설도 마련했다. 특히 27개의 유명 식음 브랜드가 함께 입점해 쇼핑과 함께 미식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만들었다.”

● 공장굴뚝과 단추 등을 모티프로 한 3관의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의도적으로 건물 곳곳에 구로의 역사적 가치를 담은 조형물들을 설치했다. 건물 옥상과 입구에 공장을 형상화한 굴뚝 조형물을 세웠고, 외관 적별돌에는 옛 구로공단에서 공을 세운 업체와 인물명을 새겨 넣었다. 사과 조형물은 구로공단을 상징하는 5500개의 단추로 만들었다. 이는 과거 한국 산업화의 전초기지아자 제조업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구로공단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IMF때 황폐화 되었던 구로가 마리오아울렛을 시작으로 패션타운으로 변모한 역사는 부끄럽고 어두운 과거가 아닌 훌륭한 자산이고 마케팅 활용도 높은 매력적인 스토리이다. 해외 관광객들에게 단순히 건조한 쇼핑공간이 아닌 역사와 문화의 공간이 되는 셈이다.”

● IMF시절 허허벌판에 아웃렛을 만들 결심을 했다. 당시 상황과 계기가 궁금하다.
“패션하고 유통하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재고처리가 패션업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란 것을 깨닫고, 미국과 일본에서 급속하게 성장한 아웃렛을 주목했다. 그런데 당시는 유통하는 사람들은 패션을 해도, 패션을 하는 사람들은 유통에 뛰어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게다가 외환위기와 맞물려 금융환경이 좋지 않아 은행 관계자와 컨설팅회사는 물론 전 직원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패션업계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유명 브랜드 재고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층이 있다는 확신 하나로 망설임 없이 도전장을 냈다.”

● 사실 구로는 쇼핑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맞는 말이다. 처음 부지를 매입할 때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 1~2층짜리 공단들이 즐비했지. 그나마 IMF로 문 닫은 곳이 태반이었고. 건물을 올리고 오픈을 한 후에도 저녁이면 한 시간에 마리오 사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이 10명도 없었다. 그야말로 사람들이 오지도 않았고, 올 이유도 없었던 곳이었다. 방문객들을 중심으로 차차 유명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입소문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서울 최대 패션유통단지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구로라는 지역이 쇼핑을 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고객들의 구매율이 높은 이유는 다른 쇼핑대안을 제쳐두고 마리오아울렛에 마음먹고 찾아 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들의 선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 마리오아울렛 성공의 계기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앞서도 말했지만 좋은 제품을 싸게 파는 것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싸면 품질이 별로’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웃렛의 고급화’를 추진했다.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가 아니면 입점시키지 않았고 백화점 보다 30~70%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고객들과 ‘마리오아울렛에는 유사품이 아닌 정품을 합리적으로 판매한다’는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이 성공의 열쇄였다고 생각한다.”

● 패션유통의 중심이 급격히 아웃렛으로 넘어가면서 신세계·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도 대거 진출하고 있다. 이들과 맞선 마리오아울렛의 경쟁력과 차별화된 전략이 있는가.
“자금력과 마케팅력을 앞세운 유통 대기업을 우리가 앞설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부분으로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수밖에 없다. 일단 우리는 서울 시내에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지하철 1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가산디지털단지역을 끼고 있고, 김포국제공항 20분, 인천 30분 등 경기서부권과도 근접해 있다. 고객 중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고객의 비율이 70~80%를 차지하는 것은 우리만의 구매층이 확실히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대기업들이 고가수입품 위주로 MD를 구성해 모든 구매층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반면, 마리오아울렛은 국내외 브랜드를 통틀어 SPA부터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다양한 MD를 자랑한다.”

● 해외 관광객의 방문이 많아지고 있는 걸로 안다.
“최근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쇼핑을 돕기 위해서 텍스리펀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고,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매장 내 안내표지를 설치하고 주기적인 행사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관광객을 위해 2011년 12월 은련카드 결제시스템을 도입했고, 작년 5월에는 국내 아웃렛업계 최초로 중국관광청으로부터 CNTA 품질인증을 받아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쇼핑지역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단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비용을 따로 지불할 생각은 없다. 이런 비용은 자연스럽게 제품 가격인상의 원인이 된다. 오히려 본질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따로 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입소문을 통한 직접방문 혹은 단체 방문객들이 원해서 코스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도록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팔도록 노력하겠다.(웃음)”

● 까르트니트 얘기로 넘어가 보자.
“까르트니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명품으로 변신을 진행하는 중이다. 소재·디자인 등 전체적인 변화를 진행하다 보니 기존 고객은 이탈하고 신규고객 유입은 미미해 매출은 저조한 상태다. 하지만 정비를 마무리 하고 예전 국내 니트 시장의 50%를 점유했던 시절의 화려한 부활을 시작할 계획이다. 마리오 3관 준비 때문에 지난 8년간 신경을 쓰지 못했다. 수십 년간 까르트니트를 아껴준 고객들에게 보답하고 구겨진 자존심도 회복하겠다.”

● 마리오아울렛 못지않게 애정이 남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이다. 까르트니트가 없었다면 오늘의 마리오아울렛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스스로 유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패션하는 사람이다. 원료를 갖고 실을 뽑고, 다시 염색을 해서, 니트를 짠 후 제단을 하고… 우스갯소리로 ‘전생에 죄짓지 않은 사람은 하지 않을 정도의 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니트라는 분야가 힘들고 고되지만 보람이 있다.”

● 평소 경영철학이 있다면.
“신뢰·원칙·정도이다. 지금까지의 사업결과를 성공이라 하기에는 과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기에 이르기까지 정직과 신뢰로 모든 사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1987년 태풍 셀마로 큰 수해가 나는 바람에 수출물량이 침수피해를 입었을 때는 일본 바이어들에게 신뢰를 보여줌으로써 위기의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 올해 마리오아울렛의 목표가 있다면.
“지난해부터 공공연히 올해 매출 목표는 5000억원이라고 밝혔었다. 패션이라는 것이 날씨·트렌드·경기 등 워낙 변수가 많지만, 현재 추세로 볼 때는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월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가 100개가 넘고, 한 신사복 브랜드는 작년 11월 4억원, 12월에는 5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주요 백화점에서도 쉽지 않은 매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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