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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실력 있다면 거짓말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
조수현  |  itnk@it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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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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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 기업 디젠 대표이사 이길헌

- 부친 사업실패 후 열아홉에 무일푼 상경… 스물일곱에 첫 사업, 2015년 1000억 목표
- ‘끝없는 R&D 투자’, ‘시장흐름 포착’, ‘글로벌 시장 개척’… 디젠 성공이룬 삼박자
- 생산원가 절감하고 오염물질 거의 없는 DTP기술은 가까운 미래 선택 아닌 필수될 것

실현가능한 꿈, 대단히 현실적이고 보기 좋은 꿈을 평생 딱 한 번 꾸는 것. 그것을 그럴싸하게 이뤄 내는 것이 ‘성공신화’로 조명 받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일찍 늙기를 권하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못 지킬 말은 하지 않고 못 이룰 꿈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 어른스럽고 철 든 행동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여기 한 기업인이 있다. 올해로 꽉 채운 이순(耳順)의 나이다. 부산서 유복한 청소년기를 보내다 부친의 사업실패로 인해 19살에 무일푼으로 상경해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27살에 공장자동화(F.A), 설계자동화(CAD,CAM)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Digital Textile Printing ? 이하 DTP)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무작정 뛰어들었다. 그리고 보기 좋게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말한다. “저이는 정말 멋지게 꿈을 이뤄냈군.” 하지만 그는 “아직”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차돌같이 단단한 남자 이길헌 대표.
디젠을 세계적 DTP업체로 키워낸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글?사진=원유진 기자 ssakssaky@itnk.co.kr

- 부평 본사는 몇 번 갔으나 양평동 사무실은 처음이다.
부평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먼 줄 안다. 실제론 굉장히 가깝지만 심리적인 거리감이 있는 거다. 그래서 예전에 본사로 썼던 양평동 건물에 급하게 사무실을 열었다. 여기는 디자인 클리닉, 컬러교정, 기기렌트, 기기시연 등 복합적인 서비스센터 개념으로 운영 중이다.

- 디젠을 1978년 직접 설립해 처음에는 공장자동화(F.A.), 설계자동화(CAD/CAM) 등의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다 디지털 인쇄기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내 고향은 부산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까지 학교에서 자동차 타고 등교하는 아이는 나뿐이었다. 용돈이라는 개념이 없을 만큼 풍족한 생활을 했다. 그러다 부친께서 사업에 크게 실패하셨다. ‘쫄딱’이라는 표현이 맞을 거다. 결국 빈손으로 서울에 올라와 열아홉에 사무기기화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일을 시작했다. 우연히 회사 사장님이 해외로 이민을 떠나셨고, 그 동안 쌓은 실력을 사용해 공장자동화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차후 설계자동화 컨설팅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섬유기기 분야를 알고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됐다. 93년부터 컴퓨터로 날염을 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IMF가 터진 후 98년 업종을 바꿔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 디젠의 DTP기술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친환경 수성잉크로 섬유 날염 뿐 아니라 타일, 유리, 금속, 나무, 가죽, 아크릴 등 재질에 상관없이 종이에 하는 것처럼 직접 인쇄 가능한 디지털 프린팅 기술이다. 소량생산이 불가능하고 공해를 발생시키는 기존 실크스크린과 달리 친환경적이고 적은 인력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여기 사무실 벽을 보라. 진짜 콘크리트로 착각했을 게다. 하지만 우리 기술로 만든 벽지다. 50cm 앞까지 다가서지 않으면 실제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품질을 자랑한다. 3차원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대당 가격이 5억원이나 하는 특수카메라로 실제 원료의 질감과 양감이 표현되도록 촬영해 제작했다. 기존의 평면적인 조악한 디자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 98년 당시 DTP 분야는 굉장히 생소하지 않았나.
93년에 미국의 ‘앤캐드(ENCAD)’라는 회사가 미국 내 전시회에서 잉크젯 프린터로 날염 가능성을 알렸고, 이탈리아와 벨기에 정도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DTP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를 통틀어서도 디젠은 이 분야에 선구자적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난 우스갯소리로 ‘원조족발’이라고 말하곤 한다. (웃음)

- 분야의 특성상 기술개발이 핵심이라 생각된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고충은 없었나.
디젠은 R&D 분야에 끊임없이 재투자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인건비다. 우리 직원의 3분의 1일은 직간접적인 R&D 인력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모두 머릴 맞대고 미래를 위해 달리고 있다. 그리고 DTP분야는 사용기술 개발이 필수다. 이를테면 실크 사용기술을 개발하려면 실크에 찍어봐야 한다. 하지만 하룻밤에 실크를 수백, 수천 야드를 찍는다고 생각해보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 같다고 본다. 풀 때는 힘들고 짜증도 나지만 풀고 난 뒤엔 쾌감을 느끼지 않는가.(웃음) 개발투자는 쓰지만 달콤한 약과 같다.

- 세계 시장에 디젠의 이름을 알린 계기가 궁금하다.
2003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섬유기기박람회(ITMA)에 우리 제품을 처음 소개했다. 98년부터 쌓은 우리의 내공을 국제시장에 처음 알린 것이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때 세계 최대 DTP시장인 이탈리아에 200대를 수출했다. 우리도 놀랐고 세계도 놀랐다. 지금도 꼬모(COMO)지역에 가면 DTP는 디젠에게 배웠다고 인정을 한다.

- 디젠의 주요 교역국은 유럽인 걸로 안다. 하지만 최근 유럽금융위기로 상황이 좋지 않다.
우리는 그 동안 서유럽 국가에 집중해 왔다. 특히 하이엔드 패션제품을 생산하는 이탈리아는 가장 큰 고객이다. 독일의 경우 디젠이 DTP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영향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체감하는 타격이 크지 않은 편이다. 대당 30만 불하는 DTP기기를 일주일에 한 대꼴로 판매하고 있다.

- 그렇다면 내수시장은 어떤가.
DTP는 새로운 분야를 만든 게 아니다. 단지 스크린 인쇄를 디지털로 바꾸는 방법론의 변화일 뿐이다. 날염회사가 제조를 하려면 하루 약 5만 야드, 월 150만 야드는 돼야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인원이 150명 정도 필요하다. 그것을 100% 디지털화 하면 20명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 국내 인건비는 DTP설비로 전환할 만큼 비싸지 않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업계의 임금인상 속도를 감안해 앞으로 3년 이내에 인건비로 부담을 느낄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디젠이 내수시장에서도 빛을 바랄 것이다.

- 디젠을 뒤쫓는 후발주자들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의 기술력은 세계 TOP5 수준이다. 물론 우리의 위치를 노리는 후발주자들이 많다. 그러나 DTP분야는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다. 우리 프린터 안에는 모터가 6개내지 8개가 들어간다. 당연히 모터 제조를 위해선 기계 설계가 필요하고 이것을 구동하려면 전기?전자 부품이 들어간다. 잉크 제조와 분사에는 화학과 물리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제어하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디자인까지.. 이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철강?자동차 공업이 있는 나라 밖에 없다. 이는 DTP분야에서 절대적 경쟁우위 요소이다. 국내에도 뒤늦게 뛰어든 업체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경쟁상대는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비교불가의 기술력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 채찍질하며 전진할 것이다.

- 스크린 인쇄와 비교하면 어떤가.
앞서 설명한 대로 DTP 방식으로 전환하면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폐수 등 오염물질 방출도 크게 감소한다. 화학약품 냄새가 진동하는 작업환경은 옛이야기가 될 것이다. 전통 날염은 환경오염의 주범인 잉크를 야드당 약 100~120g이나 사용하지만 디젠의 친환경 DTP잉크는 10g이면 충분하다. 물론 가격은 20배 비싸지만 사용량은 10분의 1로 줄기 때문에 실제로는 2배 정도 밖에 비싸지 않는 셈이다. 결국 날염 원가의 6할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공장 유지비를 3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스크린 인쇄에 비하면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매우 경제적이다. 게다가 주문량에 맞춘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다.

- 며칠 뒤 있을 경향하우징페어에도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일산 킨텍스에서 22일부터 열리는 경향하우징페어에 독성을 제거한 친환경 벽지를 선보인다. 유해성분을 발산하는 기존 PVC(염화비닐)에 솔벤트로 제작한 벽지가 아닌 섬유소재에 수성잉크만을 사용한 안전한 친환경 벽지다. 섬유?패션 분야 외에 컬러와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분야가 우리의 잠재시장이다.

- 디젠의 현재를 설명한다면.
DTP프린터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섬유에 직접 인쇄하는 말 그대로 DTP, 옷에 바로 인쇄하는 DTG(Dying To Garment), 현수막 같은 광고제작에 사용하는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이 가운데 비주얼커뮤니케이션 분야는 우리가 단연 세계 1위다. DTG분야는 다음달 12일 전시회 출품을 시작으로 본격으로 시장에 뛰어든다. 그리고 현재 DTP 시장은 전 세계를 통틀어 하이패션의 중심인 이탈리아 한 군데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들 투자대비 채산성을 계산하고 있다. 디젠은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 미래와 관련한 중장기 계획이 있으면 알려 달라.
매출은 한 6년여간 300억 규모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신제품이 출시되는 올해 400억 매출을 넘기면 곧바로 2015년쯤에는 1000억대 매출성장은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 그 여건은 이미 갖추고 있다.

- 당신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거창한 좌우명이나 철학은 없다. 그저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지 않고서도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신조로 여태까지 살아왔다. 진짜 실력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잔머리 굴리며 빤한 거짓말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경우 바로 면전에서 망치로 호두 치듯 깨버린다.(웃음)

- 직원들이 어려워하지 않나.
우리 회사가 규모에 비해 높이 평가를 받는 부분은 직원들이 장기근속하는 것이다. 식당도 잘 되는 집은 사람이 안 바뀌지 않나. 난 신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한다. 오래 일하려면 직원이 회사와 자기 일을 충분히 즐겨야 한다. 그런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항상 놀듯이 일하라고 말한다. 난 골프를 치지는 않지만 회사 옥상에 골프연습장도 만들어 놨다. 직원들만 칠 수 있다. 임원들은 절대 안 된다.(웃음)


※ 강소기업이란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세계 시장점유율이 1~3위면서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일컫는다.

※ 디젠은 어떤 길을 걸어왔나
1978 태일개발 창립
1987 태일시스템으로 상호 변경
1992 연매출 100억 달성
1993 미국 앤캐드(ENCAD)와 한국대리점 예약
2000 한국 최초 디지털 날염기 d.gen 발표
2003 디지털 이노베이션 대상 수상
2005 연매출 300억 달성
2007 수출의 탑 1000만 불 탑 수상
2008 인천 IT CEO클럽 최대수출계약상
2010 세계최대 디지털 날염기 Artrix GT, Teleios GT 출시
2011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섬유패션인 賞’ 수상

>> The Book of My Life
겅호! (셀든 보울즈 저/조천제 역/ 21세기북스)
침체된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오히려 회사의 전략적 목표에 접근하여 개인과 조직 상호간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 이 책은 사고방식의 전환이 조직생활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기업인이라면 한 번은 꼭 읽어 볼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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