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다보면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K-POP의 글로벌 진출 성공과 더불어 한류의 흐름 속에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그리고 한국의 명소가 적잖이 회자 되고 있다.
한-EU FTA와 더불어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아시아 핵심 마켓인 한국을 공부하기 위해 많은 패션기업들이 한국을 찾고 있고 한국의 패션을 공부한다.
그들은 한국의 젊은 여성들의 패션 수준이 세계적이라며 입을 모은다.
몇 달 전 기자회견에서 만난 세계적인 패션 블로거 스콧 슈만(샤토리얼 리스트)은 자신이 한국에 오면 도산공원과 가로수 길을 찾아 카메라를 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가로수 길.
분명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거리가 탄생한 사실은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패션의 현 주소이자 가장 트랜디한 핫 플레이스로 통하는 이 곳이 급부상한 건 불과 몇 년에 불과하다.
2008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은 국내 젊은 신인 디자이너들이 작업실을 겸한 자체 쇼룸을 오픈하고 활동하는 곳으로 시작하면서 새로운 트랜드를 접할 수 있는 감각적인 패션 스트릿으로 부상했다.
덕분에 에이랜드를 비롯한 신인 디자이너 편집숍등이 활성화 됐고, 저렴한 가격에 트랜디한 디자이너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한국의 신흥 소호 거리로 불려왔다.
보다 트렌디하고 얼리어답터들이 집결되는 이곳을 한국의 대표 패션거리로 키우기 위한 정부의 야심찬 행보도 주목을 받아 왔다.
디자이너 정욱준, 이석태, 송혜명, 곽현주, 이문희, 김시양에 이어 최근 고태용과 강동준까지 가로수길은 이들 2030 젊고 유능한 차세대 디자이너들이 이끄는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소호거리로 거듭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터줏 대감처럼 새로운 상권을 만들고 대한민국 패션을 이끌어 갈 것 처럼 보였던 이들의 보금자리 둥지는 최근 2년 사이 힘의 논리에 지배되기 시작했다.
호떡집이 잘 되면 바로 옆집에 또 호떡집을 여는 우리네 장삿속에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다.
현재 신사동 가로수길은 실평수 23㎡(7평)짜리 상가 임대료가 2008년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8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보증금 1억원에 월 400만~500만원으로 뛰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울 명동과 강남역에 이어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으로 급부상한 이 곳에서 자금력과 힘이 없는 중소 패션사들은 하나 둘씩 백기를 들고 문을 닫아야했고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패션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넥스트 제너레이션 역시 우수수 퇴출됐다.
결국 지금은 초대형 기업들이 거리를 잠식시키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변화가 당연한 시장경제의 논리이자 흐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비단 가로수길 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청동 패션 거리 역시 몇 년 사이 글로벌 패션의 접전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세계적인 도시인 로마의 상업적 변질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앞장서 철저한 규제와 제제로 도시의 색깔을 지켜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K-POP을 통해 최고의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민국이 왜 패션 강국은 되지 못하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 이때, 2020년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 5개를 기필코 만들어내고야 말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강해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소중한 작은 것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글로벌을 외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 봐야한다.

本紙 조정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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