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노희찬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
대담 본지 조영일 발행인

“새해 지수경기 낮지만 섬유ㆍ패션 경기 낙관
섬유ㆍ패션산업 내공 쌓여 경쟁력 자신감”

한ㆍEUㆍ한ㆍ미 FTA 거대 중국시장 천재일우 호재
‘숙련집약형 패션산업 육성’ ‘신섬유 로드맵’ 양날개
섬유ㆍ패션 산업 발전 공감대 설비투자 적기
인력난 해소 발등의 불 외국인 근로자 늘려야
섬산련 전국 섬유산업 실태조사 등 싱크탱크 확대

새로운 도전의 시작 신묘(辛卯)년 2011년이 밝았다. ‘유수(流水)같은 세월’은 옛말이 된채 분초를 다투는 질풍노도 속에 2010년을 보내고 다시금 꿈과 희망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온 세계를 덮칠뻔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섬유ㆍ패션업계는 올해야말로 도약을 향한 공격경영을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올 7월부터 한ㆍEU FTA가 발효되고 내년 1월 발효가 가시화된 한ㆍ미 FTA를 등에 업고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할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 속수무책으로 추락하던 지난 10여년의 공중증(恐中症)도 치유돼 경쟁력에서 당당히 맞짱을 뜰 수 있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물론 미증유의 국제 원자재 파동의 여진이 남아있고 남북관계의 변수가 있지만 섬유ㆍ패션업계는 어느 업종보다 위기극복의 내공이 강하다.
지수경기는 작년보다 다소 떨어지겠지만 실물경제의 후퇴는 크지 않을 전망이어서 ‘허리 물을 이긴 우리업계가 발목물에 위축될 수 없는것’이다.
우려보다는 희망의 불씨를 기대하는 새해원단에 우리나라 섬유ㆍ패션업계 수장(首長)으로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노희찬 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을 만나 희망찬 새해를 열수 있는 지혜를 구했다.

-세월이 총알처럼 빠른 것 같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10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 섬유ㆍ패션 업계 수장(首長)의 소회는 어떠신지요.

“정말 눈 깜짝할 사이 한해가 지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지난해 국내적으로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사건에 충격을 받았고, 대외적으로는 남유럽을 중심으로 경제위기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세계 경기가 미처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 파동이 심했지요. 그런 와중에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수출이 전년보더 20%나 급증한 것은 대단한 쾌거입니다. 내수경기도 기대치에 충족했다는 점에서 섬유ㆍ패션업계의 저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새해에도 우리업계가 차돌같은 내공을 바탕으로 안정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지난해 대내외적인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섬유ㆍ패션경기는 우등생 아니었던가요.

“스트림별로 양지와 음지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았지요. 수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섬유수출이 20% 가까이 성장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인 것입니다. 세계 경기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지난 10여년간 뼈를 깎는 고통 속에 갈고 닭은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마케팅 전략이 적중한 것입니다. 내수패션경기도 봄ㆍ여름ㆍ가을까지는 정체되었지만 겨울철에는 값비싼 중의류 소비가 크게 늘어나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듣고 있습니다. 경기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경쟁력이 강해졌고 기본 수요는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섬유ㆍ패션경기 전망을 낙관해도 되겠습니까.

“지나친 낙관은 금물입니다만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정부나 경제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수경기는 작년보다 떨어진 것이 사실이에요. 지난해 6%성장에 비해 정부는 5%, 민간 경제연구소는 4% 남짓 하향전망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섬유ㆍ패션 경기는 지수경기에 영향 받지 않고 안정성장 할걸로 봅니다. 원자재나 환율등에서 변수가 있지만 무난히 극복할 겁니다. 유럽시장은 고급시장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입니다.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패션제품 수입이 늘어나겠지만 우리가 강한 직물류는 크게 증가 할 겁니다. 또 중국시장도 우리의 경쟁국에서 대형시장으로 급부상 할 테니까요.”

-중국 얘기가 나왔으니 말씀입니다만 지난 10여년간 우리 섬유산업을 짓누르던 세계의 공장 중국에 대한 공포증이 많이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물론이지요. 중국이란 거대 생산기지 앞에 세계 어느 나라 제조업도 성한 곳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 중국도 고도성장에 한계가 왔어요.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은 이미 다른 후발국에 뒤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섬유ㆍ패션은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구 합섬직물이나 일부 편직물은 한국의 경쟁력이 강합니다. 벌써 올해 7월 한ㆍEU FTA 발효에 대비해 중국으로 갔던 직물류 오더가 한국으로 회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산이 가격경쟁력이 살아나고 여기에 품질까지 앞서니까 그 만큼 유리해진 것입니다.”

-중국은 우리의 경쟁국에서 새로운 시장으로써의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이시죠.

“중국은 제2의 내수시장으로서의 가치가 가장 큰 곳입니다. 섬산련이 그동안 주최해온 ‘프리뷰인 상하이’를 거쳐 ‘프리뷰인 시크’를 보면서 분명히 확인된 것은 중국이 이제 우리의 대형 소비시장으로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 시피 우리나라의 ‘이랜드’가 지난 11월 말로 중국에서 매출1조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패션시장으로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이 그 만큼 매우 큰 곳입니다. 여기에 소재 분야의 시장이 무궁무진합니다. 과거에는 값싼 소재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고급원단 시장으로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위협했던 중국이 이제는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기회의 땅’이 된 것입니다.”

-섬유ㆍ패션업계가 자신감과 신념을 갖고 투자를 확대해야 된다고 강조해 오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기회 있을 때마다 중언부언 강조합니다만 이제는 기술 개발에 앞서 세계적인 첨단설비가 선행되지 않고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입니다. 여기에 기술개발이 함께 이뤄지고 마케팅이 강화되면 금상첨화가 되겠지요. 흔히들 잃어버린 15년을 얘기합니다만 우리 섬유업계가 그동안 소홀히 했던 설비투자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면방업계가 선도적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단위기업당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을 투자하는 그런 용단을 섬유 각 스트림에서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원자재 파동으로 다운스트림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원자재 파동은 올해 진정될 것으로 보십니까.

“원면가격과 화섬원료 가격이 폭등하고 수급도 여의치 않아 파동을 겪고 있는데 수요공급측면에서 올해도 상당기간 고통을 겪을 것으로 봅니다. 작년에는 원면 수확량이 날씨가 나빠 당초 예상량을 크게 밑돌았어요. 반면 블랙홀이라 불리는 중국의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값을 불문하고 세계 원면 거래량을 싹쓸히 했어요. 여기에 국제 투기세력이 가세해 파동을 겪었는데 올해도 8,9월 북부지역 수확이 이뤄지기 전에는 강세 국면이 지속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화섬도 중국의 상반기 폴리에스테르사 증설에 비해 TPA중설이 뒤따르지 못해 이 역시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보입니다. 다만 폴리에스테르사는 올 상반기중에 그 동안 가동중단 됐던 국내 화섬공장등이 새 주인을 만나 재가동에 들어갈 테니까 수급사정은 호전되리라 봅니다.”

-며 칠전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주재로 정부 각 부처가 함께한 ‘숙련집약형 패션산업 육성정책 간담회’때 회장님은 생산현장의 심각한 인력난 해소방안을 강조하셨습니다. 섬유ㆍ패션업계의 가장 큰 현안인 인력난 해소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된다고 보시는 지요.

“정부가 의욕적으로 확정한 ‘숙련집약형 패션산업 육성정책’은 우리나라 토탈 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여기에 올해 초 확정 발표될 ‘신섬유 로드맵’정책이 나오면 섬유와 패션산업의 양날개가 제대로 펼쳐져 세계적인 섬유ㆍ패션강국으로 도약할 겁니다. 그동안 섬산련이 이들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정부와 협의한 사항이지요. 섬산련은 올해도 전국 섬유 패션산업 실태조사등을 펼쳐 정확한 통계에 의한 정책개발의 싱크탱크역할을 해 나갈겁니다.
그러나 이 같이 아무리 좋은 섬유ㆍ패션산업 육성정책이 마련된다 해도 제조업 현장에서 피 말리게 겪고 있는 인력난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모든게 구두선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 자리에서도 강조하다 시피 섬유산업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가 전국적으로 30만 명입니다. 그런데 부족인력이 10%에 달하는 3만 명이에요. 할 수만 있다면 내국인으로 다 충당하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은 불가능합니다.”
대안으로 외국인 근로자 배정을 섬유사업장에 확대해 달라는 겁니다. 아무리 찾고 애걸복걸해도 오지 않은 내국인 근로자 대신 1년에 6000명 정도씩 외국인 근로자를 늘려줘야 한다는 것이죠. 현재는 기껏해야 연간 2000명 정도가 섬유사업장에 배정되는데 이 규모로는 어림없기 때문이에요. 이 문제를 정부당국에 집중건의 하고 있는 중입니다.

-회장님께서 심혈을 기울이신 올해 섬유스트림 기술개발 사업의 정부지원 예산이 육심대로 안되셨다면서요…(웃음)

“그래요,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올해 국회통과된 예산이 331억원으로 작년보다 11억 정도 늘었습니다. 저는 스트림간 기술개발 자금지원이 우리 섬유패션산업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시적으로나마 연간 500억원 규모가 돼야한다고 보고 올해는 작년보다 100억원을 더 요구 했었지요. 그게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급하게 처리되는 바람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된겁니다. 그래도 다른 예산은 줄어드는 추세인데 섬유스트림사업은 소폭이나마 증액된 걸로 자위합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개성공단문제가 자꾸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어떻게 처리돼야 된다고 보십니까.

“개성공단을 단순한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남북긴장 완화의 완충지대이자 자본주의 경제의 실험장인 것입니다. 물론 전체 반입량의 절반가량이 섬유제품이란 점에서도 섬유ㆍ패션산업에 아주 필요한 곳입니다. 철수니 폐쇄니 하는 얘기는 합리적이지 못한 단선적인 생각입니다. 오히려 확대 발전 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얘기는 다릅니다만 회장님의 삼일방은 우등생 경영으로 흑자를 많이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규모 증설 계획이 있다면서요.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닙니다만 첨단자동화 성력화 시스템을 위해 2018년까지 현재의 3공장에서 4,5공장 증설계획을 갖고 있지요. 약700억원이 소요될 겁니다만 그렇게 되면 최신 링 정방기 기준 15만 추 규모로 현재보다 생산 설비가 갑절정도 늘어납니다.”

-삼일방 장학재단을 설립 하신걸로 압니다만….

“별걸 다 알고 계시네요. 2009년 말에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했고 작년에 첫 수혜자들이 나왔지요. 100억원의 장학기금을 목표로 향후10년간 매년 10억씩 확보할 계획입니다. 삼일방과 삼일염공, 삼일화성 등 3개사가 연간 2억5000만원, 저 개인이 2억5000만원씩 10억을 10년간 확보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원할 방침입니다.”

-아주 중요한 사항인데도 대안부재란 점에서 섬산련회장 유임여부는 묻지 않겠습니다…(웃음)

“제 나름대로 복안이 있습니다. 그 문제는 거론하지 않기로 하죠…(웃음) 아무쪼록 우리 섬유ㆍ패션업계가 올 한해도 하시는 일 성취하시고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새해 인사드립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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