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함은 내 열정의 원동력

뛰어난 학벌이 아니더라도 부유한 집안 환경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꿈을 펼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전 만났던 제너럴 아이디어의 최범석 디자이너도 그중 한사람이다. 최범석 디자이너는 신예 디자이너로 동대문에서 처음 이름을 알렸고, 현재는 국내 유수의 기업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그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편집자주>

내가 잘 할수 있는 것으로 하자

최범석 디자이너를 만나기로 한 날, 한낮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오후 그는 약속시간보다 약간 늦은 시간에 나타났다. 워낙 미팅 시간이 길어져 시간이 지연됐다고 기자에게 사과의 말부터 했다. 지인이 많기로 소문난 그이기에 시간을 따로 쪼개서 보는 일이 쉽지는 않을 거라 짐작은 했었다.
디자이너 최범석은 자신의 사업체 제너럴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킨록 앤더슨, 푸마와의 콜레보레이션으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렸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고 3때부터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무작정 옷가게에서 구제 옷을 떼어 홍대 앞에서 노점을 차려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지만 그는 결국 2년 만에 동대문에 입성했고 그때부터 원단 제조업체 등을 다니며 알아듣기 힘든 용어를 공부하는 등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원칙이라는 건 없는 거 같아요. 더구나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마련인데 어떤 사람은 이론이 맞을 수 있겠지만 저는 실무에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겁이 없다, 무대 포다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그의 패션 철학 또한 이런 태도를 입증케 했다. 워낙 털털하고 남들 의식하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그의 옷도 스트릿 패션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는 스스로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판로를 개척하는 일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디자인을 잘해도 옷이 팔릴 수 있는 판로가 막혀있다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디자인 철학도 ‘실험적’인 것이 아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주의로 바뀌었다.
“예전엔 이것저것 패턴이나 소재에 있어서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해봤어요. 그런데 점차 생각이 바뀌더군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디자인, 나한테 맞는 디자인을 하자고 생각했죠.”
따라서 자연스런 워싱과 물빨래가 가능한 천연 소재 선택 등 캐주얼하고 편안한 느낌의 옷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감각 위한 편집매장 선보여

그는 이번에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킨록 앤더슨에 대해서도 그의 디자인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처음 킨록 앤더슨 측에서 제안을 했을 때만 해도 믿기지 않았지만 워낙 회사 측에서도 의욕적이고 적극적이라 자신도 그 분위기에 따라가고 있다고 한다.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들로 몇 안 되는 편집샵을 꾸밀 겁니다. 젊은 느낌의 아이템을 대거 투입해 테니스 선수들이 입는 옷들과 벤치마킹하는 등 재킷, 셔츠, 팬츠 등을 선보일 예정에 있어요. 또 제 인기품목인 데님, 니트, 티셔츠 등도 꾸준히 출시할 거고요.”
특히 킨록앤더슨의 세컨드브랜드 킨록2 편집매장을 꾸밀 예정에 있는 디자이너 최범석. 이 편집매장은 철저히 상업성에 기반을 둔 물건들로 채워질 것이다. 최범석 디자이너는 모든 아이템 디렉팅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남성캐릭터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또 백화점 보다는 제2유통에서 브랜드들이 자유롭기 때문에 킨록2와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20개의 킨록2 매장 중 하반기에는 수지점을 비롯해 신규 오픈하는 충남아산의 자루아울렛 등 4개의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포츠 브랜드 푸마와 손잡고 빈티지 러닝화 디스크 블레이즈를 선보일 예정에 있다. 푸마 측은 최범석에게 “빈티지 러닝화 디스크 블레이즈에 한국의 젊은 트렌드세터들이 즐기는 문화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을 넣어 달라”고 주문했고 디자이너 최범석은 국내 트렌드세터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패션과 음악이라는 컨셉에 맞는 디자인을 구상했다. 더구나 이 디스크 블레이저는 1천장을 한정판으로 만들고 수익도 불우이웃에게 돌아갈 예정이어서 의미 깊은 작업이라고 한다. 오는 9월 3일 편집샵이 오픈함에 따라 그의 제품들은 9월달이 돼서야 볼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내년쯤에는 아웃도어기능을 접목한 옷을 만들고 싶다는 최범석 디자이너. 이 옷도 실용성과 편안함을 가미한 그의 패션철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옷이다. 스스로 너무 바빠서 “잠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그. 하지만 그의 투정은 불평만이 아닌 행복한 비명인 듯 했다.

황원희 기자 dong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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