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패션위크 국제 행사로 거듭날까
‘관 주도의 행사’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시는 올해 산업지원과에 경쟁력강화본부 디자인패션팀을 신설하고 패션 전문인력을 배치해 서울패션위크를 국제적인 행사로 키우기 위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이 테스크포스팀과 서울시 산하단체인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의 서울패션센터와 한국패션협회가 일궈낸 첫 결과물인 ‘2008 서울패션위크’는 일단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우선, 지난 몇 년간 국내 집안잔치에서 머물러 있던 ‘서울컬렉션’을 올해부터 ‘서울패션위크’의 명칭을 앞세우고 세계의 이목을 이끌어낸 데는 긍정적이다.
파리프레타포르테 장 피에르 모쇼 회장이 “파리 프레타포르테와 서울패션위크를 연결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서울시에서 제안해온 ‘파리기성복연합회 내 정보센터 구축’, ‘신진디자이너 콩쿠르트’ 등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패션협회 안나 오르시니 국장 역시 한국 디자이너의 창의적 작품열정과 무대 연출력에 높은 점수를 준 가운데, 런던패션위크와 서울패션위크의 연계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서울패션위크의 글로벌 행사로의 입지 구축은 어느정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울컬렉션’의 참가 기준이다.
현재까지 서울컬렉션은 국내 그룹 디자이너인 SFAA, KFDA, NWS, 그리고 개별 디자이너가 많게는 60여명까지 함께 한 무대에 섰다.
중견 디자이너부터 신인까지 한꺼번에 컬렉션을 연다는 점에서 그리고, 각 디자이너 그룹내 신인 디자이너 참가 결정권은 그룹에서 정한다는 점에서 컬렉션 참가자들의 수준 편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신인디자이너와 국내를 대표하는 중견 디자이너의 무대는 구분이 되어야한다.
그나마 이번 2008 패션위크는 신진디자이너의 등용무대로 야외텐트를 활용했지만, 이색적이고 색깔있게 진행한다는 처음의 의도와 달리 장소의 이원화 라는 외형 외에는 큰 이슈를 불러모으지 못했다.
런던패션협회, 파리기성복연합회, 뉴욕패션협회 등 컬렉션을 주관하고 있는 대표 기관이 신인은 물론 중견 디자이너까지 철저한 심사와 자질평가를 통해 디자이너를 선별해 무대에 세운다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네 잔치에서 ‘해외 전문 수주쇼’로 탈바꿈 ....
해외 바이어가 오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 년전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현재의 서울패션위크가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음을 이해하기 쉽다.
다만, 바이어의 자질은 매 컬렉션마다 문제가 되고 있다.
“파리컬렉션과 밀라노, 뉴욕컬렉션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작품을 마음껏 구매하는 빅바이어가 한국에 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 5대 컬렉션에서 이미 바잉을 끝내고 버젯이 바닥난 상태에서, 이름도 모르는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디자이너 작품을 보기 위해 일주일간 장사를 포기하고, 16시간 이상을 비행기에서 시간을 소비해야한다는 무리수를 누가 두겠는가”라는 한 패션전문가의 말처럼 세계적인 빅바이어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길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 초청된 바이어들 중 의외로 진흙속에 진주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2008 서울패션페어에 참가한 35개 업체 중에는 파리프레타포르테, 뉴욕 더 트레인쇼, 홍콩패션위크 월드부띡홍콩, 패션상하이 등 해외 전시회에 활발히 참가하며 고액의 수주를 이끌어온 디자이너 브랜드가 중심이 되어 바이어 상담도 가장 활발히 진행했다.
특히, 부스내 행거와 책상을 갖다놓고 실 계약을 이끌어 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많은 수주액을 이끌어낸 디자이너는 서울컬렉션에 처녀 참가한 서영수 디자이너의 브랜드 수디자인이다.
서울컬렉션은 처음이지만, 지난시즌 서울패션페어에 참가해 수주달성액 1등을 차지할 정도로 해외 비즈니스 실력파다.
지난 2년간 파리프레타포르테 전시회에 참가해 고정 바이어 보유율이 뛰어난 수디자이너는 이번에도 호주, 그리스, 독일, 미국 등의 바이어와 패션위크 기간 내내 상담을 이끌어내며 현재까지 20만불의 계약을 달성했다.
특히 이들 바이어중 상당수가 지난시즌 수디자인의 작품을 샘플 오더한 회사들이어서 관심을 끈다.
서영수 디자이너는 “지난 시즌 샘플오더만 해가고 재 구매를 하지 않았는데, 한 시즌 마켓 테스트를 거친 후 이번 시즌부터 대량의 오더를 발주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너 문경래도 독일, 미국, 호주,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스 등 유수의 바이어들과 상담한 결과 현재까지 실 수주액만 2000만원을 거뒀다.
문경래 디자이너는 “원래 첫 거래시 샘플 오더후 매장에서 시즌테스트를 거쳐 다음시즌에 오더하는 것이 관례인 것 같다”며 “특히 지난해 상담만 했던 바이어가 올해는 계약을 확정짓는 추세라며 특히, 이번 미국의 한 디스트리뷰터는 미국내에서 작지만 적중률이 높은 전시회에 내 작품을 출품하겠다며 다량의 작품을 스타일별로 오더해갔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너 정훈종도 지난시즌 이집트 바이어와 약 4억원의 수주액을 달성한
데 이어, 이번 위크에서 쿠웨이트의 바이어는 정훈종 작품컬렉션이 끝난 후 즉석에서 약 4만불에 해당하는 작품 50여벌을 구매해 화제가 됐다.
정훈종 디자이너는 “지난시즌에도 트레이드마크인 레드 장미를 모티브로 한 블랙의 의상들이 인기를 얻었는데, 이번에도 중동을 중심으로 이들 작품들이 큰 호응을 받았다”라며 “앞으로 중동을 중심으로 수출 판로를 더욱 개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웨이트에 소재한 고가의 여성복 멀티샵을 운영중인 이들 바이어는 파리 프레타포르테 전시회와 커렉션, 밀라노 전시회아 컬렉션 등에서 꾸준히 바잉을 해오고 있는 유력 바이어로, 이번 패션위크에서 곽현주, 문경래, 최지형, 김종월, 정훈종 등과 상담 과 바잉을 이끌어냈다.
디자이너 김종월은 쿠웨이트외 1개사와 4만불의 현장 수주실적을 올렸으며, 양성숙, 곽현주 등은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갤러리아 라파에트 백화점과 활발한 상담을 벌였고, 루비나, 이상봉, 오은환, 최지형, 깜 등이 호주의 바이어와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 해외 바이어 프레스 초청 ‘선택과 집중’ 필요하다
공식 초청 바이어들의 옥석 역시 가려내야한다는 지적도 높다.
“지난 몇 시즌 간 한번도 바잉을 하지 않은 바이어가 있는데, 바이어 명수 채우기보다는 실질적으로 구매를 이끌수 있는 바이어를 가려내 선택과 집중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바이어보다는 해외 프레스 활용에 더욱 집중해 디자이너의 해외 홍보 PR과 해외 컬렉션과 연계시키는 마케팅을 다양하게 조명해야한다는 의견도 크다.
이번 패션위크에 참가한 FIRSTVIEW의 패션에디터이자 마케팅 매니저인 린제이 블랙 씨는 “이미 파리나 뉴욕컬렉션 등에 참가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상봉과 문영희, Y&Kei의 강진영 윤한희 디자이너 등 많은 패션인들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이 누가 얼마나 좋은 국제적인 PR에이전시를 잡느냐이다. 즉, 가장 유력한 매거진과 신문에 화보와 기사 등이 얼마나 많이 비중있게 실리느냐에 따라 디자이너의 가치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서울패션위크 역시 해외 프레스를 적극 활용해 국제적인 홍보 마케팅에 투자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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