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S/S 서울컬렉션스케치

“유니크, 판타스틱, 어메이징... 한국 디자이너들 역시 최고에요”
해외 바이어 감동시킨 35명의 정상급 디자이너 향연
여체의 아름다운 실루엣 강조한 로맨틱 의상 두각
반짝임 강조한 메탈릭 저지, 쉬폰, 새틴, 타프타, 코튼 강세
화이트, 블랙 여전히 강세 옐로우, 레드, 블루, 그레이대두



대한민국 최대 패션행사로 거듭난 ‘08 S/S 서울컬렉션'이 지난 10월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SFAA가 불참한 반쪽자리행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진행된 ‘서울컬렉션’은 여느 때처럼 복잡한 관람객과 스타들의 행군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해외 바이어의 활발한 참여 속에서 나름대로 내실있는 수주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 35명의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참가한 이번 컬렉션은 내년 봄 여름을 위한 컬러와 소재, 스타일을 저마다 과시하며 화려한 무대를 장식했다.
내년 봄에는 여체의 아름다운 바디 실루엣을 강조한 로맨틱한 의상과 소재가 두각을 나타낼 전망으로, 여성의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모래시계 실루엣과 코르셋 벨트, 와이드 빅벨트 등이 많이 등장했고, 소재는 반짝임을 강조한 메탈릭 저지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강세를 띄고 있었다.
특히, “이제는 디자인이 아닌 소재 싸움”이라는 말처럼 각자 디자이너들은 얼마나 창의적인 소재를 개발했느냐 내기라도 하듯 다양하고 창의적인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그 중 속이 비치는 로맨틱한 쉬폰과 광택감이 강한 새틴소재는 단연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디자이너별로 소재간의 레이어드를 통해 컬러 대비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 즉, 디지털 프린팅을 통한 3차원적인 입체 표현, 컬러간의 그라데이션 효과, 플라워 프린트, 내추럴 룩의 기본인 컬러와 무지의 코튼 행렬이 이번 컬렉션을 대표하고 있다.
컬러는 화이트의 독주 속에 블랙이 여전히 인기를 얻었으며, 옐로우와 레드, 블루, 그레이 등이 컬러별 대비를 통해 세련되게 표현됐다.
디테일은 앞 뒤, 옆 선 등의 길이감을 비대칭적으로 표현한 스커트와 겹쳐입은 듯한 레이어드 효과, 요소별 주름 장식 등이 두각을 나타냈고, 체크와 잔잔한 패턴물등은 다소 주춤하는 듯 보였다.
특히, 대다수의 디자이너들은 뒤트임을 과감히 시도해, 등을 시원하게 드러낸 의상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컬렉션에 대해 해외 10여개국에서 참가한 110여명의 바이어들은 각자의 컨셉에 맞는 디자이너를 선택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고, 특히, 국내 내셔널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중견 디자이너의 참가 외에 해외에서 인정받은 실력높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속속 등장해 바이어는 물론 프레스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여성복 컬렉션 중 가장 첫 무대를 연 디자이너 박춘무는 이번 컬렉션에서 여느 때와 같이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성과 무대 연출력, 바이어 참관수를 보여줬다.
NWS 회장이자 여성복 컬렉션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디자이너 박춘무는 ‘태양과 달(The Sun & Moon)’을 테마로 한 환상적인 작품세계를 펼쳤다.
이번 무대에서 박춘무(DEMOO)는 달이 태양을 가릴 때 생기는 ‘일식’의 현상을 그래픽적인 요소로 표현, 특히 이번 NWS 컬렉션에 콜라보레이션을 제공한 유한킴벌리의 디지털 프린팅 작품들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라데이션된 달의 표현과 동근 모티브를 이용한 강렬한 컬러 대비가 두드러질 전망으로 소재는 반짝이는 메탈릭 저지와 투명사 니트, 실크와 코튼이 주를 이뤘다.
컬렉션에 참관한 호주의 ‘GREAT PRETENDER’의 바이어 체리 호손(Cherie Hewson)씨는 “아름다운 색채감각을 극대화시킨 최고의 작품”이라며 “특히, 하나로 일체감있게 표현한 포켓과 볼륨감의 표현은 신비롭기까지 했다”고 극찬했다.
특히 박춘무는 쇼가 끝난후 전시장내에 부스에 이번 무대에 올린 작품들과 관련 아이템 사진을 통해 바이어와의 활발한 상담을 이끌어내 본보기가 되었다.
디자이너 양성숙은 이번 시즌 그라데이션된 컬러감을 소재에 표현, 실크와 조직감이 살아있는 자카드, 패턴을 강조한 프린트 물을 선보였는데, 볼륨감 역시 강조해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실루엣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에서 첫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은 디자이너는 문경래(MOONKYUNGRAE)로 그는 지난 2003년부터 독자적으로 연구해온 ‘아나토미 아트(인체 해부학과 예술성의 접목)’를 ‘잠재의식(Latent consciousness)'을 통해 재조명한 작품들로 큰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그는 일본내 편집샵을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꼼므데가르송을 비롯 이태리, 포르투갈, 뉴욕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을 응용해 제작할 정도.
그는 “지난 10년 넘게 연구해오던 아나토미를 오감을 통해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하는데 노력해왔다” “특히, 근육의 라인을 실에서부터 주름으로까지 발전시켜왔는데, 특히 이번 무대에는 무릎 부분의 디테일을 강조, 인체의 움직임과 같이 유기적인 곡선의 흐름을 내추럴한 슬림한 라인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관람한 요르단의 'Dana Est' 바이어 모하메드 아부 타부시(Mohammad Abu Tarboush)는 “한국의 디자이너 작품은 이미 중동지역에서도 유니크하기로 유명하다”라며 “특히 이번 문경래씨 작품은 굉장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어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감탄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예술적 감성을 가진 디자이너 박병규(how and what)는 이번 컬렉션에서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옷으로 승화하는 뛰어난 재주가 있다”는 평을 받았다.
울트라 모던을 테마로 파워풀한 쉬크함을 표현한 그의 작품은 다양한 텍스처의 레이온 혼방류와 파인 코튼을 주 소재로, 블랙, 그레이, 모스 그린 등 지난시즌보다 절제된 볼륨감과 다양한 하이 웨이스트 라인의 작품이 돋보였는데, 특히 독특한 패턴의 모던한 소재개발과 감각적인 액세서리와의 스타일링 등 가장 웨어러블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려 상업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KFDA 역시 이번 컬렉션에서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디자이너를 영입해 눈길을 모았다.
디자이너 양희득(씨는 홍콩과 일본에 'eye sex' 브랜드를 전개하며 인기를 얻어온 실력가로, 그의 이번 작품은 타 중견 디자이너들을 긴장시킬 정도로 큰 호평을 받았다.
자신이 직접 개발한 소재를 비롯, 다양한 코튼과 쉬폰, 실크소재를 통해 강렬한 컬러대비와 피팅& 벌룬의 실루엣을 제안했는데, 특히 핑크와 그린, 블루의 고운 색채를 감각적으로 선보였다.
그의 작품을 두고 스페인의 대형 편집샵 바이어인 ‘펠레 캄포(Fely Campo)'씨는 “컬렉션 하기 전 전시부스 내 작품을 보고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의 작품은 가장 아름다운 컬러를 쓰는 기법을 알고 있는 것 같고, 특히 여성스러운 디테일 표현력이 굉장히 신선하고 유니크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디자이너 황재복은 이번 무대에서 어느 시즌 못지않은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 정상의 기품있는 고급스러움과 절제미를 가진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대변되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고유한 독창적인 분위기를 표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체의 아름다운 실루엣을 극대화시켰다는 평을 받았으며, 고유의 백색과 세련된 화이트핑크의 고급스러운 컬러감이 황재복만의 노하우로 탄생된 결정체라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전체 몸매에 피팅되는 실루엣이 아닌 다소 풍성한 여유로움을 준 드레스를 선보였는데, 어깨와 허리, 옆선 등 요소요소에 세련된 비딩장식이나 코사쥬, 엘레강스한 레이스를 통해 지난 시즌보다 한층 완성도 높은 작품력을 과시했다.
디자이너 강기옥은 이번 시즌 가장 많은 바이어 참관도를 보여주어 놀라움을 주었다.
약 70명의 바이어가 운집한 가운데, 선보인 그의 작품은 기존의 데님 위주의 작품에서 벗어나 쿠튀르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의상들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컬러와 소재 대비, 펀칭과 레이저 커팅 등 디자이너 강기옥이 보유한 모든 디테일을 과감히 선보인 이번 무대는 플라워를 모티브로 한 타프타, 데님, 실크, 가죽, 린넨 등의 다양한 소재를 통한 블룸 컬렉션을 제시해 탄성을 자아냈다.
디자이너 안윤정은 이번 시즌 단순한 실루엣에 플리츠, 터킹 등의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결합과 해체를 시도한 미니멀하지만 독특하고 비대칭적인 뉴 디테일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안윤정만의 아이덴티티로 인정받고 있는 고급스러운 광택의 새틴소재 시리즈가 단연 돋보였으며, 타프타와 메탈릭소재, 씨쓰루 소재 등이 세련되게 제안됐다.
주름과 레이스 등을 통해 보다 젊고 세련되진 작품들이 스킨베이지, 덜 브라운, 그레이 등 뉴트럴을 중심으로 모던하게 표현했다.
특히, 디자이너 안윤정의 장녀이자 미스코리아 서울, 미스 인터컨티넨탈 1위 수상자인 유한나씨가 컬렉션 캣워크에 올라 이목을 집중시켰다.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해외에서 명망높은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는 이영희는 이번 시즌 한국적인 전통의 이미지와 3차원적 입체로 구성되는 서양의 옷과 연결한 작품을 선보였는데, 컬러감의 대비, 비치는 소재간의 레이어드로 또 다른 오묘한 색감 표현, 잔잔한 구김과 패턴물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한복을 응용한 디자인의 작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서울컬렉션 처녀참가자 중 한명인 디자이너 전미영(Lilycomes)과 신영재(PUBLICKA)는 한복의 요소를 디자인에 응용하거나 한복 소재를 우븐으로 개발해 독창적인 작품을 탄생시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집중 받았다.
대전의 대표 디자이너인 정훈종씨 역시 이번 서울컬렉션에 처녀 참가,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플라워를 응용한 꾸뛰르의 우아한 복고풍 원피스와 머스큘린 룩을 대거 선보였다.
장미를 디테일로 볼륨감있는 원피스 드레스를 선보인 그의 무대는 매니쉬한 아방가르드룩을 실크와 울, 린넨 소재를 비롯, 자카드와 자수, 엠보, 메탈등 다양한 원단을 통해 고급스럽게 선보였다.

<08 S/S 서울컬렉션 스케치>
이번 서울컬렉션은 전반적으로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인 100여명의 바이어들이 참관한 가운데, 적극적인 쇼 참가와 수주상담을 이끌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미 수출상담을 터득한 몇명의 디자이너들은 바이어와 코스트 네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지난 시즌 컬렉션보다 한층 성숙했다는 평가다.
또한, SFAA가 불참하면서 기존의 모습(패션전공학생들과 쇼에 참가한 연예인을 보려는 일반인들의 긴 행렬) 대신,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를 중심으로 한층 안정적인 관람을 통한 선진국형 컬렉션으로 거듭났으며, 점차 바이어 중심의 수주 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제는 있다.
바이어들의 바잉 수준(200~500달러)이 디자이너 작품 구매와는 여전히 동떨어진데다, 지난 시즌 붐을 일으킨 파티 드레스 중심의 바잉 트랜드가 이번시즌에는 한물 간(?) 것처럼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드레스를 주력으로한 몇몇 디자이너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견 디자이너들을 긴장시키며 서울컬렉션에 처녀 참가한 유망 디자이너의 쇼에는 정작 참가했어야할 바이어들이 주최측이 준비한 단체 투어에 공석이었다.
또한, 한 바이어는 수출단가를 맞추기 위해 디자이너에게 중국생산을 해서라도 맞춰달라는 너무도 현실적인(?)요구까지 하는 등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있다.
하지만, 명실상부 서울컬렉션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해외 바이어 아무도 찾지 않았던 동네잔치에서 이제는 세계 곳곳의 정상급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입하는 바이어들이 한국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는 것은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디자이너 작품에 매료되고 감탄하고 있다.
“한국 디자이너 작품은 유니크하고 세련되기로 유명하다” “메이드인 코리아 원단을 사기위해 한국에 온다.”
이러한 말들이 그저 기자의 질문에 인사치레의 격식일지는 몰라도 하루바삐 장사에 시간을 쏟아야할 그들이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며 한국을 찾는 이유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된다.
길이 아닌 곳도 걷게 되면 길이 되듯 서울컬렉션의 정상을 향한 도전과 노력 역시 지속된다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패션코리아의 그날은 어쩌면 예상보다 빨리 오지 않을까?
<조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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