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김 패션에는 철학이 있고, 문학이 있고, 예술이 있고, 잊을수 없는 영혼의 떨림이 있다. 지난 18일 ‘제8회 세계지식포럼’환송 만찬으로 열린 ‘2008 추동을 위한 앙드레김 아트컬렉션’은 2시간 가까이 그야말로 숨막히는 무대였다. 클라이맥스를 연이어 놓은 듯, 무대 위 화려한 열정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마디로 세계지식포럼 행사의 피날레를 앙드레김 패션쇼로 장식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날 앙드레김은 세계적 석학들 앞에서 한국 패션거장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앙드레김 스스로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열정과 혼신을 다한 무대를 선보여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판타스틱 그 자체다”라며 “내가 본 패션쇼 중 최고였으며 이탈리아 어떤 패션쇼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한반도문제 전문가로 유명한 브루스커밍스 시카코대 교수도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의상과 음악과 쇼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한편의 웰-메이드(Well-Made) 공연”이었다고 호평했다.
이날 패션쇼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펠프스 교수를 비롯 노벨평화상 선정위원장 올레 디 미오스, 前 미국무장관 콜린 파웰, 장대환 매일경제회장(세계지식포럼집행위원장), 핀란드 헬싱키 예술디자인대학 위리에 소타마 총장, 중국 구글 로빈리 회장, 주한 이태리대사 레게리, 프랑스 주한 외교사절단등 7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순백색, 눈, 겨울을 유난히 좋아하는 앙드레김은 오프닝 무대를 경건한 성탄절 분위기로 꾸몄다. 흰눈이 내리고 드라이아이스로 연출한 짙은 안갯속을 걸어나오는 순백색 의상을 입은 모델들은 천사처럼 순결해 보였다. 특히 흰색 바탕에 형형색색의 도트문양이 들어간 의상은 무대 위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과 잘 어우러져 환상의 하모니를 연출했다.
이날 모델로는 앙드레김 뮤즈로 통하는 톱모델 군단을 비롯 우크라이나 브라질 벨로루시 헝가리 등에서 온 외국모델 23명과 신인 연기자 박시후, 민지혜 등 연예인이 대거 출연했다.
이날 앙드레김은 처음으로 중국풍 의상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중국 정통 왕실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화한 작품으로 화려하면서 위엄이 넘쳤다. 이미 내년 베이징올림픽 기념 패션쇼에 초청을 받은 앙드레김은 “앞으로 중국풍 디자인을 좀더 많이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앙드레김은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패션오페라’(패션쇼와 오페라를 접목한 공연)를 선보이는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오페라 ‘투란도트’‘나비부인’‘라트라비아타’나 고전발레극 ‘백조의 호수’‘지젤’같은 감동적인 클래식 장르를 패션쇼를 통해 다시금 구현해내고 있다.
일반 패션쇼에 비해 3배가 넘는 러닝타임, 눈·꽃가루와 드라이아이스 등이 동원되는 화려한 무대장치, 드라마틱한 음향 그리고 무엇보다 40년 패션 거장의 노하우가 쌓인 예술의상 170벌은 앙드레김 패션오페라의 자산이다. 여기에 당대 최고 미남 미녀 커플을 화룡점정으로 등장시켜 화려함을 극대화시킨다. 투란도트가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영원한 오페라이듯, 앙드레김 패션쇼 역시 불멸의 생명수처럼 오늘도 살아 숨쉬며 우리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이것이 바로 노(老) 대가의 열정이 지속되는 이유다. <김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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