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비나 부티크 대표이사 루비나 디자이너

<디자이너 루비나...>
1980 중앙디자인 컨테스트 입상
2000 광주 비엔날레 패션 퍼포먼스 참가
2002 서울시주최 서울패션인상 '올해의 디자이너상 '수상
2004 OTHERS 중앙 디자인 그룹 회원
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 회원
FASHION GROUP INTERNATIONAL 한국지부장 역임
한국패션협회 정회원



"21세기 패션시장은 결국 상품력 싸움이죠"

패션외길 26년이다.
강산이 두 번 하고도 반이 변했다는 세월에도 여전히 차고 넘치는 열정적 끼와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그가 내년 1월이면 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 회장직을 맡는다.
지난 몇 년간 고사해오다 이제는 한국패션업계를 앞장서 뛰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잡으면서 부터다.
"박윤수 회장님이 그 동안 너무도 잘해 오셨는데 이제 제가 바톤을 이어받게 됐어요.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5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그가 패션을 시작한건 1980년 3월 중앙 디자인 컨테스트에 입상 하면서부터다.
패션모델로 활동해오면서 숨겨왔던 예술적 끼를 옷으로 풀어보고자 시작했던 일이 천직이 돼버렸다.
그가 서양미술사를 줄줄 꿰고 있고 조형예술에 남다른 일가견을 가졌다는 것은 그가 거주하고 있는 사옥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건물 구조 하나하나 디자인에서 설계구조까지 직접 진두지휘하에 완성된 역삼동 신축 사옥은 그가 단순히 패션디자이너가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적 예술을 이끌 수 있는 실력가임을 증명한다.
'한 회사의 오너의 성격은 그의 집무실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그가 작업하고 있는 공간은 디자이너 루비나의 감성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그레이의 모던한 색채의 벽면에 곳곳에 비치된 범상치 않은 작품들은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직접 디자인을 의뢰해 만든 대형 석조물에서 자연 그대로의 거친 표면의 형태 그대로를 갖다놓은 듯한 스톤 테이블, 책상 뒷편에 마련된 마음이 풍요롭고 따뜻해지는 아담한 미니 정원속 앙증맞은 화초까지 호탕한 여장부에서부터 세심한 여성스러움까지 다각적인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 사옥에는 층별 부서가 업무의 효율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특히 디자인실과 기획실, 패턴실, 영업부 외에 니트 생산공장까지 한 건물 안에서 원스톱 패션하우스를 연출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모든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주님께서 이만큼의 역량을 내게 주셨나보다"라고 마음을 다독이고 결국 힘든 일도 고사하지 않고 해내고 만다.
매 컬렉션마다 그가 산고의 고통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동안 컬렉션에 세운 작품들 뿐 아니라 모든상품의 패턴은 모두 제가 직접 입체 패턴을 뜬 것들이에요. 광목을 매달아놓고 하루종일 패턴만 뜨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저희 옷의 스타일 수가 유난히 많은 것도 이 때문이죠. "
사무실 집기 하나도 자신의 감성을 불어넣는 그가 작품 하나하나에 혼을 싣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남다르다.
일반 패턴사들에게 맡기면 평면패턴에 그칠 것을 그의 손을 거쳐서 완성된 작품들은 모두가 완벽한 구조물과 같은 예술작품으로 탄생된다.
지난 서울컬렉션 무대에 선보인 작품들이 이를 말해준다.
이번 시즌 '창조적 모방' 즉 '복고'라는 요소를 '리바이벌'의 제목으로 풀어냈는데, 'H라인 속에 숨겨진 허리선' '박스라인 속에서 자유 했던 몸의 율동들' '조이지 않고 잘라내지 않아 평안할 수 있었던 흐름' 등 아득한 기억 속에 그립게 자리잡고 있는 추억의 라인들을 새롭게 다시 해석한 것들을 풀어냈다고 한다.
"패션은 라비이벌의 연속이지만 똑같은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것들로 탄생되죠. 최근 저희의 07 S/S 서울컬렉션에서 보셨듯이 이번시즌 루즈한 H라인에 흠뻑 빠졌어요. 트랜디 컬러 위주로 보다 밝고 화사하게 풀고, 소재도 코튼을 중심으로 펄을 가미한 다양한 실버 등 메탈릭 소재들을 많이 보였죠"
이번 시즌 화이트 그레이의 썸머 사파리와 파스텔 화이트 블루의 튜닉형 원피스, 골드컬러의 세련된 실키 드레스에 이어 마지막을 장식한 블랙&화이트의 원피스와 롱 드레스 등 모든 작품들은 관객들을 한껏 매료시켰다.
특히 4명의 디자이너가 총동원해 만든 가방과 썬캡을 응용한 모자, 통굽의 세련된 신발 등 액세서리등은 의상과 완벽한 컬러매치를 이루며 작품의 완성도를 극대화 시켰다.
이외에도 루비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세련된 톤다운 컬러웨이와 실크 오간자 및 저지류 등의 고급스러운 소재, 그리고 잡아 올리거나 묶거나 하는 식의 다양한 실루엣 연출 등 매력적인 작품들을 멋지게 연출했다는 평가다.
"참 이상하지요? 디자이너들의 생각은 통하는 가봐요.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많이 풀어내고 싶은 것이 바스키아의 작품들이었는데 국내외 몇몇 디자이너들이 이를 응용한 작품들을 선보이더군요. 패션 디자이너는 축구선수와 같아서 골대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도 골문을 맞고 공이 튕겨 나오기도 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도 하죠. 시즌에 맞춰 골대에 정확히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건 운도 많이 좌우하는 것 같아요. "
그가 이번 시즌 선보인 의상들은 적어도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지는 않을 듯 싶다.
그의 작품을 두고 참가 바이어들과 프레스들의 평이 대단히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절묘하게 매치시키는 노하우 때문이기도 하다.
"전 컬렉션을 할 때마다 늘 상업성과 작품성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죠. 서울컬렉션이 해외바이어 공략보다는 내수 고객 마케팅 비중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희 브랜드를 좋아해주고 구매해주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상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생기거든요."
올해가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힘든 해라고 한다.
경기가 어렵고 힘들 때 이를 가장 먼저 느끼는 조닝은 캐주얼이 아니라 하이패션이기 때문이다.
"매해를 보내면서 지난해가 낫다는 말을 많이 하죠. 올해야말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이러다가 홍콩처럼 해외브랜드에 우리자리를 다 내주게 되면 어떡하죠? 외국브랜드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제대로 붙들기 위해선 결국 우리가 수입브랜드보다 품질에서 월등히 나을 수 밖에 없죠. 물론 그러기 위해선 원사, 소재개발부터 기업들의 투자와 정부에서의 효과적인 지원등 부가요소가 필요하겠죠. "
디자이너 루비나는 국내 디자이너브랜드가 성장하기위해서는 서울컬렉션부터 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도장찍기 평가회가 아니라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친 디자이너만 엄선해서 참가자격을 줘야 해요. 신인들은 지금의 믹스스테이지가 아닌 별도로 5회에 걸쳐 검증된 사람만 컬렉션에 참가하도록 하고, 영향력 없는 해외기자 초청에 돈을 쓰는대신 세계적인 패션잡지 페이지를 할당해 실질적인 홍보를 해야하죠. 특히 서울컬렉션을 일반 국민들도 잘 알 수 있도록 공영방송에서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줘야 겠죠"
이밖에도 서울시에서 메이드인차이나 일색인 동대문을 패션특구로 만드는데 치중하기 보다는 제대로된 패션 지원사업을 해 줘야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패션인으로서 앞으로 고치고 바르게 해야하는 여러가지 사항들을 열거했다.
이처럼 타고난 여장부의 기질을 가진 그가 이끌게 될 SFAA도 한국 패션시장의 미래도 그의 열정을 닮아주길 기대해본다.
<조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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