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요체는‘프렌드쉽’
-美 리비그룹 패키지 소싱·샘플실 지원
-한국 디자이너 실력향상 시장 리드해야

지난 제20회 섬유의 날 리비그룹 도날드 리비회장이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리비의 한국사무소를 겸하고 있는 에스제이 인터내셔널(주)를 찾아 박병운 사장으로부터 리비그룹과 함께 하게된 과정을 들어봤다.
“에스제이를 설립한지 만 10년이 됐습니다. 저는 처음엔 삼도물산과 미 보스톤 회사에서 가죽 의류를 담당했었고, 리비그룹의 사이몬 박과는 그전부터 친분이 있었습니다. 사이몬 박은 진도 뉴욕지사 출신으로 리비의 생산구매 담당자가 되자 제게 함께 일해보자고 연락해 왔습니다. 당시 리비그룹은 러시아에서 생산하며 원부자재는 아시아에서 가져가고 있었죠. 독일에 웨어하우스를 두고 아시아에서 실어가고 뉴욕에서 직접 오더를 하다보니 관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리턴기간이 7개월로 계획생산이 어려웠죠. 100만야드 원단에 단추 몇 백만개를 독일에 싸놓고 진행하다보니 러시아 40개 공장에서 나오는 로스와 스탁이 엄청났습니다. 그래서 사이몬 박이 아디디어를 내 한곳으로 패키지화를 시도했고 오더와 동시에 구매하기시작했습니다. 이 때 저희 에스제이가 패키지회사가 됐고 원단·실·폴리백까지 아웃터웨어 원부자재 30∼40가지를 컨테이너에 실어보냈습니다. 빨라지고 비용이 저렴해져 회사 입장에서 득이 됐습니다.
한편 뉴욕 맨하탄 7번가에 ‘512빌딩’이 있는데 이 건물에는 여성의류 하는 사람이 몰려 있습니다. 1층에 리비그룹이 샘플실을 운영했는데 인건비나 임대료가 비쌌기 때문에 3년에 걸쳐 폐쇄하고 한국으로 옮겨 연간 4000장의 샘플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두가지 비즈니스 컨셉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IMF 때는 에스제이도 어려웠지만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이 오늘의 에스제이를 만들었다고 확신합니다.
생산기지가 러시아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오고 2∼3개월 선적 시스템으로 만들었고, 현재는 중국과 베트남 위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베트남이 오픈되기 6개월 전에 생산을 시작했고, 리비그룹이 생산해서 정식통관한 1호 업체가 됐습니다.”라고 그 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에스제이는 바잉오피스이기 보다는 리비그룹의 지사처럼 움직입니다. 1년에 2번 골프대회를 여는데 10월에는 40명으로 10개팀을 구성했고 모든 스폰서를 저희가 맡아 진행했습니다. 지난 6월에 뉴욕에서 친선골프가 있었는데, 이것은 도날드 리비 회장이 후두암 의학발전을 위해 설립한 Thanc Foundation 자선모임으로 열렸습니다. 미국내에서 유태인과 한국인이 사이가 안좋기로 소문이 나있는데, 한국인 참석율이 3분의 1을 넘어 업계에서는 유태인과 한국인을 결합하는 좋은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라며 특수한 관계를 설명했다.
에스제이는 연간 1천만불의 부자재를 직수출하고, 2500만불 상당의 원단을 국내 업체에서 소싱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프로모션하고 있다.
한국에서 소싱하는 데 어려움이나 문제점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한국에서 소싱하는데 어려운 점은 가격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죠. 다른 것은 잘 되고 있습니다.”라면서 “중국으로 나가야 하느냐를 고민한 적이 있는데 품질이 괜찮고 가격적인 면에서는 3년전에 50% 차이가 나던 것이 지금은 20∼30%로 격차가 줄었습니다. 한국에서 구조조정으로 남은 업체가 경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며 사력을 다하고 있어 2∼3년내에 거의 격차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국내에서는 거리가 멀어 물류비용이 많이 듭니다. 또 사고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라며 한국의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업계가 마케팅에서 주의할 점을 물었다.“프렌드쉽으로 가야한다는 겁니다. 한국 원단의 퀄리티는 선진국에서도 인정합니다. 중국도 납기와 품질이 처음에는 좋습니다. 그런데 성수기가 되면 안정성이 떨어져 한국에서 구매하게 되는거죠. 처음에는 한국 업체와 리비가 가격으로 싸운 적이 있습니다. 저희가 어드바이스해 스톱시켰죠. 저는 비즈니스에 골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리비그룹 식구들과 골프 치면서 신뢰가 쌓이고 프렌드쉽으로 가니까 제품가격이 좀 비싸도 서로 이해하고 롱런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이몬 박의 역할이 컸죠. 비즈니스 보다 친구로 인간관계를 가져가야 합니다. 리비그룹도 자기들이 50% 한국인이라고,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의명분을 확실히 해서 작은 이해타산 때문에 떠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함께 놀러 가기도 하고 함께 운동회를 하는 등 인간관계를 가져야 합니다.”라며 비즈니스보다는 우정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섬유산업이 살길은 바이어와 직접 거래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물량이 커서 안정성 확보 때문에 큰 업체만 상대하고 있습니다. 대구 업체중에서 한 아이템에 정통한 업체가 있어 거래하고 있습니다. 작은 공장들이 같은 종목끼리 헤쳐모여 어느 정도 규모를 키워 제직과 염색을 일괄공정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 섬유산업의 디자인 기능을 키워야 합니다. 동대문이나 백화점을 다녀보면 유럽이나 한국이 같은 선상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오히려 늦은 편이죠. 국내에서 샘플 소싱해도 충분합니다. 한국 디자이너의 실력이 향상되어 미리 스타일링 해서 바이어에게 정보를 주고 리드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중국으로 나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성공확율이 2∼3%도 안된다고 봐요. 한국내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제품가격이 중국이 높아져서 한국과 같아지는 시기가 옵니다. 정부에서도 부자재공단을 개성공단에 만들면 성공할 것으로 봅니다. 공단만 조성해 주고 단추·메탈· 라벨업체를 모아서 ‘부자재공단’을 만들면 개성에서 봉제하는 분들도 거기서 사고 일부는 내수로 나머지는 수출하면 좋을 겁니다.”라면서 지금부터라도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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