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어요"

- 세계가 인정한 '한글 의상' 전세계 바이어 극찬
- 국당 조성주 필체 응용 프랑스서 '대히트'
- 전세계 바이어 동양적 모던美 '매료' 주문 쇄도


지난 9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7 S/S 기성복 패션박람회 '후즈넥스트(Who's Next)'에서 특별 패션 전시회가 열렸다.
전세계 40여개국 1천여개의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참가하고 2만명 이상의 인원이 참관하는 하이앤드의 트레이드 쇼인 '후즈넥스트'에서 한글을 새롭게 해석한 의상들과 신발, 패션액세서리 등의 전시회가 열린 것.
'한글과 패션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선보인 이 특별전시회는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로 파리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참가해온 디자이너 이상봉의 작품이었다.
서예가 국당 조성주씨의 한글 서체를 디자인해 원단으로 만든 그는 국내 세마실크의 협찬을 받아 300미터 가량의 한글 원단을 이번 후즈넥스트에 참가한 43명의 프랑스 디자이너들에게 제공했다.
이렇게 제공된 원단은 각자 디자이너들의 무대에서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하이패션의 만남을 보여주는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MBC의 도움을 받아 한글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알리는 영상물의 방영에 이어 국당 조성주씨가 직접 백색의 무대위에 붓글씨로 써내려간 한글의 캣워크 위로는 모던한 서체로 해석된 한글 의상들이 각자의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유니크한 작품으로 승화되어 무대를 장식했다.
'한글'을 통해 얼마나 아름다운 의상들이 탄생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세계화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사흘간 현지 언론과 바이어 등 관람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이끈 이 한글 의상들은 상업적으로도 대승을 거뒀다.
디자이너 대부분의 작품들은 당일 완판됐으며, 디자이너 이상봉의 한글 의상을 사고싶다는 바이어들의 주문이 쇄도해 전년대비 40%이상의 매출신장율을 기록했다.
그의 한글에 대한 애착은 지난 11월부터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한국적인 것을 세계화에 접목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첫 시도로 훈민정음을 새겨넣은 의상을 선보였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죠. 그래서 나아가 좀더 현대화된 한글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한글의상의 첫선은 지난 2월 파리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소리꾼 장사익씨와 미술가 임옥상씨가 보내준 편지에서 필체들을 인용해 만든 의상이었다. 그 결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파격적인 센세이션을 불러모으며 현지 언론과 바이어의 큰 호평을 받았다.
그의 한글의상은 한불 수교 120주년 행사 준비와 관련해 후즈넥스트의 마케팅 이사인 패트리시아 르하와 오현숙 프랑스 상무관과 함께 기획한 '한글과 패션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전시회에 이어졌다.
천상병의 시 '귀천'을 비롯하여 '원이엄마', '향수' '산유화' 등 아름다운 문구를 서예가 국당 조성주씨의 서체를 통해 디자인한 의상들을 선보여 가장 치열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패션지 파리에서 이름 석자를 깊이 새기고 돌아왔다.
"국당 조성주씨와 오현숙 상무관님, 그리고 세마실크 등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이제 한글에 대해 자신감도 생기고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제안할 수 있게 됐어요."
디자이너 이상봉.
수년간 파리컬렉션을 통해 세계시장을 두드려온 결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갖게 된 그가 그 동안 잊고 있던 가장 기본적인 답을 드디어 찾았다고 한다.
"세계화는 직접 사용하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상업적인 요소와 만났을 때 가능하다는 거죠.
즉,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보여주는데 그치면 더 이상 상품 가치가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저 조차도 잊고 있었어요."
그의 '한글 의상'은 프랑스 디자이너 45인의 작품과 함께 오는 11월 롯데 애비뉴얼에서 다시한번 볼 수 있다.
<조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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