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섬유주장 등 뿌리를 부정하는 풍조가 잘못됐어요. 한 우물을 판다는 정신으로 기술 축적과 자본배양 등 자구노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권혁진 코리아 트레이딩 리아이슨(주) 사장은 한마디로 섬유산업은 결코 버릴 수 없는 산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역시 최근 중국의 기세가 두려웁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섬유산업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산기지 이전이나 성력화, 끊임없는 고품질 생산전략을 병행해 나가는게 우선 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대내외 환경이 국내 섬유산업기반을 옧죄고 있으나 "준비하는 섬유인은 언제나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생존할 수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뿌리를 부정하는 것 자체라고 지적했다.
권사장은 섬유원자재 국산화 기수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섬유인이다.
30여년 가까운 그의 섬유활동은 국내제품 마케팅보다 외국의 우수한 원자재를 국내 섬유업계 공급과 함께 원자재 국산화를 추진하고 수출 아이템으로 성장·발전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78년 독일의 세계적 화학그룹 훽스트 입사와 함께 시작된 그와 섬유업계와의 인연은 80년대 초반 텍스타일파트 화이버 국내영업을 담당하면서 180도로 바뀌게 됐다.
"80년대 초 훽스트가 생산하는 난연 폴리에스터 'Trevira270CS' 국내마케팅을 제일합섬과 전개하게 됐어요. 一合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상품개발은 끝냈으나 당시 협소한 국내시장 한계 때문에 더 이상 공동마케팅을 진행하기가 어려웠지만..." 그는 당시 상황을 애석하게 여기면서도 훽스트가 폴리에스터 난연소재 'Trevira270CS'를 국내시장에 선보였기 때문에 이후 새한·코오롱·SK케미칼 등 국내화섬업체들이 난연사 국산화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난연사는 이제 수출상품으로 까지 자리를 굳혔다고 밝히기도.
그가 섬유소재 국산화에 기여한 품목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수축 PSF소재 Trevira250CS' 국내 소개와 함께 SK케미칼과 국산화를 진행했다.
현재 고수축 PSF소재는 수출주력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폴리에스터 모노필라멘트 제품 국산화도 그의 작품이다.
지퍼용과 매직테이프 소재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모노필라멘트는 삼양사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섬유부자재 고급화에 기여하는 한편 고부가 창출 품목으로 각광받게 했다.
특히 폴리고강력사 국산화는 의류일변도 국내 화섬원사 생산구조를 산업용 원사생산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타포린·타이어벨트·타이어코드·컨베이어 벨트 소재로 사용되는 폴리고강력사는 효성·심양사·코오롱·SK케미칼 등 국내 주력 화섬사들의 생산참여로 이어지면서 국내관련 산업의 발전과 함께 현재 수출주력상품으로 자리매김케 했다.
"제일모직과 공동으로 진행한 PW제품 고급화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 국내 一毛를 비롯한 대부분 모직물업체들의 순모직물 품질은 외국경쟁업체와 비교해도 큰 문제가 없었으나 PW직물은 필링 때문에 품질이 열악했어요."
그는 당시 PW고급화는 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과제로 삼아 해결하라고 지적할 정도였다며 이를위해 一毛 기술진이 이태리 PW업체와 기술제휴를 맺고 생산에 나서게 됐으나 울과 혼방한 폴리에스터 단섬유가 훽스트가 생산하는 Low-Pill PSF 'Trevira350CS' 였다는 것.
이 사실을 알게된 그는 'Trevira350CS'제품을 一毛 PSF소요량의 ⅓을 공급하면서 一毛 모직물 제품 고급화와 함께 국내 PW제품 및 시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이와함께 Low-pill PSF 'Trevira350CS' 국산대체를 위해 제일합섬과 기술개발을 진행, 90년 一合이 국산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섬유산업은 타산업에 비해 생산 공정이 길어요. 그렇다보니 업종변경의 어려운 면도 있지만 고용창출 효과는 지대합니다. 특히 국내섬유산업은 과잉생산 구조에다 수출주도형 산업이라는게 과제로 부각되고 있어요. 이를 타개하는 길은 고급화나 산업용 쪽으로 안목을 바꿔나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사장은 지금 국내섬유업계에 내려진 과제는 섬유산업 포기보다 도전과제를 내세워 무한경쟁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며 특히 우수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특화생산이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세계최고 품질의 'ENKA비스코스필라멘트'와 PHP社에어백용 나일론66원사 'ENKA 나일론' 국내공급강화와 함께 제품개발에 주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30여년간의 섬유활동을 바탕으로 한국섬유산업이 소재강국으로 거듭나는 채찍질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