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07-10L대한직물연합



신년대담 정우영 대한직물연합회장
세계 제일을 자랑하던 대구 합섬직물산지가 속절없이 붕괴되고 있다. 10년째 거듭되는 불황의 터널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전성기때 그토록 활기차던 선도 기업들이 자취를 감췄고, 자고 새면 부도 돌림병에 야반도주가 속출할 정도다, 불과 5년전까지 6만8000대의 혁신직기가 풀가동했고, 연간 합섬직물 수출이 50억달러에 달하던 대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혁신직기 보유대수가 3만4000대로 절반이 줄었고, 그나마 가동률은 50%수준에 불과하다. 수출도 18억달러를 밑돌정도로 참담하게 추락했다.
문제는 대구산지의 날개없는 추락이 언제까지 계속될것인지에 대한 공포와 충격이다. 더 이상의 추락은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 직물업계 총수이자 구원투수인 정우영 대한직물연합회장(제원화섬회장)과 신년 특별대담을 통해 국내 합섬직물산업의 비상구는 어디이며 회생 처방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여전히 신색이 좋으십니다. 특별한 건강관리 비결이 있으십니까.
“특별한 것은 없고요 매주 5일 정도는 적어도 6km정도 집근처 등산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퇴근하고 나면 일에 대한 고민은 다 잊어버리고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습관을 가집니다.”
-올겨울 한파가 40년 만에 가장 심했다고 합니다. 국내 합섬직물업계도 유난히 추운 한해였지요?
“예년이라고 좋았겠습니까마는 2005년이 더욱 어려운 해 였습니다. 시장은 장기불황이고 원료값은 뛰고 환율은 떨어지고 사면초과에 몰렸습니다. 합섬직물 경기가 2006년도에는 봄이 와야 될 텐데 걱정입니다.”
-회장님은 지난 20년간 대구직물업계의 막후조정자로 평가받았습니다.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희생과 봉사로 일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한국섬유개발원 이사장에 이어 직물연합회장으로 전면에 나섰습니다. 소회부터 말씀해 주시죠
“능력도 없이 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을 맡아 업계에 누가 되지 않았나 늘 반성하여 봅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과거를 간단히 요약하면 지난 77년 경상북도 섬유기술지도소로 설립되어 기능공 양성 및 업체 종업원의 연수원으로 시작되어 83년 대구섬유기술진흥원으로, 다시 96년 한국섬유개발연구원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99년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 출발과 더불어 기술대학을 축소하고 전문연구 기관으로 개편되는 시점에서 제가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되었지요.
-역대 이사장 모두 거물지도자 이셨지요.
“초대 최익성 이사장님과 2대 동국그룹의 창업주이신 백욱기 회장님, 제 전임 이사장이신 태왕그룹의 권성기 회장님 모두가 덕망과 대구 섬유산업의 실질적인 그 시대의 지도자인 훌륭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 기업의 규모나 사회적 위치가 전임 이사장님들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어요. 섬유 업계에서 30여년간 오직 현장 기술에 경험이 많은 것 외에 별다른 경험이 전무하였습니다. 그런 제가 산업자원부, 대구광역시, 대구섬유업계에서 간곡히 권유해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제가 이사장직을 맡고 보니 교육전담체제에서 전문 연구소로 탈바꿈하는데 수많은 어려움이 산적하였으나 업계나 연구원 모두의 열정에 의해 임기를 부족하나마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 재임시 큰 업적을 남기지 않았습니까.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추진 주체인 재임기간 잊을 수 없는 세 가지 난제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민자 출연 75억 거출문제였고, 둘째는 기초소재 방사시설 설치 문제이었어요. 그러나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를 해결하여 오늘의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기초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면 보람을 느낍니다.
또 섬유기술대학과 기능대학을 합병하여 오늘의 섬유 패션대학으로 발전시켜 지역의 중추적인 섬유전문 교육 기관으로 개편한 일들은 지금와서 생각해도 흐뭇하지요 당시 어려움을 도와주신 여러분께 지금도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직물연합회 회장에 취임하고 나서 직물업계가 최악의 불경기에 처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내가 하여야 할 일이 무엇인가 반문하며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만 희망이 보이지 않아 저의 부덕이 아닌가 싶어 늘 송구스러운 마음 가득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누구보다도 걱정하고 계시겠지만 대구 합섬직물산업이 걷잡을 수없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그 고통이 새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어느 산업이든 호황과 불황이 연속되기 마련이며 섬유산업의 경우 십년 전에 성수기를 지나 하향국면에 있습니다. 하향의 최저점이 언제냐. 이는 최저점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느냐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전업체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가 있다고 봅니다. 기술개발과 상품의 변화를 통하여 마켓파워를 갖추어가고 있는 업체의 경우 분명히 금년이 최저점에서 2006년도는 2005년 보다 좋은 쪽으로 갈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변화가 없는 업체의 경우 점점 어려움이 가중될 것입니다.”
-최근 대구시와 개발원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5년전 6만8000대 직기가 3만4000대로 줄어든 것으로 나왔습니다. 실제 가동대수는 더 작은것 아닙니까.
“실제 가동대수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합성직물의 붐이 일기 시작한1970년 초에서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일본이 세계 시장의 중심이었다면 그 이후 한국이 세계의 중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년전 6만8천대의 직기가 가동하였으나 실질적으로 90년대 중반부터 거대한 중국의 출현으로 우리는 차이나쇼크를 접하면서 일반 제품이 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른 것입니다. 차이나쇼크 이전의 대구 직물 산업은 원사메이커를 중심으로하여 대기업 하청공장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대구직물산업이 90년대 이전의 자본 중심 경영형태였다면 현재는 기술중심의 소량, 다품종, 기능성 위주로 전환하고 있어요. 미래에 신속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업체만 살아남았으며, 앞으로도 한계 기술에 도전하여 원천기술을 확보한 업체만 생존이 가능할겁니다. 굳이 강조하하자면 소위 日日學 日日新(매일매일 공부하고 매일매일 새로워지자)하여 블루오션 시장에 진입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것입니다.
또 스트림간에도 한공정의 힘으로 살아남기란 힘듭니다. 업 스트림의 선도아래 스트림간의 절대적인 협력이 한 방법이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바로 흔이 말하는 혁신크러스트를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대구도 변화를 위해 뭄보림치고 있습니다. 제대로 가고있으며 가시적인 성과가 보입니까.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동하느냐 아니면 마지못해 겨우 중국이나 동남아 후발국의 제품과 경쟁하느냐가 중요한 관점입니다. 현재 힘이 들어도 소재와 기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의 환경을 만들어 가는것이 중요 합니다. 현재 대구의 경우 레져, 스포츠, 캐쥬얼 등 기능성 신상품을 전문으로하는 업체가 서서히 등장하고 이러한 회사들은 불황에서 벗어나 활발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2006년부터는 경기가 눈에 보일만큼 호전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회장님은 가공사뿐 아니라 폴리에사테르 직물에 대한 기술과 패션동향 마케팅력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일인자이십니다. 대구산지를 살릴 수 있는 처방이 무엇입니까
“관점에 따라 처방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우선순위의 차이가 있을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이나 동남아 후발국과의 경쟁되는 제품을 가지고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가격의 경쟁이 아닌 기술의 경쟁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현재 레져, 스포츠 완제품의 경우 대부분 외국의 유명한 고가의 원단이 수입되어 생산되고 있습니다. 특정 제품의 경우 연간 1억달러이상 수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의 셀라 브랜드의 기능성 제품을 보면 우리는 여기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레져 스포츠의 기능성 제품에 보다많은 노력과 선택과 집중이 우선시 되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야 되겠습니다.
참고로 최근 일본의 유명 전시회에 세 가지 기술이 집약되었습니다. 하절기에“쿨” 동절기에는 보온발열의 새로운 소재인 죽(bamboo) 섬유와 화섬복합섬유 이 세 가지입니다. 이러한 예를 봐서 우리도 충분히 가능한 기술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하루하루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사고의 전환을 통하여 블루오션”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최근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합섬직물 기술수준은 일본보다 10년이상 뒤졌고 5년 후면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보편적으로 보면 동의한다고 할 수 있으나 실제 깊이 들여다 보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과의 기술차이는 5년 정도라고 할 수 있겠으나 총체적인 능력의 차이는 그보다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기술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일본과의 격차에서는 보편적인 기술의 경우 대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떤 경우는 앞서가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첨단 기술과 원천기술의 차이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화섬의 경우 개질포리마 고분자 나노기술의 경우는 우리가 도전할 목표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일본의 앞선 기술을 밴치마킹해서 중국의 추격을 벗어나야 할텐데요.
당연합니다. 우리 섬유업계가 똘똘 뭉쳐서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각자의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여 실천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자구 노력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우리 실정에 적합한 혁신 크러스트 구축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합섬직물의 차별화를 위해 가장 절박한 문제점이 무엇입니까.
직물업계 힘만으로는 어려운 것 아닙니까. 원사메이커의 신소재 개발과 염색가공분야가 같이 가야 될텐데요.
“기능성 제품이든 레져스포츠 제품이든 가능한 목표를 확고히 하여 원료메이커와 제직, 염색, 마케팅이 하나가 되어 해내겠다는 의지가 우선시 돼야겠지요.”
-그래서 회장님이 늘 강조하신 스트림간 공조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국내 화섬업계의 신소재 개발 능력은 한계가 있다고 보는데요
“스트림간의 공조는 물론 절대적입니다. 다시 말하면 일본 도레이사의 성공사례인 “도레이 크러스트”를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 모델을 만들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여야합니다. 한국적인, 그리고 대구산지에 적합한 이상적인 크러스트를 만들어서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가 중심이되어 업계가 앞장서고 원사메이커 각 연구소 및 학계, 지방정부 모두가 힘을 모아 “대구산지혁신크러스트”를 이상적으로 만들어야 할 겁니다.”
-회장님이 직련회장 취임이후 화섬협회를 방문하고 대구에서 양업계의 협력 증진을 위한 합동회의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말만 협력이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사람 너무 빨리 빨리 조급한 것 벗어나야 합니다. (웃음) 원사메이커도 나름대로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종전보다 차별화 제품의 경우도 많은 발전이 진행되고 있지만 원사메이커 자체가 일반적인 제품으로 생존 할 수 없습니다. 각 메이커마다 소량 다품종 고급화의 진전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리딩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전 업체의 발전을 머지않아 확인할 수 있을것으로 봅니다.”
-얘기는 다른 얘기입니다만 단체의 기능과 역할도 많이 달라져야하는 것 아닙니까
“단체의 기능과 역할을 말씀하시는데 모든 단체장께서 자신의 기업경영도 벅찰 텐데 열성과 정열을 다하여 수고하고 계신 점에 대해 우선 감사의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대구에도 수많은 단체가 있습니다. 언뜻보면 별개의 업종처럼 보이나 결국 크게 보면 모두가 연관이 있습니다.
하나의 목표, 즉 가칭‘대구경북 섬유산업 혁신크러스트’
와 같은 확실한 목표를 정하여 각자의 역할분담을 하여야 목표에 대한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화제를 바꿔 제원화섬 얘기 좀 듣겠습니다. 난공불락의 신합섬 가공사 업체인 제원은 어떤 경영전략으로 안정 성장을 추구하고 계십니까
“제원화섬의 경우 자회사인 신원합섬 두 개의 회사입니다만 작은 중소기업의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연간 2만5,000t정도의 차별화된 복합사를 생산하고 있지요. 2005년부터 저희 제품의 목표는‘한계기술에 도전하자’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도 중요하나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가치를 창출하고 또한 끊임없는 변화를 통하여‘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자’하는 목표아래 수많은 실패와 경험을 통하여 많은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2006년도는 한계기술의 제품이 전체의 70%이상 차지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래서 설정한 새해목표는 다음의 세가지입니다. 첫째 한계기술에 도전하여 원천기술을 확보하자. 둘째 日日學 日日新 (매일매일공부하여 매일매일 새로워지자.) 셋째 경쟁없는 BLUE-OCEAN 시장에 진입하자는 겁니다.”
-사실상 2세 경영에 들어간 것 아닙니까
“역할 분담을 정하여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영은 저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400m계주에서 처럼 다음선수에게 바톤을 넘겨주면 그다음 선수에게 모든걸 맡겨야 되지 않을까요. (웃음) 다만 기술적인 연구 및 제품 개발에 한하여 자문도 하고 저 자신이 많은 고민을 하여 한계 기술 개발을 위한 선진국의 동향 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제원화섬의 기본적인 경영이념은 무엇입니까.
“의인불용 용이불이 (疑人不用 用而不疑)이지요.
: 미덥지 못하면 맡기지 말고 썼으면 믿고 맡겨라. 그것입니다.”
-끝으로 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도 업계의 간곡한 유임권유를 뿌리치고 단임으로 끝났습니다. 직련회장도 그럴겁니까..(웃음)
“물은 흘러야 썩지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 관점의 차이가 전혀 다릅니다. 다른 관점에서 장점을 서로가 존중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조직의 문화가 생겨나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여 대과없이 임기를 마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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