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직물은 한국섬유제품 가운데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팬시 자수직물의 경우 한국의 디자인개발 능력이나 후가공기술은 선발 선진국인 이태리나 프랑스 못지 않아요. 이제 한국산 자수직물은 세계 트렌드 발신지 역할과 함께 최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으로 우뚝 섰습니다.”
자수직물 비즈니스 4반세기. 결코 짧지 않은 4반세기 동안 자수직물 한우물을 파온 안병기 (주)다우모드 사장의 첫말은 자신감으로 넘쳐났다. 한국산 자수직물이 대표적인 선진국 산업이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특히 자수직물은 소량 다품종 생산의 전형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의 대표적인‘블루오션’산업으로 거듭나는 것도 멀지 않았다며 비전으로 피력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전도 직면한 현실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도로묵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드높였다. 한국섬유산업이 처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때문이다.
한국섬유산업이 양적 성장에 매달리면서 세계 섬유산업 중심국에서 주변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후발국들의 섬유산업 투자가 봇물 터지듯 이뤄지면서 섬유스트림 전분야에 걸쳐 경쟁력 열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수직물도 예외가 아니다. 단일 아이템으로 연간 4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출을 기록했지만 이제는 2억달러 수출에 그치고 있다. 뿐만아니라 앞으로 수출규모 역시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소량 다품종 생산의 전형으로 꼽히는게 자수직물이지만 이제는 이것만으로는 수출시장에서 먹혀들지 않아요. 좀더 고차적인 후가공 기술을 발휘하지 않으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수출볼륨도 앞으로 급격히 줄어들게 뻔합니다. 후발국인 중국·인도 업체들 때문이지요. 이제 볼륨있는 자수직물 아이템 수출은 중국으로 거의 다 넘어갔습니다. 게다가 최근 인도까지 이 시장에 진출, 우리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나가고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손에 쥔 모래알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 사장은 현재 한국 자수직물산업은 양극화현상을 극명하게 노정시키고 있으나 지금부터라도 세계시장을 리더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 나가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자수직물산지인 대구 자수직물업계가 최근 절망의 나락에 빠졌지만 결코 길은 없는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바로 소량 다품종 생산을 더욱 세분화시켜 나가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같은 능력은 대구지역에 충분히 축적돼 있기 때문에 의욕과 자신을 갖고 투자하면 길은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는 세계 자수직물산업의 메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때 생산설비를 갖춘 업체가 250여 사를 넘었고 또 자수직물 무역회사만 130여 사를 상회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의 절반 이상 공장을 세워둔 상태입니다. 극심한 구조조정 홍역을 겪고 있는 것이죠. 문제는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하는 것입니다. 해답은 아이디어와 후가공 기술입니다. 이는 우리 자수직물산업의 강점이기도하지요. 지금부터라도 이를 살려 나가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는 자수직물은 아이디어와 다양한 후가공 기술을 동원할 경우 세계 최고가 명품직물 탄생시키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고부가가치 창출도 뒤따른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현재 다우모드의 자수직물 평균단가는 야드 기준 약 12달러라고 말했다. 야드당 30달러를 넘는 제품도 수두룩하지만 아직도 볼륨오더의 비중 때문에 평균단가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2001년을 전후해 연간 1500만달러에 달했던 수출이 올해는 900만달러를 약간 웃도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자수직물업계 최초로 중국과 국내생산 병행에 나섰어요. 동종업체중 국내 생산은 접고 중국생산에만 전념하는 곳도 있습니다만 시범적인 케이스로 생각하고 정상가동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생각한 병행생산이 맞아 떨어질 것인지 다소 걱정도 앞서지만 올 연말쯤이면 중국라인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안 사장은 중국 절강성 소주시 사오싱에 투자한 자수직물 공장이 올 연말이면 월 10만야드 생산규모를 갖춘 1차 투자가 완료된다고 말했다. 지난 2년동안 중국공장 건설과 품질을 잡기위해 매달려왔으나 한국보다 떨어지는 후가공기술의 갭을 메꾸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중국투자에서 배운 것은 한국의 높은 후가공기술력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자수는 첨단기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기술 집약산업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를 살리는 길은 업체간 힘을 합쳐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게 과제라고 덧붙였다.
“우리업계가 똘똘뭉쳐 세계최고 명품 자수직물을 생산한다는 각오를 되새긴다면 한국의 자수직물산업은 세계 자수직물산업을 리드하는 최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명제는 지금부터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업계가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분명히 길은 열려져 있습니다.”전상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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